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투자 1호 발표, 왜 늦어지나…마지막 관문은 트럼프 결정

한국 측 절차와 한미 실무 협의 마무리…남은 건 미국 승인
미국투자위원회 추천 뒤 트럼프 결정…발표 시점 주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아이오와에 제철소를 건립하는 계획을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2026.9.28 ⓒ 로이터=뉴스1

(세종=뉴스1) 조용훈 기자 = 대미투자 1호 사업의 공식 발표가 국회 보고 이후 일주일 넘게 미뤄지고 있다. 한국 측의 국회 보고와 한미 간 실무 협의는 마무리됐지만, 미국투자위원회 추천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종 투자처 선정 등 미국 측 내부 절차가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추가 협상이나 한미 간 입장 차이 때문이 아니라 미국 측 내부 행정 절차에 따른 지연이라는 입장이다.

30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대미투자 1호 사업 발표가 늦어진 배경에는 추가 협상이나 한미 간 입장 차이보다 미국 측의 내부 행정 처리가 남아 있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28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미국 내부 절차상의 이유로 늦어지고 있다"며 "한미 간 내용상 이견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알고 있다"고 답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4일 "9월 중 마무리할 생각이고 변함이 없다"고 밝혔으나, 9월 마지막 날인 이날까지 발표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한민국과 미합중국 간 전략적투자의 운영 및 관리를 위한 특별법'에 따른 대미투자 사전보고를 하고 있다. 2026.9.22 ⓒ 뉴스1 황기선 기자
대미투자 발표, 왜 미국 측 절차에서 멈춰 있나

한미전략투자특별법과 지난해 11월 체결된 한미 전략투자 양해각서(MOU)에 따르면 대미투자는 국회 사전 보고와 한미협의위원회 협의, 미국투자위원회 추천을 거쳐 미국 대통령이 최종 투자처를 선정하는 절차로 진행된다.

가장 큰 이유는 투자처 선정 권한이 미국 대통령에게 있다는 점이다. 미국투자위원회가 상업적 합리성을 갖춘 사업을 추천하더라도, 어떤 사업에 투자할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 결정하고 공개적으로 선언해야 확정된다. 단순한 행정 처리가 아니라 대규모 자금의 투입 방향과 정책 우선순위를 함께 정하는 사안이라는 의미다.

투자위원회 추천도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위원장을 맡고 복수의 부처가 관여하는 절차다. 투자위원회는 한국 산업부 장관이 위원장인 한미협의위원회와 협의해 상업적으로 합리적인 투자만 추천해야 한다. 양국 실무 협의가 끝났더라도 미국 내부에서 부처 간 조율과 문서 작업이 추가로 필요한 구조다.

미국 측 외교 일정도 변수로 꼽힌다. 최근 미중 정상회담 등 주요 외교 일정이 이어진 가운데, 이 같은 일정이 대미투자 발표를 위한 미국 내부 절차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 참석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 로이터=뉴스1
한국 측 절차와 실무 협의는 마무리…발표 준비 국면

한국 측은 국회 보고와 한미 실무 협의까지 마친 상태다. 이 부총리와 김 장관은 지난 22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각각 출석해 대미투자 협상 경과와 추진 현황을 비공개로 보고했다.

국내 의사결정은 산업부 장관이 위원장인 한미전략투자사업관리위원회의 검토와 재정경제부 장관이 위원장인 한미전략투자운영위원회의 심의, 의결을 거친다. 정부는 이후 한미협의위원회 협의까지 진행했고, 현재는 미국 측 추천과 대통령 선정만 남았다고 설명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실무선에서는 양국의 절차가 마무리된 것"이라며 최종 협의 과정에서 새로운 쟁점이 불거진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자금 집행 준비도 진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구체적인 송금 일정과 방식은 공식 발표 이후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주별 데이터센터 투자 계획. 1GW 이상 투자가 계획된 주만 표시했으며, 상위 10개 주에 해당한다. 자료=Cleanview Data Center Tracker(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9.29/뉴스1
1호 텍사스 가스발전 넘어 원전·알래스카 LNG 검토

이번 발표는 2000억 달러 규모 대미 전략투자 가운데 첫 사업을 공식화하는 단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김 장관은 22일 국회 보고에서 정부가 추진 의사를 결정한 프로젝트 1건과 아직 최종 결정은 하지 않았지만 양국의 관심을 반영한 프로젝트 2건의 추진 계획을 보고했다.

1호 사업인 텍사스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은 총사업비 약 223억 달러 규모다. 텍사스는 반도체 공장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가 잇따라 들어서면서 전력 수요가 급증한 지역으로 꼽힌다. 정부는 20년간 432억 9000만~454억 300만 달러의 수익으로 원리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사업성 검토 결과를 국회에 보고했다.

후속 사업으로는 미국 내 대형 원전 8기 건설과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이 검토되고 있다. 다만 두 사업은 투자 구조와 사업성, 투자 조건에 대한 추가 협의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정성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통상추진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6.8.26 ⓒ 뉴스1 김기남 기자
박정성 통상본부장 방미…한미 통상 접촉 가능성도

박정성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29일부터 10월 2일까지 미국을 방문 중이다. 주목적은 30일부터 10월 1일까지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주재로 열리는 G20 무역장관회의 참석이다.

산업부는 이번 방미가 대미투자 관련 별도 협의라기보다 다자 통상 현안 대응 차원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에 머무는 만큼, 회의를 계기로 한미 통상당국 간 별도 접촉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대미투자 발표는 미국투자위원회 추천과 트럼프 대통령의 투자처 선정이 끝나는 대로 이뤄질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한미 간 입장 차이가 없다는 설명이 반복되는 만큼, 남은 부분은 사실상 행정적 확인에 가깝다.

다만 미국 측 내부 처리가 언제 끝날지는 아직 정해진 일정이 없다. 1호 사업 공개가 10월 중 이뤄질지, 원전과 알래스카 LNG 등 후속 사업 협의가 어떻게 진전될지는 미국 행정부의 최종 판단과 양국 간 후속 논의에 달려 있다.

joyongh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