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가스公, 美 셰일가스 가장 비싸게 샀다
11.75달러..같은 곳 수입인데 영국, 인도, 스페인 업체보다 비싸
같은 때 더 비싼 중동가스 계약..물량남아 셰일가스 일부 재판매
셰일가스 재판매로 인한 국민손실만 20년간 2.6조원
- 이동희 기자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한국가스공사가 지난해 1월말 북미산 셰일가스 도입계약을 맺으면서 경쟁업체중 가장 비싼 값으로 산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후속으로 더 비싼 중동산 가스를 추가로 대량 구매하는 바람에 그래도 싼 셰일가스를 국내에서 다 쓰지 못하고 해외업체에 되팔게 돼 연 1300억원, 20년간 2조6000억원 이상 국민 기회손실을 낸 것으로 분석됐다.
11일 뉴스1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김한표 의원실(새누리당, 경남 거제)을 통해 단독입수한 '사빈패스 LNG 프로젝트 계약 현황'에 따르면 가스공사는 지난해 1월말 미국 셰니에르 에너지 파트너사(Cheniere Energy Partners)의 '사빈패스 리커팩션'(Sabin Pass Liquefaction, 이하 사빈패스)과 LNG 프로젝트'를 체결하면서 MMBtu(25만㎉ 열량을 내는 가스량)당 11.75 달러에 장기도입키로 계약했다. 북미지역 천연가스 가격지표인 헨리허브(Henry Hub) 기준가로 정한 원가 5달러에 액화비용, 수송비용 등 부대비용이 포함된 가격이다. 가스공사는 사빈패스 LNG프로젝트를 통해 2017년부터 20년간 매년 350만톤(t)의 셰일가스를 들여오기로 했다. 1mmBtu가 대략 0.02톤으로 잡을때 1톤당 587.5달러, 연간 총 20억5625만달러(약 2조2000억원)규모다.
◇ 같은 곳 수입인데 외국업체중 가장 비싸..프로젝트 자금지원까지 수반
이에 반해 경쟁사인 영국의 BG사(社)는 11.0 달러로 가장 낮은 단가로 계약을 체결했다. 스페인의 가스내추럴 페노사(Gas Natural Fenosa)과 인도의 게일 가스(Gail Gas) 등도 각각 11.24 달러, 11.75 달러로 계약하면서 가스공사보다 저렴하거나 동일했다. 이들 회사는 미국 정부와 사빈패스가 우리나라 가스공사와 함께 LNG수출을 최초로 허가한 곳들이다.
특히 인도 게일의 경우 국책 금융기관으로부터 거래상대방에 대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지원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스공사와 같은 값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한국무역보험공사(K-sure)와 수출입은행은 사업주인 셰니에르와 가스공사에 대한 LN장기공급계약 실행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사빈패스 LNG 프로젝트'에 각각 7억 5000만달러, 총 15억 달러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금융을 제공한다고 올 5월 밝혔다.
만약 가스공사가 스페인 가스내추럴과 같은 값으로 계약했다면 연간 8925만달러, 20년간 총 17억8500만달러(1mmBtu=0.02톤 가정, 톤당 25.5달러)를 절약할 수 있었다. 도입단가를 1mmBtu당 0.1달러만 낮췄어도 연간 1750만달러, 20년간 총 3억5000만달러를 아낄 수 있었다.
이들 업체가 가스공사보다 낮은 도입단가로 계약한데 대해 가스공사 관계자는 "영국과 스페인 회사의 경우 사빈패스 측이 피치 못할 사정으로 (셰일가스를) 판매하지 못해도 일정금액을 지불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다"고 설명했다.
◇ 공급과잉 숨기고 더 비싼 중동산 가스 추가 수입이는 가스공사가 물량확보에 치중한 나머지 가격을 희생시키고 있음을 시사한다. 가스공사 혼자서 한해 3400만톤에 이르는 가스 소비물량을 대부분 확보하고 있다보니 기회탐색과 구매의 선택폭이 줄어 오히려 독이 되고 있다는 뜻이다.
감사원이 지난 9월16일 발표한 '공기업 주요 사업과 경영 관리실태' 보고서에는 사빈패스로부터 셰일가스를 도입하는 것이 사실상 합의된 상태였고 러시아 PNG도입 계약도 추진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스공사가 이를 숨기고 중동 카타르산 가스도입 계약을 밀어부쳤다고 적시돼 있다. 해당 계약은 라스 가스(Ras Gas) III 프로젝트로 연간 150~220만톤 규모로 도입키로 2011년12월16일 이사회 의결을 거쳐 2012년 2월2일 정부가 승인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가스공사는 2011년 8월 정부 승인 끝난 호주 토탈(Total), 프렐류드(Prelude), 임박한 사빈패스 계약, 민간 직도입, 러시아 PNG도입 추진 건을 합치면 2017년부터 2024년까지 매년 천연가스 공급량(3527~4117만톤)이 '제10차 수급계획' 에서 잡은 수요량(3292~3342만톤)을 초과(연 185~825만톤)한다는 것을 내부적으로 알았으면서도 2011년12월22일 이사회 부의안에는 모두 누락해 라스가스 III 계약이 체결되도록 유도했다.
