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웨스팅하우스와 분쟁 합의문 논란…50년 로열티 제공

차세대 원전 수출 시에도 웨스팅하우스 검증 받기로 합의
체코원전 최종계약 앞둔 시점에 합의…불공정한 조건 논란

체코 신규원전 예정부지 두코바니 전경. (한국수력원자력 제공)2024.7.18/뉴스1

(세종=뉴스1) 김승준 기자 = 올해 초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미국 원자력기업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식재산권 분쟁을 끝내기 위해 맺은 합의문에 차세대 원전 독자 수출 시 웨스팅하우스의 검증을 받아야 한다는 등의 조건이 붙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19일 원전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한수원·한국전력공사가 웨스팅하우스와 체결한 '글로벌 합의문'에 한국 기업이 소형모듈원전(SMR) 등 차세대 원전을 독자 개발해 수출하는 경우 웨스팅하우스의 기술 자립 검증을 통과해야 한다는 조건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기업이 개발하는 SMR이 웨스팅하우스의 원천 기술을 바탕으로 설계한 기존 대형 원전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발되고 있는 만큼, 이 역시 자사 기술에 해당하는지 따져보겠다는 웨스팅하우스 측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다.

웨스팅하우스가 직접 실시하는 검증 결과에 이견이 있을 경우에는 미국에 소재한 제3의 기관을 선정해 기술 자립 여부를 검증한다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한수원이 원전을 수출할 때 원전 1기당 6억 5000만 달러(약 9000억 원) 규모의 물품·용역 구매 계약을 웨스팅하우스에 제공하고, 1기당 1억 7500만 달러(약 2400억 원)의 기술 사용료를 내는 조항도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 합의문의 법적 효력은 50년으로 설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합의문은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수주가 임박했던 지난 1월 체결된 것으로, 당시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한전이 체코에 수출하려던 최신 한국형 원전 APR1400이 자사 원천 기술에 기반한다고 주장하며 미국 법원에 IP 소송을 제기한 상태였다.

당시 웨스팅하우스는 체코 정부에도 한수원과의 계약 체결을 반대하는 이의 제기를 하는 등 독자 수출을 강하게 견제했다.

결국 한수원은 체코 원전 수주를 위해 분쟁을 서둘러 종결해야 했고, 정부의 지원 아래 물밑 협상 끝에 해당 합의에 이르게 됐다.

다만 당시 합의 내용은 상호 비밀 유지 조항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다.

그동안 체코 원전 수출과 관련해 웨스팅하우스에 수천억 원 로열티와 조 단위의 일감을 제공하는 내용이 담겼을 것이라는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는데, 이번 합의문 내용이 일부 알려지면서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한편 한수원은 지난 6월 체코와 약 26조 원 규모의 신규 원전 2기 건설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한수원은 체코 남동부 두코바니 지역에 1000메가와트(㎿)급 신규 원전 2기(5, 6호기)를 2036년과 2037년까지 건설하게 된다. 한수원은 시공(EPC)뿐 아니라 운영 및 투자 등 원전 생태계 전반에 참여하게 된다.

seungjun24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