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또 동결되나…내년 1분기 연료비조정단가 '현행 유지' 유력
겨울 성수기·물가 부담 속 동결 기조에 무게
산업계 부담 vs 한전 재무…정부 판단 주목
- 나혜윤 기자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정부가 오는 22일 내년 1분기(1~3월) 전기요금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요금 동결 가능성에 한층 무게가 실리고 있다. 겨울철 전력 수요 성수기에 접어든 데다, 연료비조정단가를 현행 수준으로 유지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면서 사실상 동결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경우 가정용 전기요금은 11분기 연속, 산업용 전기요금은 5분기 연속 동결이 된다.
다만 산업용 전기요금 급등에 따른 제조업 부담, 한국전력의 총부채가 205조 원을 넘어선 상황과 누적 이자비용 증가 등 구조적인 요금 인상 요인도 여전히 남아 있어, 정부의 최종 판단을 둘러싼 고민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6일 전력 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22일 내년 1분기(1~3월)에 적용될 전기요금 연료비조정단가를 발표할 예정이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 연료비조정요금 등으로 구성된다. 전기요금의 핵심 변수인 연료비조정단가는 직전 3개월의 유연탄·LNG 가격을 반영해 kWh당 ±5원 범위에서 결정되는데, 현재는 최대치인 +5원이 적용 중이다. 최근 국제 연료 가격이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면서 추가 인상 압력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관건은 요금 항목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전력량요금이다. 전력량요금은 주택·산업용 등으로 구분해 부과되는데, 산업용은 2024년 4분기 평균 16.1원/㎾h 인상된 이후 4개 분기 연속 동결 중이다. 주택용의 경우 2023년 2분기 인상 이후 2년 넘게 요금이 고정된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요금 항목 대부분이 장기간 묶여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이번에도 동결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적 부담과 물가 안정 기조,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요금 인상에 대한 사회적 반발 등을 고려할 때 정부가 단기간 내 전기요금 인상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이재명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재생에너지 정책과 맞물릴 경우, 전기요금 인상이 정책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주요 변수로 꼽힌다.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하는 정책 시그널도 잇따르고 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지난 1일 기자간담회에서 "재생에너지가 확대되면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있지만, 곧바로 전기요금 인상요인으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후부 신설 이후 처음 나온 요금·전원정책 관련 발언이라는 점에서, 업계에선 '사실상 동결 기조를 시사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전기위원회 개편 논의도 동결 가능성에 힘을 싣는 요인이다. 전기위가 요금 심의 기능을 갖고 있지만 실질적 결정권은 정부에 있는 상황에서, 향후 규제기관 독립성 강화 논의가 본격화될 경우 정책 일관성 차원에서 대폭 조정보다는 현행 유지에 방점이 찍힐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여기에 겨울철 성수기라는 계절적 요인까지 더해지며 동결 전망은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편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산업계에서는 전기요금 부담이 빠르게 누적되고 있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2021년 이후 산업용 전기요금은 kWh당 105.5원에서 185.5원으로 80% 가까이 상승했고, 그 결과 제조업의 전기요금 부담액은 올 상반기에만 22조 2217억 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해 10월 산업용 요금 9.7% 인상 이후 20대 법인의 연간 부담액만 1조 2000억 원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철강·석유화학 업계가 "에너지 비용 경쟁력이 미국·일본보다 뒤처지고 있다"며 연이어 요금 인하를 요구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회에서 'K-스틸법', '석화지원법' 등이 통과됐지만, 전기요금이라는 구조적 부담이 해소되지 않는 한 실질적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한전의 재무 상황은 전기요금 현실화 필요성을 제기하는 또 다른 축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전은 올해 3분기 국제 연료가격 안정과 SMP 하락 등에 힘입어 영업이익 5조 6519억 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냈지만 연결 기준 총부채는 205조 원, 하루 이자비용이 120억 원에 달하는 등 구조적 부담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여기에 재생에너지 설비 확대가 단기간 내 요금 안정 효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점도 변수다. 업계 관계자들은 "설비를 늘리는 데 최소 2~3년이 걸리고 주민 수용성도 해결해야 할 숙제"라며 "단기간에 해결하기엔 쉽지 않은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동결 신호와 인상 압력이 교차하는 상황에서, 정책 결정의 향배는 민생 부담과 한전 재무 사이에서 어디에 더 큰 무게를 두느냐에 달릴 것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전력당국 관계자는 "전기요금은 단순한 가격 책정 문제가 아니라 민생·산업 전반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 종합 사안"이라며 "여러 시나리오를 두고 신중히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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