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TPP 피할 수 없는 선택…수출시장 확대 속 농업계 비상

홍남기, CPTPP 가입 본격화 "경제질서 변화…논의만 머물기 어려워"
수출시장 다변화 등 '기회 요인'…시장개방 압박 커질 농식품은?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회원들이 15일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농민 생존권 사수 한농연 총궐기 대회'를 갖고 올해 수확한 쌀을 트렉터와 발로 밟는 상징의식을 갖고 있다. 한농연은 'CPTT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가입 철회, 2022년 농식품 핵심 예산 증액, 산지 쌀값 안정 초과 물량 격리'를 촉구했다. 2021.11.15/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우리나라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TP)' 가입 절차에 착수했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수출입 시장 다변화 등을 통해 양질의 외국인직접투자(FDI)도 이끌어 낼 수 있다는데 일단 관련 학계나 산업계의 반응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무역자유화 수준이 높아지는 만큼 농축산 분야에 미치는 타격도 배제할 수 없어 적잖은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홍남기, CPTTP 가입 공식화 "경제질서 변화…논의만 머물기 어려워"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26차 대외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2021.12.13/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26차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정부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위한 여론 수렴과 사회적 논의에 착수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CPTPP는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2017년 미국이 탈퇴하자 일본과 호주, 멕시코 등 나머지 11개 국가가 2018년 12월 30일 출범시킨 협의체다. 전 세계 무역의 15%, GDP의 13%정도를 차지하는 거대 경제블록이다.

가입국은 일본, 캐나다, 호주, 브루나이, 싱가포르, 멕시코, 베트남, 뉴질랜드, 칠레, 페루, 말레이시아 등 11개국이다.

홍 부총리는 "최근 중국, 대만의 CPTPP 가입신청, RCEP 발효(2022년 초) 등 아태지역 내 경제질서 변화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어 더 이상 CPTPP 가입에 관한 정부부처 간 논의에만 머물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교역·투자 확대를 통한 경제적‧전략적 가치, 우리의 개방형 통상국가로서의 위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CPTPP 가입을 본격 추진하기 위해 다양한 이해관계자 등과의 사회적 논의를 바탕으로 관련절차를 개시하겠다"고 했다.

또 "멕시코, GCC(걸프경제협력이사회) 등 주요국과의 FTA 재개 등도 면밀히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는 지난 10월 중국과 대만이 CPTPP 가입 신청에 나선 이후 가입을 공식 검토해 왔다.

당초 대일 무역적자 심화, 일부 산업 타격 우려로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왔던 정부는 최근 CPTPP를 둘러싼 미국, 중국 등 주요국의 입장 변화를 계기로 가입 쪽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 10월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가입 추진을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회의가 두 차례 연기되면서 미뤄졌다.

◇'미-중' 갈등 속 수출시장 다변화 피할 수 없는 선택

미국의 한 고위 관계자가 6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연말 전에 화상 정상회담을 개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사진은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모습. ⓒ AFP=뉴스1 ⓒ News1 금준혁 기자

올해 초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과 함께 KDI 한국개발연구원이 내놓은 '바이든 시대 국제통상환경과 한국의 대응전략'이라는 연구보고서를 보면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통상지형을 확대하는 측면에서 CPTPP 가입은 매우 효과적인 정책"이라고 제언했다.

미중 갈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 속 한국의 CPTPP 가입은 높은 수준의 무역자유화를 통한 수출시장의 다변화를 촉진해 대중 수출의존도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산업경제연구원이 발표한 'CPTPP의 미래와 우리의 대응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CPTPP의 관세 인하는 즉시 철폐부터 최장 21년의 유예 기간을 통해 품목 수 기준 95~100%의 높은 수준의 자유화를 보인다.

국별로 살펴보면 관세 철폐 예외, 장기 철폐 등을 통해 국별 민감성을 반영하면서도 싱가포르 100%, 호주, 캐나다, 멕시코 등 99% 이상, 베트남 97.9%, 일본 95%의 자유화 수준을 달성했다. 품목별로는 공산품 99.8% 이상, 농산물 95% 이상, 수산물은 100% 관세를 철폐했다.

