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위기가구] ⑩사회보장시스템 '먹통'…빈곤층 급여도 못줬다
저소득·장애·노인·아동 2200만명 복지서비스 통합 프로젝트
4220억 투입 개통 한달새 10만건 오류 '안전망 구멍' 더 키워
- 임용우 기자
(세종=뉴스1) 임용우 기자 = "기초부터 청년주거 지원까지 제대로 되는 부분이 없네요. 오류 하나가 고쳐지면 다른 오류가 나요."
26일 충청권 한 사회복지공무원 김모씨는 지난 9월 개통한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이같이 평가했다.
김씨는 한 기초자치단체에서 복지 급여를 담당하고 있는데,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개통 이후 급여 지급이 원활해지기는커녕 지연되기 일쑤라고 푸념했다.
김씨가 근무하는 기초자치단체에서는 기초수급자 10여명과 청년주거 지원 대상자 5명이 명단에서 제외됐다. '수원 세 모녀 비극'을 막기 위해 위기정보를 기존 34종에서 39종으로 확대했지만 효과보다는 기존 대상자들마저 제외되고 있는 셈이다.
수당을 받아야 생활이 가능한 저소득층을 되려 위기로 몰아넣을 수도 있는 것이다. 위기에 몰릴 처지인 저소득층 가구가 적극적으로 복지기관에 문을 두드리지 않으면 발굴조차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새롭게 신청한 저소득층 등 위기가구도 공적자료를 확인할 수 없어 관련 조사를 진행조차 못하고 있다. 이들은 60일 이내에 자료제출이 돼야 하는데 만료 기한이 다가온 경우도 생기고 있다.
경북 구미에 거주하는 A씨는 "한순간의 실수로 기초수급을 받아야 할 신세가 됐는데 시스템 오류로 승인이 나지 않고 있다"며 "저소득층의 어려움을 책임져준다던 정부가 만든 시스템이 수많은 오류를 내며 피해를 고스란히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 급여 대상자 3000명 제외됐는데…40%도 해결 안 돼
일선 공무원들 사이에서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의 잦은 오류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 시스템은 개통 후 한 달여 만에 10만여건의 오류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생계급여와 기초연금 등 복지수당 지급에 차질이 발생했다.
시스템 개통 후 한 광역자치단체에서는 3000명이 급여 대상자에서 제외됐는데, 이달 초까지만 해도 100여명만 다시 대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25일 기준으로는 1100여명이 다시 대상자로 분류됐지만 오류 해결률은 여전히 40%를 밑돌았다.
최근에는 장애정도 심사 결과 반영, 전자바우처 급여, 보육료, 가구주 등에서도 오류가 발생했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장애정도 심사 결과가 반영이 되지 않으면서 급여 지급 수준과 대상 여부조차 확정을 짓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충청권 지자체의 사회복지공무원 서모씨는 "매일같이 발생하는 오류로 업무가 마비되는 수준"이라며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개통 이후 업무가 가중되고 있다. 오류가 고쳐져도 별도 공지가 없어 수시로 확인해야 하는데, 복구 소요 기간도 명확하지 않아 어려움이 크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소득·재산 등의 조사가 늦어지며 전국 임대주택 단지의 당첨자 발표가 연기되기도 했다. 시스템 오류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신혼부부, 청년, 저소득층 등 주거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행복·국민임대주택 125개 단지의 당첨자 발표가 연기된 것.
125개 단지에 신청된 건은 총 1만6833건으로,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이용해 자격요건을 검증한 후 당첨자를 선정해야 하지만 사회보장정보시스템 오류로 인해 해당 업무에 차질이 생기며 당첨자 발표가 연기된 것으로 파악됐다.
당첨자 발표가 연기된 단지는 △시흥장현 A-9블록 신혼희망타운 행복주택 △화성동탄2 A-53블록 중소기업근로자 전용 행복주택 등 청년·신혼부부·대학생 등을 대상으로 하는 행복주택이 31개 단지이고 △인천검단 AA-5블록 국민임대 △보령명천LH1단지 국민임대 등 무주택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국민임대주택이 94개 단지로 집계됐다.
◇ 오류 투성이 '사회보장정보시스템' 정상화 시점은
보건복지부는 한 달동안 10만여건의 오류가 난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이달 중으로 정상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복지부가 2020년부터 1220억원을 투입해 구축하기 시작한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은 저소득층·장애인·노인·아동·의료 등 사회보장 급여 수급자 2200만명이 이용하는 정부 복지 서비스 5개를 3개로 전면 통합해 간소화하는 대규모 정부 프로젝트다. LG CNS와 중소기업 한국정보기술, VTW 등 3개 업체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구축을 맡았다.
막대한 예산 투입에도 개통한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이 오류를 거듭하며 수혜자는 물론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에게도 질타를 받고 있다.
또 다른 충청권 사회복지공무원 천모씨는 "지난 4월 복지부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교육을 할 당시에도 첫 화면조차 제대로 구축되지 않았다"며 "시스템이 만들어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교육을 강행하는 모습을 보고 불안했는데, 개통 후에 오류 투성이인 시스템이 됐다"고 지적했다.
피해 발생 등에 대한 수많은 지적이 쏟아지자 조규홍 복지부 장관이 직접 나서 "10월 중으로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정상화하겠다"고 말했지만 정상화 시점은 확실치 않다.
사회보장정보시스템 구축사업단에는 343명의 인력이 투입됐는데 그중 307명이 퇴사했다. 90%에 달하는 퇴사율에도 충원 인력은 60여명에 불과해 발생하고 있는 오류 해결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급여 지급 등의 문제가 있어 정상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빠른 시일 내에 정상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phlox@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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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송파 세 모녀’ 사건이 일어난 지 8년이 지났지만 복지 사각지대는 현재진행형입니다. 지난 8월 경기 수원시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던 세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됐고, 이후에도 안타까운 사연들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취약계층이 보내는 위기 신호를 제대로 잡아내지 못하는 시스템의 문제가 여전합니다. 제도나 시스템 자체가 이들을 모두 끌어안지 못하는 사각지대도 존재합니다. 뉴스1은 절벽으로 내몰린 위기가구를 놓치지 않기 위한 현장의 다양한 시도를 찾아보고, 복지 사각지대 발굴을 위한 대안을 모색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