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통상 라인업' 구축…한미 관세협상 향후 일정은
이달 3차 기술협의, 각료회의 예정…무역불균형·비관세장벽 등 논의
여한구 신임 통상본부장, 관세협상 진행상황 보고받고 업무 파악 중
- 김승준 기자
(세종=뉴스1) 김승준 기자 = 이재명 정부의 통상 분야 핵심 인사 배치가 속도를 내면서, 미국과의 관세 협상 2라운드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협상 최일선에 설 통상교섭본부장에는 여한구 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 연구위원이 임명됐고,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협상을 이끌 외교안보특별좌관에는 김현종 전 국가안보실 2차장의 임명이 유력시되고 있다.
새 정부 통상 라인 구축과 함께 조기 대선으로 잠시 멈췄던 한미 관세 협상은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달 중에는 '3차 기술협의'와 '각료급 점검회의'가 잇따라 예정돼 있다. 여 신임 본부장이 통상 사령탑으로 나선 만큼 조만간 미국 카운터파트인 제이미슨 그리어 미무역대표부(USTR) 대표와의 구체적인 회담 일정이 조율될 것으로 관측된다.
12일 산업부 한 관계자는 "미국과의 협의 일정은 구체적으로 공개할 수 없지만 내부 보고가 진행 중이고 미국 측과도 소통하고 있다"며 "여한구 본부장은 현재 협의 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고 업무 파악 중"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여 본부장은 관용 여권이 새로 나오는 대로 미국으로 갈 채비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 본부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 트럼프 행정부와의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철강 관세 협상을 주도한 인물이다. 당시 한국은 이례적으로 '철강 쿼터제'를 끌어내는 성과를 거뒀다. 김현종 전 실장과의 호흡도 이미 검증된 만큼, 이재명 정부의 '투톱 체제' 통상 진용은 협상력을 한층 더 끌어올릴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지난 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대적인 관세 정책을 발표한 후 한국 정부 관계자들은 미국을 방문할 때마다 관세 논의와 함께 국내 정치상황에 대해 설명을 해야 했다.
정권 공백기 속 협의에 속도를 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통상 당국의 기본 입장은 '미국 관심사 파악 후 다음 정부에 배턴 넘기기'였다. 이제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한국 카운터 파트인 통상교섭본부의 새 리더십이 들어선 만큼 협상에도 속도가 날 전망이다.
당장 미국과 새 정부의 첫 통상 협의는 실무차원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앞서 통상당국은 5월 1일과 20~22일 두 차례 기술 협의(실무협의)를 진행했다.
당시 관계자는 "(1, 2차 기술 협의가) 20일 정도의 간격을 두고 열린 것인데, 통상적이라면 6월 9일쯤 열릴 것으로 본다"며 "다만 6월 3일 우리나라 새 정부가 출범한다는 사실을 미국도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달 중 열릴 3차 기술협의 주요 안건은 미국 측이 요구한 무역 불균형, 비관세 조치 해소 등이 될 전망이다.
국제 협상 관례상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미국은 협상 상대국에 미국 민간 이해관계자들이 제기한 비관세 장벽 해소, (미국 입장의) 무역 적자 해소 방안 등을 공통으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파악한 비관세 무역 장벽은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 보고서)를 통해 공개된다. 2025년 판 NTE 보고서의 한국 항목에는△자동차 배기가스 규제 △화학 물질 관리 규제 △의약품 가격 산정 및 의료 보험 급여 체계 △소고기 및 가공품 30개월령 제한 △플랫폼 규제 법안 △산업기술보호법 △원전 외국인지분 제한 등이 언급됐다.
산업부는 이런 미국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논리 마련을 위해 국책연구기관에 경제적 타당성 조사를 맡긴 상황이다.
3차 협의 후에는 한미 각료급 중간 점검 회의도 열릴 예정이다. 세 차례에 걸친 기술 협의에서 추린 세부 의제를 논의·점검하는 자리다.
정권 공백기 동안 한국은 정상급 외교가 사실상 중단됐던 반면, 중국, 일본, 인도, 영국 등은 자국 정상들이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무역 협의를 진행했다. 영국은 그 결과 자동차 수입 쿼터, 일부 품목 관세 인하를 끌어내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으로 '정상 외교 불가'라는 족쇄가 풀어지며 한국의 협상 속도도 빨라질 전망이다. 한국과 미국 대통령의 첫 대면 접촉은 15~17일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
G7에서 통상 이슈가 논의될 수 있는 만큼 대통령실은 10일 통상교섭본부장, 외교부 차관급 인사를 단행했다.
강 대변인은 인선 발표 브리핑에서 "이재명 정부는 다음 주 G7 외교무대에서 대한민국의 국익을 지킬 외교 전문가로 신속하고 새롭게 진용을 꾸렸다"며 "내란으로 인해 망가진 행정부 신속하게 원상복구해 글로벌 보호무역주의를 타개하는 효능감 있는 정부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통령의 정상외교를 도울 외교안보특별보좌관으로는 김현종 전 국가안보실 2차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차장은 이번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이재명 캠프의 외교·안보 보좌관으로 활동하며 미국을 방문해 백악관 당국자들과 한미 동맹, 관세 논의를 진행한 바 있다.
김현종 전 차장은 이번에 임명된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과 함께 문재인 정부에서 트럼프 1기 행정부와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철강 관세 협상 등을 맡아왔다.
향후 협상 전략 수립은 여한구 본부장 등 새로 구성된 통상 라인의 업무 파악과 내부 검토가 마무리된 이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seungjun241@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