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인상 필요하지만 반성문이 먼저"…속 타는 한전·가스공사
"자구책 가져와라" 제동에 전기·가스료 인상 5월 넘어갈 듯
유례없는 2분기 요금결정 지연에 '3분기 동결론' 솔솔
- 심언기 기자
(세종=뉴스1) 심언기 기자 = 전기·가스요금 2분기 요금 결정이 또다시 미뤄지며 5월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요금인상 필요성에 공감대는 형성됐지만 인상 폭과 시점에 대한 이견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에너지업계는 천문학적 적자를 감안해 조속한 결정을 촉구하지만, 국민 여론에 민감한 정치권이 한국전력공사(015760)의 고강도 자구책을 압박하며 찍어누르는 모양새이다. 요금 결정이 늦어질수록 추가 요금인상 논의도 힘들어져 3분기는 동결 수순으로 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與 "방만경영·부패 반성하고 뼈 깎는 구조조정안 가져와야 국민도 수용"
21일 당정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전날 국회에서 산업부와 경제·에너지업계 관계자를 불러 민당정 간담회를 개최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순방이 임박한 상황을 감안해 민당정 간담회를 기점으로 2분기 전기·가스 요금 결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당정은 또 다시 결정을 유보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전기·가스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요금 인상을 반대하는 경제산업계나 요구하는 에너지산업계나 인식을 같이 했다"면서도 "요금 문제는 국민들의 고통 분담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시점은 얘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여당의 이같은 입장은 최근 여권 지지율 급락에 따른 후폭풍이 작용한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총선을 1년여 남겨둔 상황에서 각종 여론조사에서 30%선을 하회하는 결과가 잇따르자 국민 반감이 큰 에너지요금 인상에 소극적 태도를 보인다는 지적이다.
특히 여당은 한전의 방만한 경영과 도덕적 해이를 강력히 질타하며 고강도 추가 자구책 마련을 압박했다. 요금 인상 결정에 앞서 대국민 설득을 위한 명분쌓기와 함께 지지율 반전 등을 위한 시간벌기 측면까지 감안한 것이란 풀이가 나온다.
박 의장은 "한전 직원들이 가족명의로 태양광 발전 사업을 하고, 한전공대에 수 천억원을 투입하고, 내부 비리 적발 자체 감사결과를 은폐하고, 온갖 방만경영과 부패로 적자를 키워놨는데도 어떠한 반성도 보이지 않고 있다"며 "국민들에게 요금을 올려달라하기 전에 한전·한국가스공사(036460)도 뼈를 깎는 구조조정 노력을 해달라고 수 차례 촉구했지만 아직까지 응답이 없어서 개탄스럽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한전과 가스공사도 그에 상응하는 구조조정 노력을 해야하는 부분을 이해해야 (국민들도) 요금인상 문제를 수용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선(先) 자구책 마련을 주문했다.
감사원도 한전 직원들의 불법 태양광 사업 실태조사 중인 사실이 전해지며 여권과 보조를 맞추는 모양새가 됐다. '한전 때리기'와 함께 전 정부가 힘을 실은 태양광 사업의 부실과 모럴 해저드를 지적하는 양수겸장(兩手兼將)의 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에너지공기업 자구책과 함께 5월 발표 전망…"인상 얘기 또 안나와야"
에너지공기업의 방만경영을 비판하며 요금 결정의 고삐를 풀지 않고 있는 여권도 인상 불가피성에 대해선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본다. 막대한 부채에 따라 한전과 가스공사의 이자액만 하루 50억여 원씩 불어나고 있고, 한전 회사채 발행은 조만간 한계수준이 임박했다.
아울러 원가 이하의 낮은 전기료는 우리나라 수출기업에 일부 부메랑으로 작용할 소지도 있다. 미국 상무부가 한국의 낮은 전기료는 보조금 수혜에 해당한다는 판단 하에 상계관세 예비판정을 내린 것이 대표적 사례로 지적된다. 국제 무역분쟁 소지를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요금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당정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방미 순방 이슈가 어느 정도 해소되는 시점에 전기·가스 요금이 결정될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다. 여당 압박에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에너지공기업들의 추가 자구책 윤곽이 나오면 이를 함께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가스 요금의 5월 중 확정이 유력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2분기 요금은 인상하되 3분기 요금동결 방침을 함께 발표해 여론 달래기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총선이 점점 임박해 오는데다 수요가 폭증하는 여름철 전기요금을 쉽사리 올리기 어렵다는 점 등이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또한 여권에서 우여곡절 끝에 요금을 조정한 뒤 6월말을 앞두고 재차 에너지요금 이슈가 불거지는 상황의 조기 차단에 나서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온다.
재정당국 한 관계자는 "전기요금이 인상되면 어떤 식으로든 여당에는 악재인데 올리자마자 또 3분기 전기요금 인상 얘기가 나오면 곤란할 것"이라며 "명시적은 아니더라도 3분기 동결 내지 최소화에 대한 시그널이 나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onk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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