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 육지로 올라온 연어양식…스마트·친환경 양식장이 가는 길
[오션테크2025⑦]연어 최대 생산국 노르웨이…물 재순환 '친환경 양식기술' 적극 도입
대서양 연어 '당일 신선 공급'…후지산 기슭 대규모 생산시설 운영 '프록시마'
- 백승철 기자
(세종=뉴스1) 백승철 기자 = 대서양연어(Atlantic salmon, Salmo salar)는 회귀성 어류로서 독특한 생활사를 가지고 있다. 담수에서 태어나 강에서 약 1~2년간 성장한 후, 체중 40~100g 크기가 되면 '은화 현상(smoltification)'을 통해 바다 생활에 적응하는 스몰트(smolt)로 변태한다. 이후 바다에서 1~2년간 성장해 3~6kg 크기가 되면 다시 태어난 강으로 돌아와 10~11월에 산란한다.
연어 양식업은 이러한 생활사를 인공적으로 재현한 것으로, 최적 수온 8~14℃에서 사육하며 평균 4.8kg 크기로 수확한다. 연어는 냉수성 어류로서 수온 변화에 민감하며, 바다 이(sea lice)나 질병 등 생물학적 위험 요소에 노출되기 쉬워 집약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세계 연어 양식산업은 지난 30년간 연평균 5% 이상의 지속적인 성장을 보이며, 2023년 기준 약 270만 톤의 대서양 연어가 생산됐다. 이 중 노르웨이가 약 133만 톤으로 전체 생산량의 49%를 차지하며 압도적인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연어 소비량은 2019년 기준 연간 약 240만 톤에서 2030년 400만 톤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 중 신선 연어가 80% 이상을 차지한다. 아시아 지역의 소비 증가율이 연평균 9%로 가장 높으며, 북미 지역도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인다.
또 연어는 고단백,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건강식품으로서 글로벌 수요가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아시아 시장에서의 성장 잠재력이 크다.
2023년 연어생산량 약 270만 톤 중 노르웨이가 49%로 최대 생산국이다. 이어 칠레(24%), 스코틀랜드(8%), 캐나다(7%), 페로제도(4%) 순으로 생산량이 많다. 소비 측면에서는 유럽이 전체 소비량의 약 51%를 차지하며, 북미(23%), 아시아(18%) 순이다.
이러한 세계적 흐름은 2030년까지 연어 무역 패턴이 크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에서 아시아와 북미로의 수출이 80% 이상 증가하고, 새로운 생산국들(아프리카, 중동)의 등장으로 무역 구조가 다변화될 전망이다.
특히 육상양식 생산품의 경우 생산지역에서의 현지 소비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적으로 소비의 8%가 육상 생산에서 공급되며, 북미(17%), 아시아(11%), 유럽(6%) 순으로 육상양식 연어 소비 비중이 높을 것으로 예측된다.
노르웨이 연어 양식산업은 1960년대 무지개송어 양식 실험에서 시작돼 1970년대 대서양연어 양식으로 발전했다. 1988~1990년에는 급격한 생산량 증가와 세균성 질병 문제로 업계의 33%가 파산하는 위기를 겪었으나, 이후 백신 개발과 법규 강화를 통해 안정화됐다. 2013년 이후부터는 환경 정책으로 인한 생산량 조절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연간 130만 톤 내외의 생산량을 유지하고 있다.
노르웨이 연어 양식산업은 2023년 기준 총 1164개의 해수양식 면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약 120개 기업이 면허를 소유하고 있다. 실질적인 생산 공급은 약 90개 기업이 담당하고 있으며, 최대허용생물량(MAB: Maximum Allowed Biomass)은 총 100만 톤 수준이다.
MAB 시스템은 각 양식장에서 동시에 사육할 수 있는 최대 생물량을 규제하는 제도로, 환경 수용력을 고려해 설정된다. 2023년 기준 MAB 가동률은 86%로, 환경 보호와 생산성 향상 간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환경 기준을 엄격히 준수하는 양식장에는 추가 6%의 생산량 증가가 허용되는 인센티브 제도도 운용되고 있다.
