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3% 시대 열리고 경기침체 우려 확대…"최악은 아직"
한은 빅스텝에 기준금리 2.5→3.0% 인상…10년 만에 3%대로
이젠 물가에 경기까지 신경써야…IMF "韓 내년 2.0% 성장"
- 김혜지 기자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우리나라가 10년 만에 기준금리 3% 시대를 맞이했다. 물가를 잡기 위한 한국은행의 '빅 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이 역대 두 번째로 단행되면서다.
정부로서는 고물가와 함께 커지는 경기침체 우려도 신경쓰지 않을 수 없게 됐다.
12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3.00%로 0.50%포인트(p) 인상했다.
3%대 기준금리는 2012년 10월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한은이 앞서 당분간 금리를 0.25%p씩 점진적으로 인상하겠다고 한 포워드 가이던스(예고 지침)와 다르게 지난 7월 이후 다시 한 번 빅 스텝에 나선 것은 아직 물가 오름세가 확실히 꺾이지 않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5.6% 오르면서 5개월 연속 5%대 이상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게다가 물가 오름세는 애당초 예상했던 경로보다 꺾이는 속도가 늦춰질 수 있다는 시각이 최근 제기됐다. 이달 산유국의 원유 감산 결정과 지난달부터 지속된 1400원대 환율로 인해 원자재와 수입 물가가 전방위적으로 올라 물가 둔화세를 해칠 공산이 커졌다.
한미 기준금리 격차도 이번 빅 스텝의 주된 원인이 됐다.
최근 미 연준은 통화 긴축의 속도를 줄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시장의 기대를 넘어선 속도로 달러화의 몸값을 높이고 있다.
연준은 다음 달 초에도 4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0.75%p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제롬 파월 연준 의장부터가 지난 8월부터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려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거듭 언급한 상태다.
이런 예상에 따르면 이날 금리가 0.25%p 인상에 그쳤을 경우 11월에 이르러 한미 금리 차는 1.25%p(한국 2.75%, 미국 3.75~4.00%)에 이르게 된다. 이번 빅 스텝 직전까지 금리 차는 상단 기준 0.75%p(한국 2.50%, 미국 3.00~3.25%)였다.
이는 과거 한미 금리가 역대 최대 폭으로 벌어졌을 때(1996년 6월∼2001년 3월 1.50%p)와 유사해지면서, 국내에 투자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는 더욱 평가 절하(달러·원 환율 상승)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뜻이다.
환율 상승은 다시 수입물가에 영향을 미쳐 국내 물가 전반을 밀어 올릴 수 있다. 한은으로선 여러 면에서 금리차 축소가 물가·금융 안정이라는 정책 목표에 부합한다는 판단이다.
문제는 금리 상승이 경기 둔화를 비용으로서 수반한다는 점이다.
이미 우리나라는 내년 경제 성장 둔화에 직면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전날 세계경제전망에서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2.3%에서 2.6%로 상향 조정하면서도 내년 성장률은 오히려 0.1%p 낮춘 2.0%로 발표했다.
한은도 같은 시각을 보이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성장세 둔화 흐름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며 "올해 성장률은 지난 8월 전망치(2.6%)에 대체로 부합하겠지만 내년은 지난 전망치(2.1%)를 하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 성장률은 한국의 잠재 성장치로 추정되는 2%대 중반보다 낮으면서 심리적 마지노선인 2% 선과 정확히 같은 수치다. 자칫 이마저 어긋나면 1%대 성장 기로에 놓인다.
이처럼 한국의 성장 속도가 늦춰질 것으로 예상된 데에는 글로벌 경기 자체의 흐름이 둔화된 영향이 크다.
피에르-올리비에 고린차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신 전망에서 "올해 가해진 충격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부분적으로 아물었던 세계 경제의 상처를 다시 벌어지게 할 것"이라며 "다시 말해 최악은 아직 오지 않았다. 많은 이들은 2023년을 불황이라고 느낄 것"이라고 예상했다.
무역 의존도가 70%에 육박하는 한국 경제는 글로벌 경기 둔화가 쥐약과 같다. IMF가 내년 한국의 성장률을 대략적인 잠재 성장률 범위 아래로 본 이유다.
IMF만 아니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같은 이유로 내년 한국의 성장 동력 저하를 우려 중이다. OECD는 지난달 26일 "한국이 일본·호주 등과 함께 유럽·미국보다 약간 강한 성장 모멘텀을 유지하고 있으나 향후 대외 수요 둔화로 인해 성장 동력이 약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내년 상반기에는 마이너스 성장을 예상하는 시각도 늘고 있다. 주요 20개국(G20) 회의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현지시간으로 11일 "내년 경기 둔화 전망이 압도적으로 많으니 우리도 당연히 영향을 받게 된다"며 "내년 상반기가 특히 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대외 변동에 기인한 복합 위기 상황이 아직까지 한국 경제 내부의 시스템적인 위기로는 발전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추 부총리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해보면 우리 금융사의 건전성을 우려할 상황은 아직 아니다"라며 "부동산 등에 관해서도 조금 수습이 되는 단계이기에 상당 기간 버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정부의 초점은 미 통화긴축, 원유감산, 에너지위기 등 내년 초까지 지속될 대외 불확실성이 실물·금융경제의 도미노 위기로 연결되지 않게 관리하면서, 물가를 잡은 이후에는 우리 경제가 최소한 기술적 경기침체에 그치도록 방어하는 것이 된다.
당분간 한은의 통화정책이 긴축적으로 운용될 것이란 점은 부담이다. 이날 이창용 총재는 물가를 잡기 위한 금리 인상 기조를 강조하며 "추가 기준금리 0.5%p 인상이 경제 성장률을 0.1%p 전후로 낮출 것"이라고 언급했다.
금리 인상기에는 성장률을 제고하려는 목적으로 재정을 푸는 것이 어렵다. 이전 문재인 정부에서는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급속한 금리 인하가 대규모 확장 재정에 나설 수 있었던 배경이 됐다.
이 총재는 "거시경제적으로는 물가가 잡히고 나서 성장 정책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정부가 재정을 모두 풀어서 재정 확대 기조로 가면 통화 긴축 기조와 일관성이 사라져서 최근 영국이 당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재정은 긴축 기조로 가면서 취약계층을 타깃해 지원하는 건 매우 좋은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경상수지 개선을 위한 총 18건의 대책을 내년 초까지 내놓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또한 가계의 이자 부담 증가에 따른 소비 위축 등을 막고자 현재 80% 안팎인 가계부채 변동금리 비중을 내년까지 70% 초반으로 내리겠다고 밝혔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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