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도 '수출 800억달러' 뚫었다…반도체 '슈퍼사이클'의 힘
AI 수요·메모리 가격 상승에 319억달러 '고점 유지'
車·철강 부진 속 '쏠림 심화'…수출 구조 부담 부각도
- 나혜윤 기자, 김승준 기자
(세종=뉴스1) 나혜윤 김승준 기자 =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중동 전쟁이라는 대외 변수 속에서도 한국 수출을 끌어올렸다. 4월 반도체 수출은 300억 달러를 웃돌며 13개월 연속 해당 월 기준 최대 실적을 이어갔다. 이에 힘입어 전체 수출도 800억 달러를 돌파해 사상 첫 2개월 연속 800억 달러 기록을 만들어냈다.
특히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메모리 수요 급증과 가격 상승이 맞물리면서 반도체가 전체 수출 증가를 주도하는 흐름이 한층 뚜렷해졌다.
1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4월 수출은 858억 9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48.0% 증가했다. 지난 3월(861억 달러)에 이어 두 달 연속 800억 달러를 넘어서며 역대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 무역수지도 237억 7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해 두 달 연속 200억 달러를 상회했다.
4월 수출의 핵심은 단연 반도체다. 반도체 수출은 319억 달러로 전년 대비 173.5% 급증하며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4월 이후 13개월 연속 해당 월 기준 최대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흐름을 보면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11월 173억 달러에서 12월 208억 달러, 올해 1월 205억 달러, 2월 251억 달러, 3월 328억 달러로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왔으며 4월에도 300억 달러대를 유지하며 고점 구간을 지속하고 있다.
이같은 호조는 AI 서버 투자 확대에 따른 구조적 수요 증가가 직접적인 배경으로 꼽힌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투자 경쟁이 이어지면서 고용량 메모리 수요가 급증했고 이에 따라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실제 메모리 고정가격은 1년 사이 최대 10배 수준으로 뛰었다. DDR4 8Gb는 1.65달러에서 16.0달러로 약 870% 상승했고 DDR5 16Gb는 4.60달러에서 35.0달러로 662% 올랐다. 낸드플래시(128Gb) 역시 2.79달러에서 24.2달러로 766% 상승했다. 가격 상승과 물량 확대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수출 증가 효과가 극대화된 구조다.
이번 수출 흐름이 주목되는 이유는 중동 전쟁이라는 대외 변수 속에서 일군 성과라는 점이다.
중동 지역 긴장 고조는 유가 상승과 물류 차질, 해상 운송 불안 등으로 이어지며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부담을 주고 있다. 실제 일부 품목에서는 영향이 가시화되고 있다.
자동차 수출은 61억 7000만 달러로 5.5% 감소했다. 중동 전쟁에 따른 물류 차질이 지속된 데다, 미국의 관세 부과 이후 현지 생산 확대가 맞물리면서 수출이 위축된 영향이다. 석유화학·철강 등 전통 제조업 역시 글로벌 공급과잉과 가격 약세, 지정학적 변수까지 겹치며 회복 속도가 더딘 상황이다.
그럼에도 전체 수출이 48% 증가한 것은 반도체의 압도적인 기여 덕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15대 품목 중 8개만 수출이 늘어난 상황에서 사실상 반도체가 수출 증가 대부분을 견인했다.
문제는 이 같은 흐름이 수출 구조의 편중을 다시 심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가 전체 수출 증가를 견인하는 단일 엔진 역할을 하면서 자동차·기계·석유화학 등 다른 주력 산업과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특히 자동차는 친환경차 수출이 증가했음에도 전체 실적은 감소세를 보이며 체력 차이를 드러냈다.
이같은 구조는 향후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꺾이거나 AI 투자 사이클이 조정 국면에 들어설 경우 수출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반도체 중심의 수출 호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AI 서버 투자 확대와 메모리 가격 상승이 이어지면서 반도체 수출은 당분간 견조한 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중동 전쟁에 따른 원재료 수급 어려움 등 수출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고 말했다.
freshness410@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