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생산하고, 물고기도 기르는…'블루이코노 실현' 핵심 전략은
[오션테크2025⑥]기후변화 대응·식량안보·해양산업 혁신…동시 달성 미래지향적 전략
해양 공간 효율적 이용 극대화…스페인 카나리아 '아쿠아윈드 프로젝트'
- 백승철 기자
(세종=뉴스1) 백승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재생에너지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해상풍력 발전은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국제재생 에너지기구(IRENA)에 따르면 해양 기반 재생에너지는 2030년까지 현재보다 20배 이상 성장할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해상풍력의 급속한 확산은 제한된 해양 공간에서 기존 해양산업과의 경쟁을 심화시키고 있다. 수산업계는 해상풍력 단지 건설로 인한 어업 구역 축소, 접근성 제한, 어업 활동 제약 등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에는 단순한 공존을 넘어 해상풍력과 수산업의 적극적인 융합을 통한 상생 모델인 △공간적 공존(해상풍력 단지 내 제한적 어업 허용) △다목적 이용(풍력과 양식의 단지 내 병행) △통합 플랫폼(단일 플랫폼 내 풍력과 양식 통합) 등이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해상풍력-수산업 융합은 단순한 갈등 해소를 넘어 '블루이코노미(Blue Economy)' 실현을 위한 핵심 전략으로 발전하고 있다.
해상풍력과 수산양식의 융합은 기후변화 대응, 식량안보, 해양산업 혁신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 전략이다. 이미 여러 국가에서 실증과 상업화가 진행 중이며, 기술 발전과 정책적 지원이 이어진다면, 이 융합 산업 모델은 전 세계적으로 더욱 빠르게 확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수산양식에 대한 산업적 필요성이 매우 높은 대신 해상풍력에 대한 어업인 수용성이 낮아 이 두 산업의 융합은 해상풍력발전의 정상적 진행과 지속적 수산업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
유럽의 경우 해상풍력 단지 내에 수산양식 시설을 결합하는 다양한 실증 연구와 시범 사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북해와 발트해 지역에서는 해상풍력단지의 일부를 담치나 다시마 등의 양식에 활용해 연간 헥타르당 18톤의 생산량을 달성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됐다.
이러한 사업은 해양 공간의 효율적 사용, 탄소 포집, 부영양화 완화 등 환경적 이점을 제공하며, 글로벌 수산양식 생산량 증가에도 기여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의 UNITED 프로젝트 등은 실제로 해상풍력단지 내 별도의 구조물을 설치하고 이 시설에 해조류나 패류를 양식하며 각종 운영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중국은 롱유안 파워(Longyuan Power) 그룹이 푸젠성 난리도(Nanri Island) 인근에 세계 최초로 해상풍력과 양식업을 상업적으로 결합한 복합단지를 구축했다. 4MW급 부유식 풍력터빈과 태양광 패널, 어류 양식장을 결합한 구조이다.
이 복합 발전기는 하루 9만6000kWh의 전력을 생산하며, 해상에서 신재생에너지와 양식 어류를 동시에 생산하는 새로운 산업 모델을 제시했다. 이 시설에는 1만㎥ 규모의 가두리 양식시설이 구비돼 있으며 원격 모니터링 및 무인 제어를 통해 양식 생물의 상태를 관찰할 수 있다.
