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찾아온 고물가 & 'S의 공포'…尹정부 첫 시험대

[고난의 고물가·고금리]① 尹 취임 즉시 '물가전쟁' 돌입
국제유가-원자재값 급등에 50조 추경까지…대응 딜레마

편집자주 ...[편집자주] 한국 경제가 고물가 고금리 시기로 접어들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채 끝나기도 전에 터진 우크라이나 사태마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는 등 메가톤급 악재가 잇따라 터지고 있는 탓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0년3개월 만에 4%대 상승률을 기록했고, 당분간 물가상승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수출 중심의 우리 경제는 치솟은 유가와 원자잿값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는다. 이로 인한 인플레이션은 가계의 실질소득을 낮추고, 제품가격 상승은 수출 경쟁력 약화로까지 이어져 한국 경제의 근간을 흔든다. 이에 <뉴스1>은 고물가와 금리 상승기 한국 경제가 처한 상황을 진단하고 위기 극복을 위한 주요 과제를 기획 시리즈로 다룬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오는 5월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의 초기 국정운영 성패는 사실상 '물가 관리'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 대외 변수로 인해 국제 유가와 원자재값이 치솟으면서 국내 물가 상승률은 10년 만에 4%대까지 올랐다. 이대로라면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될 정도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출범 이후 고물가 완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밝혔지만 물가 부담에 시달리는 민생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안정시킬지, 소위 '50조 추경'에 따른 딜레마는 어떻게 해결할지 아직은 묘수가 절실한 상황이다.

11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민생 물가 대책 마련을 새 정부 최우선 과제로 정했다.

물가 안정은 윤 정부가 추구하는 시장 중심 경제의 기초 토대가 되는 반면, 물가 상승은 내수와 투자를 위축시켜 새 정부 목표인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을 방해한다. 윤 당선인이 국정 과제 가장 첫머리로서 물가 대책을 거듭 강조한 이유다.

실제로 윤석열 정부의 초대 경제부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10일) 후보 지명 발표 직후 "지금 경제 상황이 엄중하다. 대외 여건도 녹록잖고, 국내에선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성장률은 둔화되는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추 후보자의 발언은 우리 경제가 경기침체 중 물가만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을 겪을 수 있다는 세간의 우려와 맞닿아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2022.4.10/뉴스1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객관적인 경제 지표에 기초한다.

앞으로의 경기 상황을 예측하는 선행지수순환변동치는 지난해 6월(101.8) 고점을 찍은 이후 8개월 연속으로 떨어져 지난 2월(99.8) 기준치인 100을 밑돌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부터 5개월 연속 3%대를 나타낸 이후 지난달(4.1%) 10년3개월 만에 4%대로 진입했다.

경기 불확실성이 커짐과 동시에 글로벌 악재가 겹치면서 물가가 치솟는 모습이다.

이에 현 경제 상황을 봤을 때 물가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은 대다수 전문가들이 동의하는 바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새 정부 국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특히 물가 관리"라면서 "(물가 상승에 따라) 시장금리가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기준금리를 올려 유동성을 회수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 부분에 대한 유의가 지금은 상당히 중요한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정부 입장에서 고물가 대책을 마련하는 작업은 쉽지 않다.

최근 물가 대응의 최대 걸림돌은 물가 오름세가 '대외 변수'에 의해 촉발됐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중국 내 코로나19 재확산, 국제 수급 불균형에 따른 공급망 차질 등이 전부 국내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김인철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우리나라는 한 달에도 엄청난 규모의 원유 수입을 하기에 원유 가격이 올라가면 물가 상승에 많은 영향을 준다"며 "또 그간에는 중국이 세계의 낮은 물가에 기여했는데, 상황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 앞으로 차이나 체인이 무너지면서 중국 내에서도 가격이 많이 올라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름과 원자재뿐 아니라 국제 곡물가격 상승에 따른 소위 밥상물가 상승세도 심상찮다. 지난달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식량가격지수(FFPI)는 전달과 비교해 12.6% 오른 159.3포인트로, 이 지수가 도입된 199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곡물 가격 지수가 전달보다 17.1% 치솟았다.

3월 소비자물가가 10년여 만에 4%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통계청이 이달 5일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6.06(2020년=100)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1% 상승했다. 물가상승률이 4%대에 올라선 건 2011년 11월과 12월 각각 4.2% 상승률을 기록한 이후 10년3개월 만이다. 사진은 이날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는 모습. 2022.4.5/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성 교수는 "국가 외부에서 발생하는 물가 압력은 정부로서 대응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도 "이를 그대로 놔두면 압력이 너무 높아질 수 있으니 적극적인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 동안 국가채무가 급증한 탓에 정부가 택할 수 있는 수단이 제한됐다는 점도 문제다. 정부가 재정 지출을 확대해 가계의 물가 부담을 지원하면 안 그래도 빠르게 악화한 재정 건전성이 더욱 추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정 지출 자체가 물가를 부채질할 소지도 있다. 특히 윤 당선인이 후보 시절 공약한 '50조 손실보상'을 이행하려면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50조원, 최소 30조원 규모로는 편성해야 하는데 이때에 풀려난 대규모 유동성은 기대 인플레이션을 높이고 수요를 증대시켜 물가를 견인할 수 있다.

그러나 새 정부는 물가를 이유로 추경을 포기할 순 없다는 입장이다. 추 후보자는 전날 "물가 때문에 추경을 멈출 수는 없다"라면서 "어떤 조합으로 (물가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면서 성과를 낼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새 정부는 물가 오름세 확산 우려를 최대한 덜 수 있는 지출 구조조정 등의 방법으로 추경 재원을 마련할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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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 정책과 재정 정책 간 세밀한 조화도 요구된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한 번에 두 단계(0.50%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시사하는 등 금리 인상에 속도를 붙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국은행은 최근 금리 인상 채비를 서두르는 중이다.

물가 관리가 제 1목표인 중앙은행으로서는 물가 지표 급등에 미국 내 움직임까지, 금리를 높일 명분이 보다 확실해진 셈이다.

실제로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낸 공동 성명에서 우크라 사태에 따른 글로벌 물가 쇼크를 우려하며 "각국의 통화 당국은 국제적인 물가 상승이 국내로 전가되는지를 조심스레 살펴보고 적절한 대응을 찾아가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처럼 한은이 물가를 잡으려고 금리를 높이는데, 재정 당국은 경기 활성화를 명목으로 재정을 무리하게 확장할 경우 재정과 통화 정책이 서로 엇박자를 내게 된다.

그렇다고 금리 인상을 손놓고 바라보면 가계부채 문제가 악화하면서 소비가 줄고 경기가 침체될 수 있다.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에 재정이 선별적으로 투입돼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보다 세심한 폴리시 믹스(policy mix, 정책 조합)가 필요한 시점이다.

인수위는 윤 당선인의 지시 아래 구체적인 물가 대응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가능한 대안으로는 유류세 추가 인하, 공공요금 동결 또는 인상 최소화, 유가 환급 등 민생 지원 사업이 거론된다.

한은과의 본격적인 공조도 예고했다. 인수위는 오는 14일로 예정된 기준금리 결정 금통위 이후 한은과 비공개 간담회를 갖고 물가 공동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8개 부처 장관 인선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수어통사역사 제외) 원희룡 국토교통부, 김현숙 여성가족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윤 당선인, 이종섭 국방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정호영 보건복지부,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2022.4.10/뉴스1 ⓒ News1 인수위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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