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대미 투자 1호 확정…한국도 속도전, 실무단 美 급파

日 투자액 대부분 화력 발전에 투입…한국도 에너지·광물 가능성
트럼프 '격노' 후 투자처 결정한 일본…韓 실무단 미국행

1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플로리다주에서 워싱턴DC로 향하는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02.16 ⓒ 로이터=뉴스1

(세종=뉴스1) 김승준 기자 = 일본이 첫 대미 투자 프로젝트로 가스화력발전소 건설, 석유 인프라 확충, 합성 다이아몬드 생산을 확정했다. 미국이 한국에도 일본과 유사한 투자 요구를 해온 만큼, 우리 정부 역시 에너지·광물 등 미국이 전략적으로 추진하는 분야를 중심으로 '1호 프로젝트' 제안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의 압박 속에 일본이 선제적으로 투자 계획을 확정하면서 정부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산업통상부 통상차관보를 단장으로 한 실무협상단은 전날 미국으로 출국했다.

19일 통상당국과 외신에 따르면 일본은 미국과의 관세 협상 합의에 따라 약 5500억달러(약 796조 원) 규모로 추진하는 대미 투자 가운데 첫 3개 사업에 공식 착수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일본과의 거대한 무역합의가 막 출범했다"며 "일본은 이제 공식적, 재정적으로 미국에 대한 5500억 달러(약 794조원) 투자 약속에 따른 첫 번째 투자 세트를 추진하고 있다"고 썼다.

이번에 발표된 3개 사업의 사업 규모는 360억 달러(약 52조 원)로 이 중 330억 달러(48조 원)가 오하이오주 가스 화력 발전소 건설에 투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텍사스주 석유 수출 시설은 21억 달러(약 3조 원), 조지아주 인공 다이아몬드 합성 설미 6억 달러(약 8600억 원) 등이다.

日, 미국 '에너지·핵심 광물' 투자…"에너지 확보하고 중국 광물 의존 낮출 것"

이번 일본의 대미 투자 대상인 에너지와 핵심 광물 분야는 최근 미국이 정책적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는 전략 산업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오하이오 가스 발전소는 역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이며, 미국만의 액화천연가스(LNG) 시설은 에너지 수출 확대를 이끌고, 핵심 광물 시설은 외국 의존을 끝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미국은 제조업 재건과 인공지능(AI) 산업 전환을 위해 △신재생·가스·원전 등 발전원 확대 △전력망 현대화 △데이터센터용 에너지 인프라 구축 및 규제 정비 등을 추진 중이다. 일본의 투자로 오하이오주에 건설될 화력발전소는 9.2GW 규모로, 대형 원전 약 7~9기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텍사스주에 들어설 정유 수출 시설도 연간 200억~300억 달러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은 제조업 재건, 인공지능(AI) 산업 전환을 위해 △신재생·가스 발전·원전 등 발전원 확대 △전력망 현대화 이니셔티브 △데이터센터용 에너지 인프라 및 규제 정비 검토·논의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일본의 대미 투자로 지어지는 오하이오주의 화력발전소 용량은 9.2GW(기가와트) 규모로 이는 대형 원전 약 7~9기에 해당하는 규모다. 텍사스주에 건설되는 정유 수출 시설 역시 연간 수출 규모 200~300억 달러를 목표로 한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정유 시설의 수출 능력을 확보함으로써 세계 최고의 에너지 공급국으로서 미국의 위상을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지아주에 조성되는 인공 다이아몬드 합성 설비는 핵심 광물 분야에 포함된다. 인공 다이아몬드는 절삭·연마 공구뿐 아니라 고출력 반도체, 레이저, 센서 등 다양한 산업에 활용되는 소재로, 미국 내 생산 기반이 구축될 경우 관련 공급망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효과가 기대된다.

동병상련 한·일…韓에도 유사 프로젝트 요구 가능성

미국은 지난해부터 한국과 일본을 모두 '대미 무역흑자 동맹국'으로 묶어 관세 인상 압박과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등 대미 투자 확대를 동시에 요구해 왔다.

최근에는 '한국의 대미 투자 집행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며 관세 재인상 가능성까지 시사하자, 한국 정부는 설득 과정에서 양국의 제도적 차이를 부각하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10일 언론과 만나 "일본은 투자 관련 입법 없이도 프로젝트 추진이 가능하지만 한국은 법안이 있어야 하는 구조"라며 "지연이 의도적이거나 태만해서가 아니라 제도적 요인 때문이라는 점을 설명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이 양국의 투자 이행 속도를 비교하고, 알래스카 LNG처럼 자국 전략 이익에 부합하는 분야를 선호하고 있는 만큼 한국 역시 에너지와 핵심 광물 분야에서 추가 투자 요구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은 원전과 LNG 터미널 등 대형 에너지 설비 건설·운영 경험이 풍부하고, 송배전·발전 기자재 일부에서는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 모두 미국보다 우위에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원전 분야는 한국의 대표적 경쟁력 산업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2050년까지 발전 설비 용량을 4배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만큼 협력 수요가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3일 서울 종로구 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한미 전략적 투자 MOU 이행위원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26.2.13 ⓒ 뉴스1 김도우 기자
대미 투자 압박 후 결정한 일본…한국도 속도, 실무단 미국행

이번 일본의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 선정 과정은 미국의 직간접적 재촉이 이뤄지는 등 순탄치만은 않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의 대미 투자 미이행에 격노했다고 지난 10일 보도했다. 이후 일본 정부는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산업상을 미국에 급파해 13일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면담을 진행했지만, 당시에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후 4일 만에 이번 투자처 결정이 이어진 것이다.

한국 정부 역시 투자 지연에 따른 관세 인상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속도전에 나선 모습이다. 정부는 지난 13일 '1차 한미 전략적 투자 MOU 이행위원회'를 열고 대미 투자 프로젝트 사전 검토에 착수했다. 당초 국회에서 대미투자특별법이 통과된 뒤 검토할 계획이었지만, MOU 이행이 늦다는 미국 측 문제 제기를 고려해 입법 전부터 후보 사업을 점검해 실제 투자 결정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박정성 산업부 통상차관보를 단장으로 한 실무 협상단도 전날 미국으로 출국했다. 이들은 미 상무부 관계자들과 만나 투자 후보 사업의 상업성, 추진 절차 등을 집중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방미는 다음 달 초로 예상되는 특별법 통과 직후 곧바로 사업 이행에 들어가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으로, 후보군을 압축하고 양측 이견을 미리 조율하려는 목적이다.

다만 국회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3월 9일까지 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음에도, 12일 첫 회의부터 파행을 겪으면서 입법 일정에 변수로 떠올랐다.

seungjun24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