또 터빈 제조 회사인 밍양 스마트 에너지(Mingyang Smart Energy)는 풍력 터빈 재킷 기초 구조물에 어류 양식장을 결합한 설비를 개발 중이며, 해당 양식장은 자동 급이, 양식장 내부 모니터링, 수확과 같은 원격 기능을 갖춘 지능형 양식 시스템을 탑재할 예정이다. 이 시설에는 5000㎥ 규모의 가두리에서 15만 마리의 어류를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노르웨이, 덴마크, 스코틀랜드 등 북유럽 국가들도 해상풍력과 수산양식의 융합을 선도하고 있다. 노르웨이의 오프워프(OffWoff) 프로젝트는 부유식 풍력단지 내 연간 6000톤 규모의 12개의 친환경 가두리 양식장을 설치해 환경영향을 최소화하고 양식업의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해상풍력과 수산양식의 통합은 해양 공간의 효율적 활용, 에너지 자립, 운영비 절감, 환경부하 감소 등 다양한 시너지를 제공한다. 해상풍력단지 내 양식시설은 기존 인프라를 공유해 투자비와 운영비를 절감할 수 있다. 또 해상풍력 구조물의 인공어초 효과로 해양생태계 복원과 어류 자원 증가에도 기여한다. 하지만 기술 표준화, 안전성, 규제 정비, 어업권 조정, 환경영향평가 등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해상풍력과 수산양식의 통합 사례로는 유럽 해양·수산·양식 기금(EMFAF)의 지원을 받아 진행된 다목적 해양 이용(Multi-Use) 실증 사업인 아쿠아윈드(AquaWind) 프로젝트를 꼽을 수 있다.
아쿠아윈드(AquaWind) 프로젝트는 2022년 9월에 시작돼 2025년 8월까지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 정부(GOBCAN)의 주도로 진행됐으며, 총 예산 133만 유로 중 80%를 EU에서 지원받고 있다.
아쿠아윈드의 핵심 목표는 부유식 해상풍력터빈 하부구조물에 첨단 수산양식 시설을 통합해 같은 해양 공간에서 에너지 생산과 수산업을 동시에 실현하는 새로운 산업 모델을 실증하는 것이다.
지난 2025년 6월, 스페인 라스팔마스 그란카나리아 항구에서 이 시설이 성공적으로 진수됐으며, 해상 설치 후에는 최대 6개월간 어류 성장률, 생존율, 시스템 내구성 등 다양한 성능을 평가할 예정이다. 이미 육상에서는 180일간 도미류(Sparus aurata)를 활용해 기존 양식장과 이번 개발 장치 간 비교 실험을 통해 스트레스 지표, 육질부의 생화학적 특성 등 어류 양식에 적합한 시설임을 확인했다.
아쿠아윈드의 기술적 혁신은 부유식 해상풍력 플랫폼(W2Power)과 첨단 수산양식 케이지의 통합에 있다. 풍력발전 플랫폼은 해상에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동시에, 하부구조물에 양식시설을 결합해 해양 공간의 효율적 이용을 극대화하고 있다.
가두리 시설은 8각형 구조로 내부 직경이 5m에 달하며, 내구성이 뛰어난 구리 합금(copper alloy) 그물(표면적 100㎡, 무게 700㎏ 이상)을 사용하고 있다. 구리 합금은 생물 부착을 억제하고 내구성을 높여 해상 환경에서 장기간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또 양식 시스템 운영에 디지털 기술이 적용돼 있어 원격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양식장의 상태와 어류의 건강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자동 급이 및 이상 감지 시스템이 통합돼 운영 효율성을 크게 높였다. 이러한 스마트 양식 기술은 해상풍력의 에너지 공급과 양식장의 운영을 동시에 최적화할 수 있게 해준다.
실증 단계에서는 돔류(Sparus aurata ) 외에도 방어류(Seriola dumerili ) 등 다양한 어종을 대상으로 추가 테스트가 진행될 예정이다. 향후 다양한 해양 생물 자원과 새로운 기술 융합을 통해 수익성을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아쿠아윈드는 플랫폼 운영에 따른 해양 생태계 영향, 어류 복지, 바이오폴립(부착생물) 문제 등에 대해서도 과학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어류 생장률, 스트레스 지표, 생물학적 품질 평가를 통해 해상 양식의 지속가능 성을 검증하며, 이를 통해 해양 자원의 효율적 활용과 함께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 효과까지 검증하려는 시도가 진행 중이다. 이러한 접근은 환경 보호와 식량 생산을 동시에 고려한 혁신적 모델로 평가되고 있다.
