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원유 수급 위기설에 정부 '신중 모드'…"비축유 방출은 최후 수단"(종합)

"민간 정유사도 당장 비축유 방출 필요성 못 느끼는 상황"
원유 중동 의존도 20%p↓…"수급처 다변화 노력 지속"

양기욱 산업통상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이 3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산업부 기자실에서 중동전쟁 관련 국내 석유·가스 가격 동향, 주요 업종 영향 및 대응 등에 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산업통상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3.31 ⓒ 뉴스1

(세종=뉴스1) 김승준 이정현 기자 = 국제에너지기구(IEA)와 한국 정부가 약속한 비축유 방출 기한이 2주가량 남았지만, 정부는 8월 수급 위기 가능성에 대비해 비축유 방출 카드를 최대한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양기욱 산업통상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26일 정부세종청사 중동전쟁 대응본부 브리핑에서 "최근 중동 상황이 호전될 가능성이 나오면서 상대적으로 불안감이 잦아들긴 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8월 이후 수급 상황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며 "정부 비축유는 최후의 수단으로 신중하게 고려해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중동 전쟁 발발 직후, 세계 각국이 시장 안정화를 위해 비축유 4억 배럴을 방출하기로 결의했다. 이중 한국에 할당된 것은 5.6%에 해당하는 2246만 배럴이다. 이때 합의된 방출 시한은 6월 9일이다.

양 실장은 "정부 비축유 방출 방식은 검토 단계"라며 "IEA에 따르면 정부의 비축유를 방출하는 것과 민간의 의무 방출량을 줄여 시장에 물량을 간접적으로 늘리는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두 가지 방안을 모두 보고 있다. 다만 민간 정유사들도 당분간 스와프 제도 활용하는 것에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비축유 방출 필요성을 많이 못 느끼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부가 이 같은 신중론을 펼치는 데는 8월 원유 수급이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오면서다.

파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지난 21일 "원유 재고는 줄어들고 있고 중동에서 새 원유는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여행 철 영향으로 수요는 늘고 있다"며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7∼8월 위험구간에 진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IEA에서 방출량을 할당받았지만, 방출 여부와 관련해서는 일정 부분 국가별 재량권도 있는 상황으로 시기를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 실장은 "IEA와의 합의를 가급적 지키고자 하지만 안 한다고 해서 페널티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각 나라 사정에 따라 방출 비율, 시점이 제각각으로 IEA가 특정 방식을 강제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대륙별 원유 도입 비중 (산업통상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6.5.26/뉴스1
중동 전쟁이 바꾼 원유 수급…"미국산 늘고, 중동산 20%p↓"

중동 전쟁 장기화로 국제 원유 공급망 불안이 커지고 있는 상황 속 정부의 수입선 다변화 정책은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이란 전쟁 발발 직후 지난 5~7월 국내 원유 중동 의존도가 48.5%로 낮아졌다. 이는 지난해 69.1% 대비 약 20%p 감소한 규모다.

양 실장은 "5~7월 원유 확보 물량은 예년 대비 85% 수준인 2억 2000만 배럴로 전망된다"며 "도입선 다변화 노력으로 비중동산 원유가 절반 수준으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날 산업부가 밝힌 '5~7월 국내 원유 도입 대륙별 비중'에 따르면 △중동 48.5% △미주 35.6% △아시아 7.4% △아프리카 8.3% △유럽 0.3% 순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69.1%를 차지했던 중동산 비중이 20%p로 떨어지며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반면 미주 지역 비중은 35.6%로 확대됐고, 아프리카(8.3%), 아시아(7.4%) 등 다양한 지역에서 원유를 조달하면서 공급망이 다변화한 양상이다.

특히 미국산 원유 수입 확대가 두드러진다. 전체 원유 수입에서 미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6.2%에서 올해 4월 24.6%까지 상승했다.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진 상황에서 미국산 원유가 중동산 감소분을 상당 부분 대체하고 있다.

seungjun24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