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1400만 배럴' 온다…5월 원유 수급 85% 회복 '숨통'

유조선 7척 귀환에 비축유 방출 가세…정부 "5월 수급 문제없다"
전문가 "단기 안정 다행이나, 시설 피해·설비비 등 리스크 여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경고한 가운데 유조선이 오만 무스카트에 정박해 있는 모습.ⓒ 로이터=뉴스1

(세종=뉴스1) 김승준 기자 = 미국과 이란의 2주간 휴전 합의로 호르무즈 해협 통항 재개 가능성이 커지면서, 해협에 묶여 있던 국내 정유사 유조선 7척, 약 1400만 배럴 규모의 원유가 국내로 유입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5월 원유 수급은 대체 도입 물량과 비축유 방출분까지 더해지며 전년과 유사한 수준으로 회복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이번 조치가 일시적 휴전에 기반한 만큼 지정학적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어, 단기적인 수급 안정과 별개로 중장기적인 공급망 리스크 관리와 수입선 다변화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5월 원유 6000만 배럴에 호르무즈 물량 1400만 배럴 추가…수급 '숨통'

9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현재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는 국내 정유사와 관련된 유조선 7척이 대기 중이며, 이들 선박에는 약 1400만 배럴 규모의 원유가 실려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호르무즈를 경유한 유조선이 국내에 도달하는 데 통상 약 21~22일이 소요되는 만큼, 해협 개방으로 이달 내 출발하더라도 실제 도착 시점은 5월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정부가 밝힌 5월 대체 원유 도입 규모는 약 6000만 배럴 수준이다. 여기에 해협 통항 재개로 대기 중인 유조선 물량까지 유입될 경우, 5월 확보 물량은 약 7400만 배럴로 늘어나게 된다. 이는 예년 대비 약 85% 수준으로 추산된다.

한국이 국제에너지기구(IEA)에 약속한 2246만 배럴 규모의 비축유 방출 시한이 6월 9일인 점을 감안하면, 5월 내 방출이 이뤄질 경우 수급 상황은 한층 안정될 가능성이 크다.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5월 수급 상황은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대체 물량 확보 노력은 지속적으로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3차 석유 최고가격제 발표를 하루 앞둔 8일 주변 주유소보다 시세가 저렴한 서울 시내 한 주유소가 이용객으로 북적이고 있다. 2026.4.8 ⓒ 뉴스1 최지환 기자
단기 수급 안정에도 불확실성 여전…유가 정상화는 시간 걸릴 듯

다만 정부와 업계는 단기적인 수급 안정과 별개로 긴장을 늦추지 않는 분위기다. 휴전이나 종전이 이뤄지더라도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글로벌 공급망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이번 휴전 조치는 정치적 합의에 따른 일시적 조치인 만큼, 협상 결렬 시 봉쇄 리스크가 다시 부각될 수 있다"며 "시장 변동성이 재차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휴전 소식 직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5월물 가격이 배럴당 91.64달러로 전쟁 고점 대비 약 19% 하락하는 등 국제 유가는 단기적으로 안정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다만 구조적 요인으로 인해 전쟁 이전 수준으로의 회복은 더딜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중동 지역 생산시설 피해에 따른 공급 감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파티흐 비롤 IEA 사무총장은 "중동 9개국에서 최소 40개의 에너지 시설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며 "회복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홍정욱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에도 가격 안정까지 6개월 이상이 소요됐다"며 "중동 원유 비중을 고려하면 이번에는 더 긴 시간이 걸릴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수화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중장기적으로는 수급처와 공급망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수입선 다변화 불가피…물류·설비 비용 상승 부담도

수급처 다변화 과정에서 비용 부담이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국내로 들어오는 유조선은 약 21~22일이 소요되지만, 미국에서 출발하는 유조선은 약 50일가량이 필요하다. 대체 수송 경로로 언급되는 홍해 루트를 활용하더라도 아라비아반도를 우회해야 해 항행 기간이 더 길어진다.

또 국내 정유 설비가 두바이산 중질유에 최적화된 경우가 많은 만큼, 미국산 경질유를 활용하려면 추가 설비 투자가 필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홍 연구위원은 "이 같은 비용은 결국 원유 도입 단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에 대응해 설비 전환 지원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최근 국회에서 "정유사들이 중질유 중심 구조로 이번 사태에 취약한 측면이 있다"며 "경질유를 처리할 수 있는 설비 전환을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seungjun24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