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보 준비 나선 美 관세 압박…전문가들 "트럼프식 벼랑 끝 전술"
'SNS 메시지→행정 절차' 압박 강화…한미 통상 불확실성 확대
"투자이행 겨냥한 협상카드"…정부, 방미 설득·국회 협력 총력전
- 나혜윤 기자, 김승준 기자
(세종=뉴스1) 나혜윤 김승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한국산 제품에 대한 '25% 관세 재부과'를 위해 관보 게재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지며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는 분위기다.
정부는 일시적인 관세 인상 현실화 가능성에 대비해 방미 설득 총력전에 나선 가운데, 통상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조치가 실제 집행보다는 대미 투자 특별법 처리를 압박하기 위한 '트럼프식 협상 전술'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방미중인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 측 인사들과 면담을 이어가며 한국의 대미 투자 이행 의지와 구체적인 일정 관리 방안을 설명하는 등 설득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여 본부장은 지난 달 31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 도착한 이후 트럼프 정부 당국자와 연방 의회 관계자들을 두루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 본부장에 앞서 미국으로 급파됐던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연일 협의를 이어갔지만, 관세 재부과 움직임을 즉각 차단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한 채 귀국했다.
김 장관은 지난달 31일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하며 기자들과 만나 "미국은 이미 관보 게재 준비 등 관세 인상 조치에 착수했다"고 밝히며, 관세 인상이 언제라도 현실화할 수 있는 미국내 분위기를 전했다. 관보에 게재될 경우 관세 조치는 행정 절차상 언제든 확정·시행될 수 있어, 수출 기업들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국회의 대미투자특별법의 신속한 처리 필요성을 국회에 설명하는 동시에, 법안 통과 이전이라도 투자 이행과 관련한 예비 검토와 설명 작업을 병행하며 관세 협상이 원점으로 되돌아가는 상황을 막기 위해 총력 대응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관세 인상 여부를 속단하지 않고, 미국 측 움직임을 면밀히 살피면서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관보 게재 시점이나 구체적인 일정이 확정된 것은 없다"며 "미국 내에서도 다양한 가능성이 열려있는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한미 간 추가 협의는 화상 회의 등을 포함해 조율 중이며 실무자급 또는 장관급 회의 여부도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정부는 국회와의 협력, 대미 투자 이행 일정에 대한 설명을 통해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 산업계 부담이 현실화 되지 않도록 외교적 대응에 집중할 방침이다.
통상 전문가들은 이번 관세 압박의 핵심 배경으로 대미 투자 특별법의 처리 지연을 지목한다. 한미 양국은 지난해 한국이 대미 투자를 추진하는 대신 관세를 인하하는 데 합의했지만, 미국은 법안 발의 시점에 맞춰 관세를 조정한 만큼 통과와 이행까지는 계속 압박이 이어질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아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연구원은 "법안 발의 시점에 관세 인하를 하기로 합의한 것은 맞지만, 미국 입장에서는 통과와 투자 이행까지 확인하고 싶어 할 것"이라며 "관세 인하 이후에도 압박 수단을 유지하려는 의도가 읽힌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사안은 통상적인 외교·통상 채널을 통한 문제 제기가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직접 관세 인상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압박 강도가 더 세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는 실무 협의 이전에 정치적 압박을 극대화하려는 트럼프식 전술이라는 해석이다.
그렇다고 관세가 실제로 곧바로 25%로 올라갈 가능성을 높게 보는 시각은 제한적이다. 관세는 단기간에 올렸다 내렸다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번 조치를 엄포 또는 협상용 압박 카드로 보는 시각도 있다.
김수동 산업연구원 글로벌경쟁전략연구단장은 "관세를 몇 달 사이에 15%에서 25%로 올렸다가 다시 내리는 것은 미국 관세 당국 입장에서도 부담이 큰 조치"라며 "현재로서는 실질적 부과보다는 압박 메시지 성격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김 단장은 또 "현재로선 신속성이 가장 중요할 거 같다"면서 "한국이 이행 일정과 계획을 명확히 제시하고 충분히 설명하면, 미국이 굳이 관보를 통해 관세를 확정할 유인은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관세를 주요 정치·외교 수단으로 활용해 온 점도 변수로 거론된다.
김 단장은 "트럼프는 관세를 일종의 만능 압박 카드처럼 활용해 왔다"며 "한국 뿐 아니라 EU 등 다른 국가에도 뒤집는 상황을 보여주는 등 유사한 방식의 압박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에도 여러 국가를 상대로 관세 인상 가능성을 거론했다가 철회하는 행태를 반복해 왔다. 이에 따라 한미 간 관세 이슈 역시 단기 현안이라기보다는 일정 기간 관리가 필요한 통상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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