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한구 통상본부장 "광우병 시위 사진 들고다니며 미국 설득"[문답]

"러트닉 상무장관이 중요한 역할…스코틀랜드서 협상 타결 계기 마련"
"소나기 피한 것, 앞으로도 압박 있을 것…근본적 변화 필요 시점"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1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D.C. 주미대한민국대사관에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과 함께 한국과 미국 간 통상협의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7.31/뉴스1

(세종=뉴스1) 김승준 기자 =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30일(현지시간) 미국과의 관세 협상 타결과 관련해 "농축산물 개방의 정치적, 산업적 민감성을 미국 측에 주장하며 어느 순간부터는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사진을 들고 다녔다"고 말했다.

여 본부장은 이날 미국 워싱턴D.C에서 관세 협상 타결 직후 화상 연결로 진행한 언론 간담회에서 "광화문에서 공중에서 찍은 100만 명 촛불시위 사진을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게 보여주며 감정에 호소해서 설득하는 노력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한미 양국은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상호관세율을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합의했다.

협상 과정에서 미국의 농산물 시장 개방 압박이 심했지만, 합의 결과 추가 개방은 하지 않기로 결론이 났다.

여 본부장은 "협상 초기부터 미국 측에서 농축산물 추가 개방에 대한 압박은 끊임없이 있었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협상을 시작한 후 농산물 시장 개방 문제 제기가 있었다. 우리 측은 한국이 새 정부 들어온 지 얼마 안 됐고 농산물 민감하다는 것을 집요하게 설명·설득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앞으로도 미국의 무역 적자로 이어질 비관세 장벽 개선 압박은 계속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이번 협상은 무난하게 마무리했지만 안심하기보다는 제도 개선이나 경쟁력 강화 등 근본적 대응책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여 본부장과 취재진 간의 일문일답.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농산물 시장을 개방했다고 말했고, 한국 정부는 추가 개방이 없을 것이라고 했는데 어떤 상황인가.

트럼프 대통령의 농산물 시장 개방 문제 제기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한국의 시장의 99.7%가 개방된 상태를 설명했다. 미국 농산물이 이미 한국에 많이 들어와 있고 미국의 소고기 수출 시장 중 한국이 전 세계 1위로 규모가 큰 점과 개인당 미국산 농산물 수입 규모도 세계 3위라는 점을 강조했다.

30개월령 이상 소고기 수입, 쌀 시장 추가 개방 등 미국 측 요구가 강했다. 설득 과정은 어땠나.

우리측에서 소고기와 쌀은 레드라인이라고 강한 입장을 가져갔다. 미국 측에서는 30개월령 수입 제한 국가는 한국, 러시아, 벨라루스 등 3개국인 점을 지적했다.

우리는 다양한 논리와 주장을 펼치다가 어느 단계부터는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사진을 들고 다녔다. 광화문 100만 명 시위 사진을 가지고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감정에 호소해서 설득하는 노력도 했다.

최근 한국 내 농축산 업계의 반발 부분도 미국이 모니터링했다고 생각한다.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펀드 구조와 상세한 내용, 자금 조달은 어떻게 되나. 투자 이익의 90%를 미국 내 재투자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투자펀드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1500억 달러는 조선업 협력에 특화된 것으로 우리 기업이 미국의 조선 산업이나 공급망에 진출할 때 투자를 대출이나 보증하는 방식이다. 우리 조선 산업의 해외 진출로 우리나라 조선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2000억 달러의 구조는 반도체, 원자력, 배터리 등 전략적인 분야에 조선업과 유사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 구조다.

무역보험공사, 수출입은행이 보증, 대출 등을 하게 될 것으로 펀드, 자금 구조는 향후 협의에서 구체화 될 것이다.

투자 이익 관련 부분은 새로운 형태로 미국이 제안한 것으로 아직은 모호한 부분이 있어 펀드 운용하는 과정에서 구체화 될 것으로 본다.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펀드)가 협상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업 재건에 관심이 많았다. 협상 논의 중에 아이디어가 점점 구체화했다. 대통령실과 긴밀히 협의하면서 조선을 통해 미국에 소구할 수 있는 제안을 만들기 시작했다.

