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라이더도 최저임금 적용되나…최임위, 도급제 적용 논의 본격화

노동부 실태조사 결과 첫 공개…플랫폼·특고 적용 여부 본격 논의
노동자성·최저보수 산정방식 쟁점…최저임금 보호범위 확대 시험대

권순원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5월 2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열린 2027년도 최저임금위원회 2차 전원회의에 참석, 책상에 쌓인 최저임금 지침 자료들을 살펴보며 회의에 임하고 있다. 2026.5.26 ⓒ 뉴스1 김기남 기자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가 단순한 인상 수준 논의를 넘어 적용 대상을 어디까지 확대할지를 둘러싼 쟁점으로 확장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오는 4일 도급제 근로자 실태조사 결과를 처음 공개하면서 배달라이더와 택배기사 등 플랫폼·특수고용 노동자의 제도 편입 여부가 본격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이번 논의는 최저임금의 수준이 아니라 보호 범위 자체를 다루는 첫 공식 검토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노동자성 판단과 임금 산정 방식 등 핵심 쟁점이 복잡해 제도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최저임금 얼마 올릴까" 넘어 "누구까지 보호할까"

최저임금위원회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열리는 제3차 전원회의에서는 고용노동부가 실시한 '도급제 근로자 최저임금 별도 적용 논의를 위한 실태조사' 결과가 위원들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도급제 노동자 최저임금 논의는 지난해 최저임금위원회에서도 한 차례 쟁점으로 떠올랐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당시 노동계는 플랫폼 노동자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확대를 요구했지만 노사 간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논의는 공익위원 권고문 형태로 정리됐다.

당시 공익위원들은 "노동계가 준비한 실태조사 자료로는 도급제 직종의 근로자 범위나 임금 결정 기준 등 논의를 진척시키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논의의 본격적 진전을 위해 고용노동부가 가능한 수준에서 최저임금법 제5조제3항의 적용과 관련된 대상, 규모, 수입 및 근로조건 등 실태를 조사해 그 결과를 2027년도 최저임금 심의 시 제출해 주길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노동부는 관련 연구용역을 실시했고, 그 결과가 이번 3차 전원회의에서 처음 공개된다.

올해는 김영훈 노동부 장관이 최저임금 심의요청서에 "도급제 또는 유사 형태 임금 근로자에 대해 최저임금을 따로 정할지 여부"를 검토해 달라고 명시하면서 처음으로 공식 심의 안건이 됐다.

최저임금 제도 안에 배달라이더도 포함될까…쟁점은 결국 '노동자성'

이번 논의의 핵심은 플랫폼 노동자와 특수고용 노동자를 어디까지 최저임금 보호 대상에 포함할 수 있느냐다.

박용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의 '도급제 노동자 최저임금 확대방안' 보고서는 플랫폼 노동자와 특수고용 노동자의 상당수가 사실상 노동자와 유사한 형태로 일하고 있음에도 최저임금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보고서는 "플랫폼노동자, 프리랜서, 특수고용노동자의 경우, 대부분 독립사업자(자영업자) 형태를 띠고 건수별로 수당(임금)이 지급되는 형태로서 도급계약 방식을 취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사용종속성과 경제종속성을 기반으로 함에도 불구하고 평균시급은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이에 대한 개선과 적극적인 최저임금 보장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플랫폼노동 관련 이슈 중 가장 핵심적인 이슈가 '노동자성'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 개념은 '사용 종속성'이라고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노동계는 플랫폼 기업의 배차 시스템과 알고리즘 통제, 수수료 결정 구조 등을 고려하면 상당수 플랫폼 노동자가 사실상 사용자 지휘·감독 아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경영계는 계약 형태가 다양하고 노동시간 산정이 쉽지 않다는 점을 들어 적용 확대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노동자성 인정 범위부터 최저보수 산정까지 쟁점 산적

설령 적용 필요성에 공감대가 형성된다고 하더라도 실제 최저보수를 어떻게 산정할 것인지는 또 다른 과제다.

도급제 노동자는 시급이 아니라 건당 수수료나 실적에 따라 보수를 받는다. 배달라이더는 건당 배달료를 받고, 대리운전기사는 운행 건수에 따라 수입이 달라진다. 문제는 현재 보수 산정 과정에서 대기시간과 이동시간, 준비시간 등이 노동시간으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유류비와 보험료, 차량 유지비 등 업무 수행 비용도 대부분 개인이 부담한다.

박용철 위원은 "업무준비시간과 주휴시간 적용 시 전 직종 최저임금 미달", "소요비용 적용시 전 직종 최저임금 미달"이라고 분석했다. 명목상 수입은 최저임금을 넘더라도 실제 노동시간과 업무 비용을 반영하면 최저임금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건당 평균 소요시간과 준비시간, 경비 등을 반영한 별도 최저보수 산정 방식을 제안했다. 배달노동자와 디지털 라벨러는 건당 평균 소요시간을 기준으로, 대리기사는 이동시간을 포함한 총 소요시간을 기준으로 최저보수를 계산하는 방식이다.

다만 실제 제도 도입까지는 적지 않은 과제가 남아 있다. 적용 대상 직종 선정부터 노동자성 판단 기준, 노동시간 산정 방식, 최저보수 산식, 사용자 책임 범위 등을 둘러싼 추가 논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번 논의가 갖는 의미는 적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 등이 수행한 '플랫폼·특수고용 노동자 적정임금 보장방안 연구' 보고서는 "실제로 산재보험·고용보험·산업안전보건법은 이미 2018~2020년 전후로 노무제공자 범주를 통해 플랫폼·특수고용 노동자 상당수를 포괄하기 시작했지만 주요 노동관계법 가운데 최저임금법만이 적용대상 확대에서 사실상 멈춰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또 "플랫폼·특수고용 노동자에게 최저임금 또는 적정임금을 보장하는 과제는 단순히 새로운 권리를 추가하는 문제가 아니라 노동관계법이 보호대상을 확장해 온 역사적 흐름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올해 처음으로 도급제 노동자 문제를 공식 심의 안건으로 다루는 만큼, 제3차 전원회의는 당장 제도 도입 여부를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 향후 논의 방향을 가늠하는 출발점이 될 전망이다.

freshness41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