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협상시한' 압박에 여한구 "일희일비 않고 협상에 속도 낼 것"

"한·미 관계 새로운 틀 짜는 협상으로 보고 임할 것"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산업부 전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취임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6.12/뉴스1

(세종=뉴스1) 김승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열흘 이내에 한국·일본 등 주요 통상 협상 국가에 '최종 협상안'을 제시하겠다며 협상 시한 압박을 강화한 것과 관련해, 여한구 신임 통상교섭본부장은 일희일비하지 않고 우리 페이스를 유지하는 한편, 최대한 이른 시일 내 미국 측 장관들과 만나 대선으로 미뤄진 한미 통상 협상에 속도를 낼 계획임을 밝혔다.

여 본부장은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식을 가진 후 기자들과 만나 "미국에서 수시로 브레이킹 뉴스가 나오기 때문에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며 "최대한 이른 시일 내 미국 측 장관들과 만나 본격적으로 협상을 시작하려 한다. 현재 미국에 일정을 요청하고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일본 등과의 무역 협상에 대해 "일주일 반 이내에 국가별로 (미국이 제시하는 조건을) 받아들일지 말지 결정하라는 내용의 서한을 발송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협상 중인 교역 상대국에 최후통첩 성격의 서한을 보내겠다는 것으로, 앞으로는 협상 대신 일방적인 통보로 전환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여 본부장은 이에 대해 "어떤 협상에도 일방으로 주는 협상은 없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너무 수세적으로 협상을 하기보다는 '주고받는' 협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요구'를 수세적으로 수용하기보다 '실익' 중심의 협상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미국과 한국 간의 공통 분모, 그래서 상호 호의적으로 할 수 있는 그런 부분을 최대한 만들어 협상을 타결해야 한다"며 "그래야 타결 이후에도 양국에서 정치적으로도 수용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런 측면에서 우리 협상팀의 과제는 이런 부분들을 창의적으로 만들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여 본부장은 또 "(시시각각 새로운 정보가 나오는) 불확실성에 혼란스러울 수 있지만 '뉴노멀'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미국과 지속 가능한 무역 ·통상관계를 만들려면 협상을 통해 상호 간 이익이 되는 '윈-윈'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한국에 새 정부가 확실한 민주적 맨 데이트(권한)를 가지고 들어왔기 때문에 협상을 최대한 가속하겠다”면서도 "서두르지 않고 국익 확보를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협상을 "새 정부에서는 이 협상이 앞으로 5년 동안의 대미 관계에서의 산업, 기술, 투자 등 광범위한 분야에 새로운 틀을 짜는 협상으로 보고 있다"고 규정했다.

대미 협상 착수에는 속도를 내지만 관세 이슈를 넘어서는 양국 협력 관계를 구축한다는 더 폭넓은 관점으로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실제 여 본부장은 이날 취임사를 통해 대미 협상 태스크포스(TF)를 산업, 통상, 에너지 전 분야를 포괄하는 형태로 확대하고, 수석대표 직급도 기존 국장급에서 실장급으로 격상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여 본부장은 "(정권 공백기의) 임시 체제에서 협상을 진행할 때도 산업, 에너지가 걸쳐 있었다"며 "전 부처 차원에서 다양한 영역을 망라하기 위해 TF를 확대 개편한다"고 밝혔다.

이어 "협상의 연속성을 유지하되,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는 자세로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하겠다는 차원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협상은 단기적인 관세 이슈 대응을 넘어, 미국과의 협력관계 재정립이라는 전략적 목표로도 추진될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TV 토론에서 "한미 간 협의를 가능한 한 조속히 시작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유예기간 연장을 요청하고 이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여 본부장은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언급된 한일 협력을 강조한 발언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이 인터뷰는 대통령실의 여한구 본부장 지명 이전에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사인으로서 인터뷰했다는 전제로 여한구 본부장은 "원론적으로 지금 일본과 우리나라는 전략적인 협력 관계가 중요하다"며 "한국과 일본이 선의의 경쟁 관계도 있지만 전략적인 이해관계가 많기 때문에 우리가 협력할 부분은 체계적으로 생각해 보자는 그런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seungjun24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