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개 허가때문에 6년째 제자리"···첫 삽도 뜨기 힘든 풍력발전

풍력발전, 받아야하는 인허가만 최소 20개이상
시작 6년째 개발행위 허가 안나 1200억 투자 언제될 지 감감
고강도 환경규제에다 까칠한 지자체 까지..산넘어 산

강원 태백시 매봉산 정상의 풍력발전단지.(뉴스1 자료사진)© News1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산림청 등에서 어렵게 인허가를 받으면 뭘 합니까. 해당 지자체에서 승인을 받지 못하면 올 스톱입니다"

지난 2009년부터 육상풍력 사업을 계획하고 있는 한 대기업 관계자의 푸념이다.

이 기업은 강원도 내 육상풍력 사업을 2009년부터 추진했다. 태백산맥에 2메가와트짜리 풍력발전기 60대를 설치하는 사업이다. 한기당 20억씩 해서 총 1200억원 규모다. 2009년은 정부가 1차 에너지기본계획을 통해 풍력발전의 비중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이듬해다. 정부 정책을 믿고 사업을 추진한 이 기업은 2010년 특수목적법인(SPC)를 구성했다. 이후 1년간 해당 지역의 주민들, 땅주인들과 협의를 했고 만 2년이 지난 2012년 8월에서야 마을번영회로부터 최종 승인을 받았다. 그 사이 설계기술 용역을 계약하고 한전으로부터 송전용전기설비 이용승인을 받았다.

지역주민의 승인을 받고 추진한지 햇수로 3년째지만 첫 삽은 커녕 필요한 절차의 절반도 통과 못했다. 2012년 하반기 발전사업허가 승인을 시작으로 지난해 7월까지 관련 인허가 사전협의를 실시했다. 사전협의 막바지였던 지난해 5월 풍력 사업을 할 토지를 매입했고 8월부터 마지막 관문인 개발행위 허가를 강원도의 관려 지자체에 접수했지만 현재인 4월까지 최종 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다. 사업계획을 세운지 햇수로 6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단 한가지 승인이 안돼 1200억원의 투자가 언제될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왜 승인이 안되는지 이 업체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우여곡절 끝에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와 산지일시사용허가 등을 받았지만 강원도 한 지자체로부터 개발행위허가를 아직 못 받아 공사를 시작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 받아야하는 인허가만 최소 20개이상..중앙부처 왔다갔다 하는데 1년

28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신재생에너지업계 등에 따르면 육상풍력 발전사업을 위해서 받아야 하는 인허가의 수는 최소 20개 이상이다.

대표적인 인허가는 산업부 전기위원회로부터 받아야하는 발전사업허가, 한국전력의 송전용전기설비 이용승인, 환경부의 소규모환경평가, 산림청의 산지일시사용허가 등이다. 소규모환경평가와 산지일시사용허가 등을 토대로 지자체로부터 개발행위허가를 받는다. 물론 이 개발행위허가 안에는 주민동의 등도 포함돼 있다.

업계는 산업부와 환경부가 서로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산업부의 발전사업허가를 받으러 가면 환경부의 승인을 받고 난 후에 오라고하고 반대로 환경부에 가면 산업부의 승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는 것이다. 위 업체 관계자는 "두 중앙부처를 왔다 갔다 하면서 소비해버린 시간만 1년 이상"이라고 말했다.

발전사업 인허가 진행과정© News1

◇"정부 풍력발전 확대방침 믿고 뛰어들었는데"

정부가 올해 초 수립한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안을 보면 2035년까지 신재생에너지의 발전비중 목표를 11%로 세웠다. 신재생에너지 중 풍력발전의 보급목표를 18%로 잡았다. 이는 현재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의 중심이 되고 있는 폐기물(29%)에 이어 두 번째 높은 수준이다.

정부의 풍력발전 계획은 갑자기 세워진 것이 아니다. 지난 2008년 1차 에너지기본계획을 수립할 때도 2030년까지 100만kW급 원전 2기 이상인 2.5GW의 전력을 풍력발전으로 충당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현대중공업, 효성, 삼성중공업, 유니슨, 대우조선해양 등 많은 기업이 풍력산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관련법과 제도가 미흡해 사업 추진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두훈 유니슨 대표는 풍력업계를 대표해 무역투자진흥회의에 두 차례 참석해 대통령에 애로사항 개선을 건의했다. 이후 산업부, 환경부 등 관련부처 수장들로부터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들었지만 규제개혁은 커녕 오히려 강화됐다.

관련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정부 정책을 믿고 풍력산업에 투자한 상황이지만 제도가 부실해 풍력산업 전체가 좌초될 위기에 처해 있다"며 "정부의 풍력산업에 대한 결정과 실질적 후속조치가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업계는 특히 환경부의 최소 20개 이상의 복잡한 인허가와 환경부·산림청 등 환경 규제, 지역민원이 풍력산업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특히 환경부 소관인 '육상풍력 개발사업 환경성평가 지침'은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의 업계 관계자는 "지침을 보면 지형변화지수라는 것을 도입하면서 점적·면적 사업 지수를 3.0으로 삼았는데 사실상 땅을 파지 말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지규모 제한 역시 신설됐는데 규제대로라면 대규모 개발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환경부는 2011년 10월 녹색성장위원회와 2013년 제1차 무역투자진흥회의를 통해 풍력발전 입지규제에 관한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나온 것이 육상풍력 개발사업 환경성평가 지침이다.

하지만 업계는 애로개선의 목적으로 추진된 풍력입지 가이드라인이 당초 취지와 달라 규제강화로 이어졌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지형변화지수 등은 규제로 볼 수 없는 게 산 등 해당 지역의 환경에 적절한 가이드라인이다"면서 "상수가 아니라 변수"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업계와 의견 수렴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yagoojo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