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원가 상승 본격 반영…한전 재무 개선 '제동'

7월 SMP 평균 1kWh당 132.86원, 전년동월(120.39원) 대비 10%↑
호남권 반도체 등 대규모 투자비용, PPA 제도 개편 논의도 부담

전남 나주 혁신도시에 위치한 한국전력 본사 사옥.2023.9.27. ⓒ 뉴스1 서충섭 기자

(세종=뉴스1) 김승준 기자 = 중동 전쟁발 에너지 가격 상승이 하반기부터 발전 원가에 본격 반영되면서 한국전력공사(015760)의 실적과 재무 개선에 다시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정부 안팎에서 전기요금 조정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대규모 송전망 투자와 원전 PPA(전력구매계약) 확대 논의 등 추가 부담 요인도 겹쳐 재무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전 전력 구매 단가 상승세…증권가 "하반기 이익 감소할 것"

31일 업계와 전력거래소 등에 따르면 이달 1~30일 육지의 일별 가중평균 계통한계가격(SMP)의 평균은 1킬로와트시(kWh)당 132.86원으로 전년 120.39원 대비 10% 상승했다. 특히 27~30일 SMP는 140원을 돌파해 지난달 평균 114.11원에 비해 빠르게 상승한 상태다.

SMP는 발전소가 생산한 전기를 전력시장에 판매할 때 적용되는 전력 도매가격이다. SMP가 상승하면 원가 부담이 커지고, 동일한 전기요금 체계에서 한전의 수익성이 악화한다.

이 같은 가격 상승의 원인은 중동 정세 불안정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에 따른 발전 원가 상승으로 꼽힌다.

실제 금융권에서는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원가 상승 부담이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이익 감소가 예상되는 가운데 최근 에너지 가격 변동은 실적 불안을 키우는 요인"이라며 "중동 사태에 따른 에너지 가격 변동이 지속됨에 따라 올해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를 기존 12조 원대에서 9조 원대로 추가 하향 조정했으며, 이로써 하반기에는 전년 대비 영업이익 감소가 두드러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도 "6월 들어 유가가 하락했으나 이는 12월경 반영될 전망"이라며 "3분기, 4분기 실적 부진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이러한 실적 악화가 한전의 재무 구조 개선을 더디게 한다는 것이다.

1분기 기준 부채는 206조 원, 차입금은 128조 원 수준으로 일일 이자 비용만 114억 원을 부담하고 있다. 이는 2021~2023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이 전기 요금에 반영되지 못해 발생한 누적 영업적자 영향이 크다.

당시 악화한 재무 상황이 개선되지 못한 상황에서 중동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불안정이 더해진 것이다.

17일 관가에 따르면 지난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시간대별로 동일한 가격을 책정하고 있는 가정용 전기요금에 대한 개편 필요성을 언급했다. 대통령과 주무부처인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을 공감한 만큼 올해 4분기 전기요금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시내 상가에 설치된 전기 계량기의 모습. 2026.7.17 ⓒ 뉴스1 최지환 기자
전기 요금 조정론 솔솔…대규모 투자, PPA 논의가 변수

정부 일각에서는 향후 전기요금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그간 한전의 재무 악화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산업경쟁력 확보와 물가 안정을 이유로 2025년부터 전기요금은 동결 기조를 유지해 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3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물가 부담이나 국민들의 소득 문제가 없다면 가정용 전기요금을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서민들의 부담이 문제가 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저소득층에 대해서는 일종의 바우처 형태로 지원해 주는 방법도 있다. 정책 토론을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전기요금 인상이 이뤄지더라도 대규모 국책 프로젝트 투자를 앞둔 상황이어서 재무 개선이 더딜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재명 정부는 공약으로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 사업을 제시하고 추진 중이다. 이 사업은 2030년에 새만금-수도권 구간의 송전망을 확보하고 2040년 서해안-남해안-동해안을 아우르는 U자형 전력망을 목표로 한다.

서해안 구간의 사업비 규모는 약 11조 5000억~12조 원, U자형 전국망 사업비 규모는 20조~40조 원 규모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달 발표된 서남권 반도체 산단에 전력 공급을 위한 변전소, 전력망 등 인프라 확충에도 막대한 자금이 들어갈 전망이다.

이런 투자 비용 외에 전력구매계약(PPA) 제도 개편도 한전 재무구조 개선의 또 다른 변수다. PPA는 발전사업자와 소비자가 장기 계약을 맺는 등 직거래를 하는 제도다.

현재는 재생에너지를 대상으로 PPA 제도가 운영되고 있으나, 최근 이를 원자력발전으로 확대하자는 법안이 발의됐다.

PPA를 활용하면 수요 기업은 장기적인 전력비용 예측이 쉬워지고 전력 조달 안정성도 높일 수 있다. 발전사업자 역시 장기 수요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원전 PPA 도입에 따른 우려도 나온다. 원전 전력이 한전을 거치지 않고 대형 수요처에 직접 공급될 경우 한전의 판매전력량이 줄고, 상대적으로 낮은 원가의 원전 전력이 이탈하면서 한전의 평균 전력 구매비용이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전의 재무구조 악화뿐 아니라 다른 전력 소비자의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전 관계자는 "향후 대규모 투자, 재무 구조 개선 등을 고려하면 요금 인상이 필요한 상황"이라면서도 "현재는 재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임직원 임금 인상분 반납, 부동산 및 자산 매각, 업무 및 비용 절감을 포함한 고강도 자구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전은 2022년 재정건전화계획을 수립해 지출재구조화, 비용절감을 위한 전력시장 제도개선, 설비 유지보수 기준 효율화 등을 통해 총 15조 1000억 원 규모의 재무 개선 실적을 달성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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