사빈패스 계약의 경우 이사회와 정부 공식 승인 전 2011년 12월16일 당사자간에 구속력 있는 합의가 이뤄졌다. 감사원은 계약단계에 이르지 못한 러시아 PNG를 제외하더라도 가스공사의 장기 확보물량(3244~3367만톤)이 2017~2024년 96~102%에 이르는 등 공급과잉을 예상했다.
◇ 셰일가스 일부 되파는 바람에 20년간 2.6조원 국민손실
가스공사의 사빈패스 계약단가 11.75달러는 라스가스 Ⅲ 프로젝트 단가 15.3 달러, 호주 토탈(연 200만톤), 프렐류드(연 364만톤)의 14.5~15.1달러에 비해서는 19~23% 가량 저렴하다. 국민에겐 이익이지만 후속으로 비싼 중동산 가스를 더 들여오는 바람에 어렵게 구입한 셰일가스 일부를 모두 국내에 소모하지 못하고 해외업체에 되팔아야하는 결과가 생겼다.
가스공사는 2017년부터 들여올 사빈패스 물량의 연 20%인 70만t을 프랑스 토탈사에 20년간 되팔아야한다. 중동산 가스계약에 붙는 의무인수(Take or Pay)조항 때문에 재판매가 가능한 셰일가스 도입물량이 희생돼 버린 것이다. 국민들로서는 중동산 보다 싼 가스를 이용할 기회를 일부 잃게 된 것이다.
1mmBtu를 0.02톤으로 잡고 라스가스 III 도입가 기준으로 할때 셰일가스 일부 재판매로 인한 기회손실은 톤당 177.5달러, 연 1억2425만달러다. 프랑스 토탈사에 양도해야하는 20년을 합치면 총 24억8500만달러, 한화로 2조6300억원의 국민 기회손실이 생기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가스공사 관계자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토탈에 재판매하기로 합의했다"며 "사빈패스 계약 당시 러시아 PNG 계약체결이 임박해 (계약한 연 350만t을) 모두 들여오면 공급과잉이 초래돼 최소 70만t을 팔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감사원은 "가스공사가 천연가스를 들여올 때 20년의 장기계약을 하다보니 국제 자원시장의 동향을 쫓아갈 수 없었다"고 밝혔다. 2003~2012년까지 가스공사는 도입물량중 10년 이상 계약 73%를 포함, 약 90%를 장기선물계약으로 가져왔다.
◇ "가스도입 경쟁체제 필요"..경쟁화 입법추진중
가스공사가 수요예측량을 부풀려 가급적 많이 들여오려 하는 성향도 지적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2011년 8월11일 토탈 및 프렐류드 장기 도입계약때는 2010년12월말 수립된 제10차 수급계획의 전망치를 근거로 하다가 라스 가스 III 계약때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이유로 수요전망을 높였다. 그런데 전망을 수정하면서 2012년 수요는 거의 그대로 둔채 2024년 수요만 3412만톤에서 3989만톤으로 16.9% 늘렸다. 내용에서도 발전용 LNG가 아닌 도시가스용 예상치를 크게 늘려 앞뒤가 안맞는다는 질타를 받았다.
이같은 경직적 구조 때문에 가스 도입에 경쟁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현재 SK E&S와 포스코 에너지, GS EPS 등의 민간 발전업체가 해외에서 가스를 직구입할 수는 있다. 그러나 '자가소비용'으로만 가능하고 남는 물량을 팔 수 없다. SK E&S는 2006년부터 인도네시아 탕구에서 20년 계약으로 아주 싼값에 연 50만톤 규모로 들여오고 있다.
이와 관련, 김한표 의원은 지난 4월 민간업체가 자가소비를 하고 남은 물량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한 '도시가스사업부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가스시장이 독점된 곳은 전 세계에 한국 뿐"이라며 "민간에 시장을 개방해 경쟁을 유발, 비싼 가스가격을 안정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1999년부터 2009년까지 우리나라의 LNG 평균 도입단가는 일본보다 11.4% 비싸다. 일본은 종합상사 등 10여개 기업이 LNG를 수입해 판매하는 경쟁체제다..
yagoojo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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