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3차 한미 관세 기술협의 개시…중동사태, 협상 변수 될까
지정학적 불안·강경 통상 기조에 협상 여지 위축 우려…정부 "국익 중심"
미국 또다시 통상-안보 연계한 '원스톱 쇼핑' 전략 꺼낼지 주목
- 나혜윤 기자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미국의 이란 핵시설 타격으로 중동 정세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한미 간 관세 협의에도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정학적 불안이 유가·환율 등 전반적인 거시경제 지표에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미국이 통상 정책에서 보다 강경한 기조를 유지할 경우 한국 정부의 협상 여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현재로선 중동 사태가 미국과의 통상 협상에 즉각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미국 내 보호무역 여론이 확산될 경우, 한국을 향한 통상 압박이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오는 7월 8일까지 양국 간 '줄라이 패키지'를 도출하기로 한 상황에서, 미국이 안보 협력과 통상 이슈를 연계해 협상 지렛대로 삼을 경우, 한국의 전략적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평가다.
2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대(對)미 관세 협상의 주요 논의를 구체화하는 제3차 기술협의가 24~26일(미국 현지시간) 진행된다. 미국이 한국산 일부 품목에 25% 관세 부과를 예고한 시한인 7월 8일이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정부는 시한보다는 국익 중심의 실용주의와 상호호혜 원칙에 기반한 협상을 우선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중동발 긴장이 가시화되면서 이번 협상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는 통상 협상에까지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지만, 상황이 장기화되면 미국 내 통상 압박 여론이 높아지며 협상 환경이 불리하게 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22일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대미 통상 협의를 위해 미국 워싱턴 D.C.로 출국했다. 여 본부장은 이날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익 중심의 실용주의적이고 상호호혜적인 협상에 방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여 본부장은 "미국의 정치·경제 상황이 매우 가변적인 만큼, '줄라이 패키지'라는 말은 쓸 필요가 없을 것 같다"며 "지금은 새 정부의 국정 철학을 설명하고 선의의 모멘텀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국제 정세 변화는 협상 환경 자체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제 유가는 배럴당 80~9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고, 달러·원 환율도 강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수입물가 상승과 기준금리 인하 제약이 겹칠 경우, 한국 실물 경제는 물론 통상 전략 전반에 복합적인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이권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아프리카 중동 중남미팀 선임연구위원은 "관세 협의의 데드라인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가 먼저 미국으로 향한 것은 이슈를 주도하려는 의도도 있지 않겠나"라며 "미국 측이 일정상 급박한 상황이라면 한국이 오히려 협상 구도를 주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우리 정책 담당자들이 세계 경제 흐름과 국내 파급 효과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포지션을 침착하게 잡아서 이끌어 내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며 "디테일한 시나리오 예상은 어렵지만 국내에 미칠 영향을 분석해 (협상의) 시동을 걸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한미 정상회담이 연기된 점을 언급하며 "(일정이 밀리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정책 신뢰도에도 의문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번에 협의가 타결되더라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입장을 바꾸거나 강경하게 되돌릴 수 있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면서 "관세 불확실성은 무역·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가장 큰 변수 중 하나다. 중국, 일본 등도 통상 강공 모드로 전환하고 있어 협상 타결 자체가 쉽지 않을 수 있고 결과적으로 국제 무역 질서의 혼란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미국의 전략 집중도가 낮아진 지금이 협상에서 시간을 벌 수 있는 기회라는 분석도 있다. 정세은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의 협상 동력이 (힘에) 부치지 않겠나. 아무래도 미국 행정부의 집중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관세 쪽은) 조금 더 시간 여유를 확보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방위비 분담금 등 한미 간 주요 이슈가 병행 논의되는 상황에서 증액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간이 지연될수록 미국 내 경제 압박이 커져 한국과의 타협 여지도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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