이와 함께 아쿠아윈드는 실제 상업화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장벽을 해결하기 위한 전략을 구축하고 있다. 이를 위해 유럽 해양 공간 계획(MSP)과 해상 규제 체계를 연구하고, 비즈니스 모델 개발과 경제성 분석을 병행하고 있다. 또 추후 상업화와 대규모 확장에 필요한 기반을 마련하고, 관련 정책과 규제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로드맵을 구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해상풍력과 수산업의 갈등 해결을 위한 정책적·실증적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2022년부터 4년간 192억 원을 투입해 ‘해상풍력 친화 수산업 융합기술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국립군산대학교를 중심으로 해상풍력-수산업 공존 기술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또 어업인, 발전사업자, 수산전문가 및 지자체가 리빙랩을 통해 해상풍력-수산업 상생을 위한 기술 및 정책 개발에 협력하고 있다. 여기에 산업통상자원부와 해양수산부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다부처 협력사업을 통해 전력연구원 주관으로 해상풍력 개발자 관점의 공존 단지 설계 기술과 수산업 관점의 융합 기술을 동시에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다양한 제도적·기술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책적 신뢰성 확보 △기술적 한계 극복 △수산양식 기자재 개발 및 양식 기술 선진화 △기후 위기 시대 외해 수산업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박경일 군산대 교수는 "해상풍력과 수산업 융합 사업은 해양, 환경, 어업, 에너지 등 여러 부처의 규제를 동시에 받으며, 입지 선정, 인허가,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등 절차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며 "지역이나 사업별로 적용되는 기준이 상이해 사업자와 어업인 모두 예측 가능한 사업 추진이 어렵고, 그로 인해 분쟁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상풍력 단지 조성으로 인한 어업인 피해 보상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지역별·사업별로 큰 차이가 발생하고, 보상 대상과 범위, 산정 방식, 집행 절차 등이 불명확해 신뢰성과 투명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며 "‘해상풍력 특별법’이 제정돼 이러한 문제점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후속 법안과 구체적 시행령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불확실성으로 인한 불필요한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해상풍력 단지 내에 해조류, 패류 등 양식시설을 설치할 경우, 풍력 터빈의 유지보수, 안전거리 확보, 선박 접근성 등과의 기술적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며 "양식 구조물이 터빈의 기초 구조물이나 해저 케이블에 미치는 영향, 양식시설의 고정 및 부유 방식에 따른 내구성과 안전성 확보도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해상풍력 단지 내 환경 변화(해수 유동, 소음·진동, 전자기장 등)가 양식 생물의 성장, 생존율, 품질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장기적 연구가 부족하다"며 "터빈의 회전 및 유지보수 활동이 양식장 운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실증 데이터 역시 제한적"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해상풍력 단지와 양식시설 모두 태풍, 높은 파랑, 해빙 등 극한 해양환경에 노출될 수 있으며, 구조물의 내구성, 유지보수, 사고 예방을 위한 기술적 해소 방안이 요구된다"며 "특히 해상풍력 단지가 조성되는 해역은 고유속, 고파랑 등으로 기존 수산양식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 해역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해역에 적합한 수산양식 기술이 전무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수산양식 기자재의 개발 및 이를 이용한 효율적인 양식 기술의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최근 해수 온도의 상승으로 양식 생물의 대량 폐사가 현실화되면서, 기후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대체 어장 확보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며 "먼바다에 위치한 해상풍력 단지는 원활한 해수 유통, 일정한 염분, 높은 용존산소 등 내만보다 우수한 물리적 환경을 갖추고 있어, 해상풍력 단지와 수산업의 공간적 융합은 지속가능한 수산업 발전을 위한 새로운 어장으로서 큰 잠재력을 지니며, 이를 적극적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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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세계는 지금 산업 전반에서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에 맞춰 주요 선진국들은 이미 해양에 대해서도 정책을 수립하고 관련 기업들과 발맞춰 새로운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해양수산 분야의 세계적인 기술 흐름과 우리 해양수산 기업들의 대응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2025 오션테크 코리아>가 10월 28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개최된다. 뉴스1에서는 행사에 앞서 우리나라 관련 정책과 세계 주요 기술 흐름을 7편에 걸쳐 미리 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