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남의 계좌에 "보이스피싱 당했다"며 지급정지
금감원, '정상계좌' 악용한 지급정지 신청자 금융사 블랙리스트 올려 정보 공유키로
- 신수영 기자
(서울=뉴스1) 신수영 기자 = 금융사기를 당하지도 않았는데 다른 사람의 계좌에 대해 '보이스피싱에 속아 내 돈을 그 계좌로 입금했으니 지급정지를 한 뒤 계좌에 돈이 남아있으면 내게 지급해달라'고 허위신청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허위신청자들은 사이버 도박 자금을 회수하거나, 지급정지를 취소하는 대가로 통장 실소유자에게 돈을 받는 등의 방법으로 이득을 취했다.
금감원은 일정 횟수 이상 반복적으로 보이스피싱 피해를 주장하며 지급정지를 신청하는 사람을 은행권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피해구제 신청시 허위일 경우 3년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는 점을 알려 경각심을 고취시킬 계획이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10월 중 국민은행 등 6개 은행에 피해구제 신청이 들어와 지급이 정지된 계좌를 분석한 결과, 전체 지급정지된 계좌 2081건 중 21.3%(446건)가 이처럼 허위 피해구제를 신청한 사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례 중 67명은 20회 이상 반복적으로 지급정지를 신청했으며, 이들이 신청한 지급정지 건수만 무려 3421건에 달했다. 6개 은행 외에 다른 은행에 연결된 계좌까지 지급정지가 함께 신청되다보니, 이로인해 5081건의 계좌가 지급정지됐다.
사실상 지급정지를 할 필요가 없는 정상계좌인데도, 돈을 찾을 수 없게 돼 실제 통장 소유자가 불편을 겪게 된 것이다. 이중에서 20.1%(1023계좌)는 실제로 채권소멸절차가 시작됐으며, 고작 30개 계좌만이 이의제기가 들어와 지급정지가 풀렸다.
실제로 장 모씨는 사이버 도박을 하면서 자신이 도박자금을 입금했던 계좌에 대해 43차례나 지급정지를 신청했다. 총 129개 계좌가 지급정지됐는데, 그는 최근 수사기관에 보이스피싱을 당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지급정지를 신청한 계좌는 도박사이트의 계좌라고 자백했다. 도박자금을 잃은것이 아까워 이를 회수할 목적으로 허위 신청을 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정상계좌가 지급정지에 악용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관련 절차를 개선키로 했다. 일단 허위신청이 유선(전화) 신청에서 잦다는 점을 감안, 유선신청 후 일정 기간(예:14일) 내에 서면신청서를 내지 않을 경우 지급정지를 종료할 계획이다.
또 피해구제 신청을 한 사람의 정보를 은행권에서 공유하고, 피해구제 신청이 잦은 사람이나 계좌는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금융사가 이들을 적극 고발토록 유도할 방침이다.
이밖에 허위신청이 중대 형사범죄라는 점을 보다 잘 인식할 수 있도록 피해구제 신청서에 허위신청 처벌규정(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이 명시되며 확인서명란도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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