[르포]'LNG발전 수출현장' 멕시코 LNG터미널 가보니…

'만사니요 LNG터미널' 2031년까지 투자금 2배 회수
멕시코 LNG발전 수요 지속증가…추가 수출 '청신호'

만사니요 LNG터미널의 LNG탱크 ⓒ News1

(만사니요(멕시코)=뉴스1) 신준섭 기자 = "멕시코 발전소에서 중유나 석탄을 사용하면 그 연기가 저멀리 캐나다에서도 보인다고 합니다. 그런 환경 문제 때문에 멕시코 정부가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를 늘리려고 하는 거죠."

현지시간으로 지난 2일 오전 기자가 방문한 멕시코 만사니요 LNG 터미널 현장에서 만난 한국 근로자가 꺼낸 말이다. 액화 상태인 LNG를 기화해 발전소에 공급하는 한국가스공사의 만사니요 LNG 터미널 파견 근로자들이 인식하고 있는 현지 상황이기도 하다.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비행기로 1시간20분가량 떨어진 콜리마주 만사니요 해안가에 위치한 '한국산' LNG 터미널은 가스공사와 삼성엔지니어링 연합군의 민관 합동 자원외교와 이같은 멕시코 정부의 수요가 창출한 성공 사례다. 2012년 시운전을 시작으로 매년 40척 이상의 선박이 실어나르는 LNG를 기화해 현지 LNG발전소에 공급 중이다.

2031년까지 투자금의 2배를 회수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지만, 이 현장은 그보다 더 큰 의미가 있다고 가스공사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기후변화나 환경 문제로 석탄 등의 화석 연료 발전 수요를 대체하고자 하는 세계 시장 진출의 교두보이기 때문이다.

안완기 가스공사 관리부사장은 "LNG 기화 시설 건설과 운영능력 면에서는 우리나라가 전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이런 식의 모델이라면 전세계 어디라도 진출할 수 있는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2021년 투자비 회수, 향후 지속적 수익 창출

취재에 동행한 안 부사장이 이처럼 자신감을 내비친 이유는 만사니요 LNG터미널의 수익구조가 탄탄하게 구축돼 있어서다. 가스공사는 연간 380만톤의 LNG 공급 능력을 지닌 만사니요 LNG터미널 건설 및 운영에 25%의 지분을 투자했다. 금액으로는 623억원이다.

LNG선에서 액화 상태의 LNG를 뽑아내는 도크 ⓒ News1

운영 3년을 맞으면서 투자비용은 절반 가까이 회수됐다. 지난해까지 회수한 투자비는 300억5000만원. 회수율은 48%에 달한다. 가스공사는 2021년이면 투자비를 모두 회수하고 나머지 계약기간인 2031년까지 투자비의 2배 정도인 1290억원의 순이익을 창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눈에 보이는 수익이 있는만큼 위험도 존재한다. 계약조건상 LNG선박이 실어나르는 연료를 24시간 이내 하역하지 못하거나 멕시코 연방전력청(CFE)이 요청하는 물량을 공급하지 못할 때, 또는 생산량 대비 공급량을 99.75%까지 맞추지 못하면 위약금을 물게 된다.

환태평양 지진대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도 안정적 운영에 우려되는 부분이다. 만사니요가 속한 콜리마주는 1995년 10월 8.0 규모의 강진이 발생했던 곳이다. 연평균 15개 정도의 허리케인이 발생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정도의 위험은 충분히 관리 가능하다는 게 가스공사의 입장이다. 2012년부터 지난 7월말까지 1132만2000톤의 LNG를 공급하면서 계약 조건에 위배된 부분은 없었다.

안전 역시 대비가 돼있는 상황이다. 만사니요 기지에 설치된 LNG탱크 하부에는 국내 시설에서는 볼 수 없는 '삼중 진자 아이솔레이터'(TPI)가 설치돼 있다. 1기당 340세트가 설치된 이 설비는 8.6규모의 지진까지 견딜 수 있다. 가스공사가 향후 전세계 시장 진출에 전진기지 역할을 할 모델로 보는 이유다.

8.6규모의 강진에도 견딜 수 있는 LNG탱크 하부 TPI 설비 ⓒ News1

홍기석 가스공사 멕시코 만사니요 법인장은 "이곳 모델을 바탕으로 해외 각지에 인수기지를 건설하고 시운전, 배관망 건설 등을 총망라 해서 인프라 건설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장기비전을 세울 것"이라며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는 전진기지로 활용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멕시코, 2014년 전력 발전의 57%가 LNG발전

가스공사의 성공 사례는 당장 멕시코 내부에서도 추가 계약 등의 형태로 발연할 공산이 높다. 만사니요 LNG터미널의 사례를 도입하고자 하는 다른 주정부들이 '러브콜'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전비호 주멕시코 대사는 "멕시코는 가스 생산국이면서도 개발을 못해서 수입하고 있는 상황인데, 얼마전 멕시코 유카탄주와 가스공사가 가스터미널 및 가스파이프 건설을 추진하자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며 "유카탄 주지사를 만났는데 LNG터미널 건설을 가스공사와 상의했으면 하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같은 상황은 멕시코 국내적 요인이 작용했다. CFE 자료에 따르면 멕시코의 에너지원별 전력 발전 비중에서 LNG발전소가 차지하는 부분은 절대적이다. 전체의 57.0%에 달한다. 석탄화력발전이나 중유화력발전은 각각 11.1%와 8.8%에 불과하다. 가격 경쟁력과 환경적 요인이 작용한 결과다.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그러다보니 만사니요 LNG터미널은 발전 수요와 난방 수요가 각각 절반 정도인 우리나라와 달리 100% LNG발전소용으로만 공급한다. 규모 면에서 멕시코에서 2번째로 큰 만사니요 LNG발전소(발전용량 2754㎿) 등이 수요 주체다. 가정용이나 산업용 전력 수요를 LNG발전소가 대체하는 상황이 빚어낸 결과물이기도 하다.

홍 법인장은 "CFE가 페루 정부와 LNG 조달 계약을 상당히 싸게 해서 공급하고 있다"며 "CFE 총재도 기지를 방문했을 때 '클린 에너지'를 확장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멕시코의 LNG발전 비율 증가도 만사니요 LNG터미널 증설이나 추가 계약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04년 기준으로 에너지원별 전력 발전 비중에서 42.9%였던 것이 10년만에 14.1%나 늘었다는 점이 근거다.

다만 멕시코 시장 추가 진출이나 이를 모델로 삼은 타국 수출 등 성공 사례를 늘리기 위해서는 넘어야 하는 숙제 역시 있다는 게 현지의 시각이다. 바로 금융 부분이다.

만사니요 LNG터미널 초기 계약 지분 관계를 보면 운영과 건설에 가스공사와 삼성물산이 각각 25.0%, 37.5%를 참여했고 일본의 미쓰이상사가 37.5%의 지분권을 보유하고 있다. 수출입은행이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의 상당 부분을 지원했지만 전체적인 금융 설계의 바통은 미쓰이상사에게 넘겨줘야 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금융 부분을 오퍼레이팅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건설과 운영은 세계 최고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경험이 없는 만큼 개선이 필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sman32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