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실적에도 웃지 못하는 한전…부채 206조·하루 이자만 120억
연료비 하락·수요 증가로 실적 개선…요금 정상화는 여전히 숙제
전기요금 10분기째 동결…내년 지방선거까진 인상 논의 어려울 듯
- 나혜윤 기자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한국전력공사가 올해 3분기 사상 최대 분기 영업이익을 올리며 9개 분기 연속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국제 연료비 하락과 여름철 냉방 수요 증가, 일부 요금 인상 효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실적을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200조 원을 넘는 누적 부채와 하루 120억 원 안팎의 이자 비용, 10개 분기 연속 동결된 전기요금 등 구조적 제약은 여전히 한전의 재무 건전성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13일 한전은 올해 1·2·3분기까지 실적을 결산한 결과 연결기준 매출액은 73조 7465억 원(전년 동기대비 5.5%↑), 영업비용은 62조 2051억 원(2.7%↓)으로, 영업이익 11조 5414억 원(94.1%↑)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5조651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6.4% 증가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썼다.
이번 실적 개선의 배경에는 원가 하락과 전력 수요 확대라는 두 가지 요인이 있다. 우선 석탄과 LNG 등 주요 발전 연료 가격이 하락하며 자회사 연료비가 전년 대비 2조 8151억 원 줄었다. 여기에 전력도매시장 가격(SMP) 안정으로 민간발전사 구입전력비도 감소했다. 원전 이용률 증가도 발전단가 인하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또 여름철 폭염에 따른 냉방 수요 확대와 전기요금 인상 효과가 누적 반영되면서 판매량과 단가 모두 상승했다. Kwh(킬로와트시)당 판매단가는 전년 대비 5.5% 오른 170.4원을 기록했다. 아울러 2022년 이후 지속해 온 자산 매각·비용 절감 중심의 재정건전화 계획도 일정 부분 효과를 거두며 실적 개선을 뒷받침했다.
문제는 이런 실적이 한전의 구조적인 재무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기준 한전의 누적 부채는 약 206조 2000억 원, 이 중 외부 차입만 132조 원에 달한다. 올해 1~3분기 동안 한전이 지출한 이자 비용만 3조 2794억 원으로, 하루 평균 약 120억 원에 달한다.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한 이유다.
한전 관계자는 "인공지능(AI) 확산, 첨단산업 육성 등 미래 핵심 산업에 안정적 전력 공급을 위한 전력망 확충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재무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전기요금 현실화는 한전 재무구조의 핵심 변수지만 실제 정책 반영에는 여러 제약이 따른다. 정부는 올해 4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도 동결하면서 10개 분기 연속 전기요금은 묶이게 됐다. 특히 내년 상반기에는 지방선거도 치러질 예정으로, 요금 인상 논의는 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요금 인상의 핵심은 조정 여력이 남은 가정용·상업용 요금이다. 산업용의 경우 10개 분기 내내 동결해 온 가정용·상업용 요금과 달리 가장 최근인 지난해 10월 1kWh(킬로와트시)당 8.5원 오른 바 있다. 하지만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사회적 수용성 확보가 쉽지 않은 만큼, 요금 현실화는 여전히 정교한 정책 조율이 필요한 과제다.
여기에 환율 리스크도 겹친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에서 고착되면서 LNG 수입단가 상승 가능성이 커졌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구조에서 환율은 한전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변수다.
이재명 정부는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려면 전기요금이 오를 수밖에 없다"며 "국민에게 이를 솔직히 알리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의 기조는 단순한 인상보다 '투명한 원가 구조 공개'와 '단계적 현실화', '설비투자와 요금정책의 연계'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 재생에너지 확충, RE100 산업단지 조성 등 대형 프로젝트가 예정된 상황에서 요금 체계의 안정성과 정책 신뢰가 핵심이라는 판단이다.
한전 관계자는 "전기요금 총괄원가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구입전력비 절감과 요금 현실화를 병행해 재정건전성을 확보해 나가겠다"며 "정부와 협력해 AI 인프라 구축과 전력망 확충 등 국가 에너지 인프라의 적기 구축에도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freshness410@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