특히 일본, 유럽연합 등 다른 나라가 타결되며 한국만이 할 수 있는 것, 비교우위가 있는 것이 뭔지 생각했을 때 조선업이 있었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미국과 협의 과정을 반영해 업그레이드하며 현재의 형태가 됐다.

우리나라 조선업이 이미 글로벌화돼 있지만, 접근 안 되던 미국 시장에 펀드를 통해 진출할 수 있게 돼 큰 성장동력이 될 것이다. 조선업 협력 펀드는 게임 체인저라고 생각한다.

미국과 스코틀랜드를 오가며 협상을 진행했다. 막판 협상은 어떻게 진행됐나

타결 과정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러트닉 장관이 일본과 협상 타결 직후에 우리에게 연락해서 만나자고 했던 시점부터 협상이 가속됐다.

스코틀랜드에서도 저녁 전에, 자정 넘긴 시간에도 만나며 협상이 구체화 됐다. 다른 협상 분수령도 있었지만, 스코틀랜드가 중요한 계기였다. 펀드의 구조가 스코틀랜드서 진전됐다. 최근에 부총리께서도 미국에 와서 우리의 화력을 집중한 것도 중요한 계기였다.

이 과정에서 러트닉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협상할 순간이 올 때의 조언도 해줬다.

중간에 USTR 대표가 중국 회담으로 스웨덴에 있었는데 거기까지 갈 생각도 했다. 양국에 도움이 될 협상을 만들자는 열의가 통했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실과도 시차에도 불구하고 아침, 저녁, 새벽 가리지 않고 화상회의, 전화로 계속 논의하며 협상안을 진전시켜 나갔다.

2주 내 한-미 정상회담을 진행하자는 제안은 한국과 미국 중 어느 쪽에서 나왔나.

미국 측이 먼저 제안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에는 다음 주에 해보자고 할 정도로 미국 측에서 만나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다. 앞으로 정상회담은 외교, 안보 채널 중심으로 준비되는데 그 과정에서 여러 논의가 있을 수 있다.

한국은 당초 자동차 품목 관세를 12.5%로 주장했지만, 결론은 15%로 나왔다. 협의 과정이 궁금하다

15%로 먼저 타결한 일본과 달리 한국은 FTA가 있으니 12.5%를 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일본의 15% 타결 후 미국 자동차 노조, 디트로이트 3대 회사 등이 반대를 제기해 미국 입장에서도 15%를 일본 외에도 주기가 어려운 상황으로 흘러갔다.

시간을 지연하면 일본만 15%를 받고 우리는 그 이상을 받는 상황이 나올까 봐 협상에 속도를 냈다. 미국 측에서 15% 이하는 어렵다는 입장이 강했다.

다만 어떤 환경이 미래에 조성될지 모르나 기회가 포착되면 1%포인트라도 낮추기 위해 노력하겠다.

재계에서도 이번 협상에 측면 지원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구체적인 것을 말하기는 적절치 않지만, 협상 과정에서 재계와 긴밀하게 정보 공유나 측면 지원을 받고 상호 간의 긴밀한 협의로 민관이 총력을 기울였다. 재계 리더들이 인맥 총동원해서 의회, 미국 재계를 접촉한 것도 도움이 됐다.

향후 통상환경 변화는 어떻게 전망하나

트럼프 행정부 1기 때에도 FTA 개정에 참여했지만, 지금은 그때와도 달라졌다는 생각한다. 관세를 높여 국내 산업 보호하고, 많은 해외 기업들이 인센티브 없이도 미국에 투자하려고 한다는 것이 미국 지도층에 주류의 생각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느꼈다.

우리는 어떻게 보면 소나기를 피한 것이다. 앞으로 3~4년 동안 우리는 최선을 다하겠지만 미국 관세 정책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 안주하면 안 된다. 보호주의가 확대되고 비관세 장벽에 대한 압박이 계속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제도적으로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기업들의 체질을 강화하는 등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

seungjun24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