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공정위 "현대제철 주식매도, 진짜 순환출자 해소인지 검증"

현대차그룹, 현대제철 주식 880만주 TRS 방식으로 NH투자증권에 매각
과거 아시아나항공 사례와 법원 판례 등에 따라 진성매각으로 판단 유력

현대자동차그룹 2015.1.16/뉴스1 ⓒ News1 정회성 기자

(세종=뉴스1) 김명은 기자 = 현대자동차그룹이 순환출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현대제철 주식 총 880만주를 파생상품 계약방식으로 매각한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가 진성매각 여부에 대한 판단을 별도로 내리기로 했다.

공정위는 현대차그룹이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의 합병에 따라 강화된 순환출자 지분을 올 1월 1일까지 기한 내 처분하지 못하자 곧바로 제재 절차에 들어갔다.

그런데 공정위의 최종 심사 결과가 나오기 전인 지난 5일 현대차그룹이 현대제철 보유 주식 약 880만주(6.61%)를 총수익스와프(Total Return Swap·TRS) 방식으로 NH투자증권에 매각했다. 5일 종가 5만400원 기준으로 약 4400억원 규모다.

이는 자진시정에 해당돼 공정위는 별도의 지분매각 명령 제재를 내리지 않아도 된다.

다만 TRS 거래를 주식의 소유권이 실질적으로 넘어가는 '진성매각(True Sale)'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법리 판단은 추가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TRS 방식이 아직은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면서 "과거 법원에서 TRS 거래를 진성매각으로 인정한 예가 있긴하지만 현대차의 매각과 관련해서도 이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TRS는 투자자가 보유한 기초자산에서 발생하는 이익이나 손실을 매도자에게 양도하고 그 댓가로 고정수수료를 이자식으로 받는 거래다. 이과정에서 매수자에게 의결권, 배당권 등 주식의 모든 권리가 양도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매수자는 사실상 회사채를 산 것과 비슷한데 NH투자증권과 현대차그룹과의 계약기간은 3년이다. 3년간 주가가 오르든 내리든 그로 인한 이익과 손실은 현대차그룹으로 이전하고 NH투자증권은 3년뒤 현대제철 주식을 처분해 손익을 정산하면 된다.

일각에서는 기업들이 주식 소유 규제를 회피하려는 의도에서 이와 같은 새로운 기법의 복잡한 파생상품 거래를 활용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지난 2014년 아시아나항공이 상호출자 해소를 위해 보유 중이던 금호산업 주식을 TRS 방식으로 대신증권에 매각한 것에 대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갈등을 빚던 박찬구 회장이 이끄는 금호석유화학이 문제제기를 하면서 TRS 거래 방식이 도마에 올랐다.

당시 공정위는 내부적으로 TRS 거래를 진성매각으로 볼 수 있다고 결론 내리고 아시아나항공의 상호출자 해소를 사실상 인정해줬다.

공정위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순환출자와 상호출자 등 거래 목적에 따라 주식의 소유 관계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과거 사례에 비춰 볼 때 이번 현대차의 TRS 거래도 진성매각으로 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의결권, 배당권 등 일체의 권리가 NH투자증권으로 이전됐고 현대차그룹의 바이백 옵션이 없다는 점이 진성매각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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