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만에 다시 美 찾는 김정관…'대미 투자·관세' 막판 조율 나서나

9월 1호 프로젝트 선정 앞두고 방미…투자 대상·조건 막판 조율 가능성
美 투자 이행 압박 재개…러트닉 등 고위급 면담 여부 주목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대미 투자 프로젝트 및 한·미 통상 현안 협의를 마치고 20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8.20 ⓒ 뉴스1 이호윤 기자

(세종=뉴스1) 김승준 기자 =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지난달에 이어 13일 만에 다시 미국을 찾는다. 이번 방문의 구체적인 목적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9월 중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전략투자의 첫 프로젝트 선정을 앞둔 시점이라는 점에서 대미 투자와 관세 합의 이행을 둘러싼 추가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미국 측의 투자 이행 속도에 대한 압박이 다시 커진 만큼, 이번 방미를 계기로 양국 간 막판 조율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양국은 지난달 김 장관의 방미 이후에도 고위급 대면·화상회의를 이어가며 1호 프로젝트 선정을 위한 협상을 진행해왔다. 김 장관은 당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이틀 연속 만나 "굉장히 많은 부분을 해결했다"고 밝혔지만, 최종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당초 '8월 말~9월 초'로 거론됐던 발표 시점도 '9월 중'으로 조정됐다.

이에 따라 이번 방미에서 고위급 협의가 이뤄질 경우 지난달 협상에서 남은 쟁점을 좁히고 1호 프로젝트의 세부 조건을 확정하는 작업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시 커지는 美 '이행 속도 불만' 압박

1일 정부에 따르면 김 장관은 이날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지난달 16~19일 방미 이후 약 13일 만이다.

이번 방미가 주목되는 가장 큰 이유는 미국 측의 대미 투자 이행 속도에 대한 불만이 최근 다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한미 양국은 미국의 한국산 제품 관세를 15%로 낮추는 대신 한국이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이 가운데 1500억 달러는 조선 분야 협력에 배정됐고, 나머지 2000억 달러는 분야를 특정하지 않은 전략투자로 추진되고 있다.

조선 분야 협력은 별도로 진행되고 있지만, 나머지 2000억 달러의 개별 투자 프로젝트는 아직 확정·발표되지 않았다. 한국 정부가 대미투자특별법 제정과 한미전략투자공사 출범 등 투자 집행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음에도 실제 투자처와 규모, 수익성, 위험 분담 등 구체적인 조건을 둘러싼 협상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측은 최근 이 같은 투자 프로젝트 확정 지연에 대해 이행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1월 한국의 한미 무역 합의 이행 입법이 지연되고 있다며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다시 25%로 올릴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 입법 절차가 마무리된 현재는 실제 투자 프로젝트를 얼마나 빠르게 확정하고 집행하느냐가 한미 합의 이행의 핵심 변수로 떠오른 셈이다.

사업 대상부터 투자 조건까지…남은 쟁점

김 장관은 지난달 16~19일 예정에 없던 미국 방문에서 러트닉 장관과 이틀 연속 만나 대미 전략투자 프로젝트 선정을 조율했다.

귀국 직후 김 장관은 "협상을 해오는 과정에서 실무자 간 해결되지 않은 쟁점들이 있었다"며 장관급 협의를 통해 "굉장히 많은 부분을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후에도 최종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고, 추가 화상회의 등을 통해 합의점을 찾기로 했다.

당초 8월 말~9월 초로 예상됐던 1호 프로젝트 발표가 9월 중으로 늦어진 것도 이 같은 추가 조율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협상의 쟁점은 사업 선정 자체부터 투자 구조와 조건까지 복합적으로 얽혀 있을 가능성이 있다.

