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내달 비관세장벽 실무협상 돌입…망사용료·검역·의약품 쟁점 예고
디지털·농업·의약 규제 개편 압박…FTA 공동위 연내 개최 추진
망사용료·농산물 검역·제네릭 관세 등 민감 이슈 한미간 2라운드 예고
- 나혜윤 기자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한미 양국이 최근 발표한 관세·안보 협상 합의문의 후속 조치로 12월부터 디지털, 농업, 의약품 분야 등 비관세 장벽 이슈에 대한 실무 협상이 본격화된다. 자동차·조선 등 주력 품목에 대한 관세 조정 및 전략투자가 일차적으로 마무리된 가운데, 향후 협상 테이블에서는 미국이 줄곧 문제 삼아온 국내 규제에 대한 구조적 개편 압박이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미국은 △망 사용료 및 온라인 플랫폼 규제 완화 △농산물 검역 기준 개선 △위치정보 및 개인정보의 국경 간 이전 허용 △제네릭(복제품) 의약품 관세 면제 요건 충족 등을 거론하며 '통상 후속전선'을 넓히는 양상이다. 팩트시트에는 이미 "양국은 호혜적 무역·투자 환경을 위해 비관세 장벽을 해소하기로 합의했다"는 문구가 포함돼 있으며 이행계획은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 및 소위(소그룹) 회의에서 구체화될 예정이다.
19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7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주재로 통상추진위원회를 열고 후속 협상 대비에 착수했다. 정부는 연내 한미 FTA 공동위원회 개최를 목표로 후속 이행 계획을 조율 중이다. 여한구 본부장은 "FTA 미체결 국가에 비해 제도적 틀과 안정성을 갖춘 한국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후속 조치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측은 디지털 부문에서 망 사용료, 알고리즘 운영, 앱 마켓 정책 등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중점적으로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구글·넷플릭스 등 미국 빅테크 기업은 한국의 망 이용대가 부과 정책과 알고리즘 투명성 강화 법안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왔다.
이와 함께 고정밀지도 해외 반출 문제도 협상 테이블에 오를 전망이다. 해당 지도는 자율주행·드론 등 기술에 필수적인 공간정보지만, 현재 국내법상 외국 기업이 반출하려면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
농업 분야에선 'US 데스크' 설치를 통해 미국산 농산물의 검역 절차 간소화 요구가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상시 협의 채널에 불과하다"는 입장이지만, 통상 전문가들은 "검역 지연을 문제 삼는 미국의 압박 창구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특히 쌀·쇠고기 등 민감 품목은 제외됐지만, 가공식품·원예작물 등 다른 품목에서 '우회적 진입로'가 열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의약품 분야도 핵심 쟁점 중 하나다. 미국은 자국 제약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제네릭 의약품에 100% 관세를 예고한 바 있다. 이번 협상에서 한국은 일본·EU와 동일하게 제네릭에 대한 무관세 수출 원칙을 관철했지만, 'FTA 위원회 내 이행계획 합의 이후'라는 조건부 문구가 포함됐다.
이는 한국 정부가 비관세 이행 계획을 미국에 제시하지 못할 경우 관세 면제 자체가 미뤄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제네릭은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 만료 후 출시되는 복제약으로, 가격경쟁력이 높아 제약 중소기업에 중요한 수출 품목이다.
이번 후속 협상 국면은 단순한 관세 감축을 넘어 규제 완화와 제도 정비 등 국내 정책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정부의 대응 전략과 협상 주도권이 중장기 산업 구조에 미치는 파급력이 적지 않다. 특히 디지털, 농식품, 제약 등 소비자와 민감하게 연결된 분야에서 협상 결과에 따라 'K-규제'가 미국식으로 조정되는 수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정부는 확대 해석에는 선을 긋는 모양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비관세 장벽에 대한 우려에 대해 "쌀이나 소고기 월령 제한 (등에) 대해서는 전혀 이면 합의나 이런 게 없다는 말을 분명히 드린다"며 "LMO(유전자변형생물체) 관련 사안은 국내적으로도 효율화 필요성이 제기돼 온 사안이다. 이번 협의는 미국이 일방적으로 요구해서가 아니라, 한국 내부적으로도 제도 개선이 필요했던 영역이어서 가능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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