여기에 누적원산지 기준을 활용, CPTPP 역내 GVC(글로벌 가치사슬, Global Value Chain)에 효과적으로 편입할 경우 우리 중소기업의 수출 증진을 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누적원산지 제도는 TPP에서 채택한 제도로, CPTPP도 2018년 말 도입·발효 중에 있다.

CPTPP 회원국에서 생산한 어떤 중간재도 CPTPP 수출국의 자국 생산품으로 인정하는 것으로, 역내 투자와 중간재 무역거래의 활성화를 위해 도입됐다.

양질의 '외국인직접투자'를 이끌 수 있는 정책적 수단으로서의 CPTPP 가입 필요성도 언급했다.

동아시아의 GVC 변화가 한국경제의 중요한 성장동력인 수출에 대한 전망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상황 속 한국경제의 높은 무역의존도를 보완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한데 CPTPP 가입을 통해 FDI 유치를 보다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미중이 대립하는 상황 속에서 중국에 진출한 외국인투자자의 탈중국 동기가 존재하는 만큼 충분한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시장개방 압박 더 커질 '농식품 분야'는 위험요인?

지난해 기상악화와 소비 감소 등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던 쌀 생산량이 6년 만에 증가한 가운데 15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비봉면 수라청연합농협미곡처리장(RPC)에서 관계자들이 수매한 벼의 수분함량을 검사하고 있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쌀 생산량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쌀 생산량은 388만2000톤으로 지난해보다 10.7% 증가했으며 재배면적은 73만2477헥타르(㏊·1㏊=1만㎡)로 전년보다 0.8% 늘었고, 10아르(a·1a=100㎡)당 생산량도 전년보다 9.8% 늘어난 530㎏이다. 2021.11.15/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세계 무역질서에서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 높은 수준의 무역자유화 정책으로 인한 우리 농축산 분야의 리스크도 불가피해 보인다.

가입국이자 우리나라 주요 교육국인 베트남, 일본, 싱가포르 등에서의 농식품 수입에 따른 우리나라 농업의 타격이 예상된다.

당장 CPTPP 가입 추진 소식에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는 즉각 성명을 내 "CPTPP 가입 선언은 대한민국 농업, 나아가 먹거리 주권 포기나 다름없다"고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협의회는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이 높은 수입 농산물의 증가는 장기적으로 농업 생산기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로 인해 더 큰 대가를 지불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정부와 정치권은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250만 농업인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대대적인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CPTPP가 높은 수준의 자유화를 합의했다고는 하나 한국이 기체결한 FTA와 유사한 수준으로 가입 시 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가장 민감한 농식품 분야의 경우 한국이 CPTPP 회원국과 기체결한 FTA의 자유화율은 평균 78.4%다. 이는 일본의 CPTPP 농식품 분야 관세철폐율 76.2%보다 높은 수준이다.

CPTPP 가입 시 한국의 농식품 분야 개방 정도도 협상에 의해 결정될 텐데 일본의 농식품 분야 관세철폐율이 한국이 기존에 체결한 FTA에서 철폐한 비중보다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협상의 유리한 카드로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 판단이다.

한국개발연구원 송영관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무역자유화는 산업 구조의 변화를 가져오고 이 과정에서 경쟁력이 낮은 기업이 퇴출된다는 점은 피할 수 없다"면서 "CPTPP 가입에 따라 일부 산업에서 수입 증가에 대한 염려가 있지만, 산업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는 일부 생산성 낮은 기업의 퇴출은 수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농업에 대한 정책 또한 농산물 수급 불균형 등의 문제에 대응함에 있어 보호장벽을 통해 수입을 억제하기보다는 공익형 직불제의 성공적 시행으로 농가의 소득을 보전하고 농업경쟁력을 높이는 정책을 추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uni121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