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과 '동병상련'…김정관 "버텨내는 협상이었다"

"이번 협상으로 미국과 래포 형성해 향후 협력 프로젝트에 의미 있을 것"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룸에서 한미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 서명과 관련하여 기자단에게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1.14/뉴스1

(세종=뉴스1) 김승준 기자 =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14일 "이번 한미 협상은 버텨내는 협상 과정이었다"고 관세 협상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이는 이날 오전 한미 공동 팩트시트 관련 브리핑을 직접 한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과도 궤를 같이 한다.

이 대통령은 "이런 협상을 할 때마다 우리의 국제적 위상이나 국가의 역량을 최대한 키워야 우리의 국익과 우리의 국민들의 더 나은 삶을 확실하게 보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계속 든다"고 이번 협상 과정의 어려움을 설명하기도 했다.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가진 김 장관은 "협상을 왜 빨리 안 끝내냐는 반응이 있을 때마다 속이 상하고 위축되는 면도 있었다"며 그간의 속사정을 털어놨다.

이날 한국과 미국 정부는 3500억 달러 규모의 '한미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서명 내용을 설명하는 브리핑 직후 개최됐다.

김 장관은 이번 협상 과정에 대해 "미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축적한 게 있다면, 서로 대화하고 신뢰할 만한 서로의 카운터파트구나 하는 래포(rapport·신뢰관계)가 형성된 것이 앞으로의 협력 프로젝트를 선정해 나가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지 않나 싶다"며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을 상대하며 미국의 이익을 위해 나서는 모습에 감명받기도 했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이날 체결된 MOU를 바탕으로, 한국 내 대미 투자금 조달을 위한 특별 기금 설치 관련 특별법 등을 준비해 나갈 방침이다. 이 특별법이 이달 내 국회에 제출되면, 자동차 품목관세율을 25%에서 15%로 인하하는 것이 11월 1일로 소급 적용된다.

김정관 장관은 "국회에 제출되어도 통과가 안 될 가능성도 있지만, 양국의 동맹, 신뢰 관계를 봤을 때 맞춰서 가는 것이 신사의 태도고 우리나라가 가야 할 길"이라며 "국회의 문제 제기가 있으면 거기에 맞춰서 해야겠지만, 법안 통과가 안 되면 미국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 (법안이 통과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한국의 투자로 발생하는 수익을 미국과 나누는 방식이나 세부 이행 조건 관련해 한국에 불리한 면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MOU에는 한국은 단독 재량으로 투자 금액 조달을 멈출 권한이 있다. 이 경우 양국은 협의를 진행하는 데, 이 협의가 무산될 경우 더 적은 이익 분배금을 받게 된다.

김정관 장관은 이와 관련해 불공정하다는 지적에 "미국은 한 푼도 투자 안 하지만 5대5로 (이익을) 배분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 소리 같습니까"라고 반문하며 "우리가 하고 싶어 해서 한 (협상이) 아니기에 이해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는 이번 협상 자체가 미국의 관세 인상에서 시작된 만큼, 불리한 구도에서 진행됐다는 평가로 풀이된다.

한편, 김 장관은 관세 협상 후의 중점 추진 정책으로 '석유화학, 철강 산업 구조 개편', '제조 인공지능(M.AX) 육성', 지역 산업 성장 등을 제시했다.

김 장관은 "(석유화학, 철강 산업) 구조조정은 기업이 문제가 돼서 기업을 어떻게 구조 개편을 하거나 매매하는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산업 위기 상황에 대응한다는 점에서 다르다"며 "석유화학 관련해 일부에서는 정부 주도로 칼질을 해야 한다고 하는 데, 기업들이 자율적 협상을 통한 안을 만드는 것이 좋은 선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seungjun24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