한미 양국은 3500억 달러(약 498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 중 2000억 달러를 현금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29일 오후 경주 APEC 국제미디어센터에서 '한미 정상 오찬 정상 회담' 관련 브리핑을 통해 이같은 내용의 관세 협상 세부 내용 합의안을 발표했다. ⓒ 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에너지 1호' 유력?…투자 구조 등 막판 변수

현재 1호 프로젝트로는 미국 텍사스 엔시날 가스복합발전소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부는 구체적인 프로젝트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공개적으로 밝힌 방향은 에너지 분야다. 미국의 전력 수요 증가와 국내 기업의 사업성을 함께 고려해 에너지 사업을 우선 검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장관 역시 지난달 방미 후 "에너지 분야를 중심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미국이 어떤 사업을 1호 프로젝트로 원하는지는 명확하게 공개되지 않았다. 최근에는 미국이 한국 반도체 기업의 미국 내 생산시설 투자를 압박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면서, 투자 대상 자체를 둘러싼 양국 간 시각차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다만 반도체 투자가 현재 협상의 직접적인 쟁점이라고 확인된 것은 아니다.

결국 미국이 기대하는 현지 생산·고용과 공급망 강화 효과와 한국이 중시하는 투자 수익성·사업성을 어떻게 조율하느냐가 사업 선정 과정의 핵심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

사업 선정 못지않게 중요한 변수는 투자 구조다.

한미 양해각서(MOU)에 따르면 2000억 달러 규모 전략투자를 관리하기 위한 우산형 특수목적회사(SPV)를 두고 미국 또는 미국이 지정한 주체가 이를 관리·지배하도록 돼 있다. 개별 프로젝트 SPV에 대해서도 '미국이 전적으로 소유하는(wholly-owned by the United States)' 별도 특수목적법인이라는 표현이 담겼다.

여기서 '미국 소유'의 범위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한국 기업의 참여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미국 정부나 미국이 지정한 현지 주체가 직접 소유해야 한다는 해석과, 한국 기업이 미국에 설립한 현지법인의 참여가 가능하다는 해석 사이에 차이가 생길 수 있어서다.

이는 지분뿐 아니라 이사회·의결권 등 의사결정 구조, 사업 수익의 귀속, 투자금 회수 조건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한국 입장에서는 미국 내 투자 효과와 함께 사업의 상업적 타당성과 투자금 회수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다.

다만 '미국 소유' 해석이 현재 협상 지연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확인된 것은 아니다. 반도체 투자나 원전 협력 등을 둘러싼 여러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지만, 정부는 구체적인 협상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美 '전략적 투자'와 韓 '상업적 투자'…관세와도 연결

대미 투자 협상의 핵심은 미국이 기대하는 전략적 효과와 한국이 요구하는 상업적 타당성 사이의 간극을 얼마나 좁히느냐에 있다.

미국으로서는 한국의 대규모 자금이 현지 생산시설과 전력·산업 기반을 확충하고 고용과 공급망 강화로 이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반면 한국은 3500억 달러라는 대규모 투자를 장기간 집행해야 하는 만큼 투자금 회수와 수익성, 사업상 권리를 확보해야 한다.

이 때문에 1호 프로젝트의 사업성뿐 아니라 투자 규모와 위험 분담, 운영 및 수익 배분 구조 등 세부 조건을 둘러싼 조율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특히 대미 투자는 지난해 한미 무역 합의에서 관세 인하와 맞물려 결정된 사안이라는 점에서 통상 현안과 분리해 보기 어렵다. 미국은 한국의 투자 이행 속도를 합의 이행의 중요한 기준으로 보고 있고, 한국 입장에서는 투자 조건을 둘러싼 협상 결과가 향후 대미 통상관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 김 장관은 지난달 방미 당시 대미 투자 협상과 함께 미국 무역대표부(USTR) 측과 추가 관세 문제도 논의했다. 당시 김 장관은 한미 간 15% 관세 상한에 대한 상호 이해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번 방미에서도 양측이 만난다면 대미 투자 프로젝트의 세부 조건과 함께 관세 합의 이행 문제까지 논의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있는 이유다.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한·미 양국은 대미투자프로젝트 발굴을 위해 다양한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구체적인 프로젝트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9월 중 1호 프로젝트 선정이라는 시간표가 다가온 만큼, 이번 방미에서 양측이 남은 쟁점을 얼마나 좁히느냐가 향후 대미 투자 협상의 속도를 좌우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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