특히 노르웨이는 물을 99% 이상 재순환시켜 사용하는 친환경 양식기술인 RAS(Recirculating Aquaculture Systems)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이 기술의 가장 큰 장점은 질병과 환경오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이다.
프록시마 등 노르웨이의 RAS 기술 개발업체들은 연어의 수정란부터 성어까지 전 생애주기를 육상시설에서 완벽하게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대형치어(Postsmolt) 생산을 통해 바다에서의 양식 기간을 단축해 질병 노출 위험을 줄이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RAS 기술은 다음과 같은 핵심 구성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다.
RAS의 효율성은 재순환율로 측정되며 △전체 시스템 용량 대비 일일 새 물 유입량 △시스템 내 순환 유량 대비 새 물 유입량 등 두 가지 방법으로 계산된다. 일반적으로 RAS 시스템은 사료 1kg당 50~900L의 새 물을 사용한다.
프록시마(Proximar Seafood)는 노르웨이에 본사가 있는 육상 순환여과양 식시스템(RAS, Recirculating Aquaculture System) 기반의 대서양 연어 양식 전문기업으로 일본 시즈오카현 오야마정 후지산 기슭에 대규모 생산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 내 최초의 국산 육상 사육 연어인 '후지 대서양 연어(FUJI ATLANTIC SALMON)'를 2024년 10월부터 출시·판매하고 있다. 이 제품은 일본 종합상사 마루베니가 10년간 독점 판매권을 갖고 있다.
프록시마는 이를 통해 일본 내 프리미엄 연어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본사는 오슬로 증시 유로넥스트 그로스(Euronext Growth)에 상장돼 있으며, 일본법인(Proximar Ltd.)은 요코하마 산업무역센터에 사무소를 두고 있다.
프록시마의 일본 생산 시설은 약 2만8000㎡ 규모로, 총 3만2000 ㎥ 용량의 탱크를 갖추고 있다. 부화 및 치어 양육을 담당하는 부화 및 치어 양식(Hatchery & Nursery) 동과 성어(약 5kg)까지 키우는 성어 양식(Grow-out) 동으로 구분돼 있어 일본 도쿄권까지 차량으로 1.5~2시간 이내에 공급이 가능하다.
기술적으로는 이스라엘 양식 기술 기업인 아쿠아마오프 (AquaMaof)의 상용 RAS 시스템을 적용한 단순화된 설계로 운영 효율성을 높였다. 1단계(Phase 1)가 완전히 가동될 경우 연간 약 5000톤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연어 종묘는 아이슬란드의 벤치마크 제네틱(Benchmark Genetics)에서 공급받아 현지에서 부화·사육한다. 부화부터 출하까지는 약 24개월이 소요되며, 부화에서 치어 단계에서는 담수를, 이후 단계에서는 담수에 가공되지 않은 소금을 이용해 염분을 성장 단계에 따라 조절한다.
치어 이송은 지하 운송로를 사용해 외부오염을 최소화하고 있으며, 수조 내 물순환은 1일 24회 정도 이뤄진다. 사료는 노르웨이의 기술 지원으로 일본 현지 생산품을 사용한다.
프록시마는 2022년 10월 첫 종묘란을 반입해 부화를 시작했으며, 2023년 9월에는 시설을 완공해 운영에 들어갔다. 이후 2024년 9월 첫 시험 수확을 거쳐 같은 해 10월 일본 내 판매를 개시했으며, 2025년 3월에는 대만으로의 첫 수출을 기록했다.
2025년 생산량은 약 3000~3300톤으로 전망되며, 초기 상업화 단계에서 이미 프리미엄 가격대(1kg당 123크로네, 약 1만 7700원)를 달성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다만, 2024년 말 바이오필터 사고로 인해 일부 출하 물량이 지연됐으며, 2025년 5월에는 펌프 고장으로 17만 마리가 폐사하는 사고가 발생했으나 신속한 복구와 전면 재가동을 통해 안정적인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프록시마의 핵심 경쟁력은 현지 공급이다. 연어를 항공 운송에 의존하지 않고, 현지에서 직접 양식한 연어를 '당일 전처리·신선 공급' 형태로 제공한다. 이는 도쿄권과의 지리적 근접성(1.5~2시간)을 기반으로, 프리미엄 사시미급 연어 시장에서 신선도와 저탄소 공급망이라는 가치를 동시에 달성하고 있다.
일본은 연간 약 6만 톤의 대서양 연어를 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프록시마가 연간 5300톤을 완전 가동해 생산할 경우 일본 수요의 약 10%를 충족할 수 있다.
프록시마는 일반 대서양 연어 양식 기업과 달리 연어를 투자 상품으로 개발한 일종의 수산 투자기업으로서의 성격이 짙다. 이 회사는 일본 연어 양식장을 본격 운영에 들어간 이후 점차 아시아권으로 투자를 확대한다는 전략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는 연안의 지리적 제약과 기존 어업과의 조업권 갈등 등으로 해상양식 확대에 한계가 있어, 육상 RAS 기술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또 높은 기술력과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대규모 육상양식 시설 구축이 가능하며, 소비시장과의 근접성을 활용한 신선도 경쟁력 확보도 가능하다.
국립수산과학원 박정준 박사 육상 RAS 기술의 성공적인 도입을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 의지와 제도적 기반 구축 △재정 및 금융 지원 △체계적인 인력 양성과 기술협력 △판로 확보 위한 시장 기반 조성 △연어 양식산업 육성 단계별 접근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 박사는 "현재 복잡한 육상양식 시설 인허가 절차를 단순화하고, 원스톱 서비스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대규모 RAS 시설 설치가 가능한 전용부지 및 양식업 전용 산업단지 조성과 특화 지원 근거 마련을 위한 '연어양식산업 육성 기본계획 수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높은 초기 투자비용이 요구되는 RAS 시설 구축을 위해 초기 투자비의 30~50% 정부 보조금 직접 지원과 연 1~2% 수준의 장기 저리 융자 제공 및 세제혜택을 확대해 설비투자 세액공제와 감가상각 특례를 적용해야 한다"며 "여기에 높은 에너지 소비량을 고려한 전력요금이 할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노르웨이와의 기술협력 협정체결로 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기술협력 채널을 구축하고,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확대하기 위해 대학 및 직업훈련원에 연어 양식 전문과정을 개설이 필요하다"면서 "해외 연수 프로그램을 만들어 실무진의 노르웨이 현지 연수를 지원하고 국제 인증 취득 비용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박사는 "생연어 브랜드 개발을 위해 'K-Salmon'등 차별화된 브랜드를 구축하고, 유통망 구축 지원을 통해 콜드체인 시스템 및 전문 유통업체를 육성해야 한다"며 "소비 확대 캠페인을 벌여 연어의 영양학적 우수성 및 안전성 홍보하고, 연어 가공제품 개발 및 상품화를 지원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민간 투자 유치를 위한 인센티브 제공과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서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기술 개발과 표준화, 국제 경쟁력을 갖춘 브랜드 구축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해야 한다"며 "노르웨이의 성공 경험을 토대로 체계적이고 단계적인 접근을 통해 우리나라도 연어 양식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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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세계는 지금 산업 전반에서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에 맞춰 주요 선진국들은 이미 해양에 대해서도 정책을 수립하고 관련 기업들과 발맞춰 새로운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해양수산 분야의 세계적인 기술 흐름과 우리 해양수산 기업들의 대응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2025 오션테크 코리아>가 10월 28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개최된다. 뉴스1에서는 행사에 앞서 우리나라 관련 정책과 세계 주요 기술 흐름을 7편에 걸쳐 미리 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