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관세 위협에 '미래먹거리 4법' 급물살…'52시간 예외' 쟁점

이재명, 반도체 R&D 52시간 예외 전향적 검토…양대노총 강력 반발
에너지 3법은 필요성 여야 공감대 형성…각론에서 일부 차이 보여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야정(국회·정부) 국정협의회 2차 실무협의에서 참석자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5.2.4/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세종=뉴스1) 김승준 기자 = 중국 인공지능(AI) '딥시크 쇼크'와 미국발(發) '관세 전쟁'으로 대내외 경제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정쟁에 멈췄던 반도체특별법, 에너지3법 등 '미래먹거리 4법'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여야는 정치 혼란으로 커진 경제 불확실성이 민생 경제로 번져 여론이 악화할 것을 우려해 앞다퉈 법안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민생 법안에 대한 여야 공감대가 일정 부분 형성됨에 따라 관련 논의는 속도를 낼 전망이다. 다만 노동계가 반도체 산업 종사자에 대한 '52시간 근무' 예외 허용을 두고 강력히 반발하는 등 일부 걸림돌이 남아 있어 향후 진통이 예상된다.

국회는 4일 국정협의체 가동을 위한 실무협의를 열어 '4자 국정협의회'를 다음 주초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국정협의회에서는 계엄·탄핵 정국에 중지된 반도체 특별법, 에너지 3법 등 '미래 먹거리 4법'이 논의될 전망이다. 에너지 3법은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특별법', '해상풍력 특별법'이다.

이 법안들은 지난해 여당에서 신속한 처리를 요구하던 상황에서 계엄·탄핵 정국에 뒷순위로 밀렸다. 최근 딥시크 열풍,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 선포 등으로 한국 미래 산업 위기감이 고조되며 논의가 재개됐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2월 임시 국회 개회사에서 "반도체법과 에너지 3법 등 미래 먹거리 산업 지원 법안 협상을 신속하게 마무리 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논의 가능성 열린 '반도체 R&D 52시간 예외'…노동계는 강력 반발

반도체 특별법은 △반도체 산업 직접 보조금 △대통령 직속 위원회 및 지원 조직 설치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용수 관련 인허가 간소화 △인력 양성 지원 등이 주요 내용이다.

현재 최대 쟁점은 연구·개발(R&D) 인력을 대상으로 한 '주 52시간 근무 예외조항'(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이다. 국민의 힘에서는 적용 기준을 대통령령으로 위임하자는 입장이다.

그간 더불어민주당은 타 산업과의 형평성, 노동 시간 단축 원칙 훼손을 문제 삼았다. 그러다가 지난 3일 열린 토론회를 통해 52시간 예외 관련 전향적 입장을 내놓았다. 이재명 대표는 총 노동 시간을 늘리지 않는 선의 '집중 근로 허용' 의견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국민의힘의 대통령령 위임 방안에는 반대 의견을 냈다.

이런 태도 변화는 대선 국면을 겨냥한 정책 경쟁, 외연 확장 시도로 풀이된다. 52시간 예외 적용은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신중론이 나오는 등 논의는 남아있는 상태다. 지지층인 노동계의 반발이 크기 때문이다.

양대 노총은 노동 시장 규제 완화 논의가 반도체 산업에서의 경영 실패를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반대 근거로는 노동 여건 악화에 따른 핵심 인력 유출 가속, 건강권 침해 우려를 들었다.

전력수요 급증 대비하는 '에너지 3법'…공감대는 형성, 각론에서 차이

에너지 3법은 반도체 같은 첨단 제조 산업 육성을 지원하고 인공지능(AI), 자동화 시대에 급증할 산업 에너지 수요를 충당하려는 목적에서 제안됐다.

국가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은 국무총리 소속 전력망 위원회를 설치해 거버넌스를 강화하고 전력망 구축과 관련된 토지, 환경 관리 인허가 절차를 단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은 21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여야는 민간사업자 참여 범위, 재생에너지 포함 여부, 지역 주민 협의 강화 등을 두고 논의가 이뤄지다가 입법에는 실패했다.

해상 풍력 특별법도 인허가 간소화 규제 완화와 민간 투자 활성화가 주요 내용이다. 이 역시 생태계 보전과 어민 피해 방지 방안을 두고 쟁점이 있는 상태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특별법은 지속 가능한 원자력 산업이 되도록 폐기장 설치 근거, 주민 보상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이 법안도 21대 입법 시도가 좌절됐다. 야당은 원전 설계 수명을 기준으로 저장 용량을 정해야 한다고 봤고, 여당은 설계 수명 이후 계속 운전을 감안하며 맞섰다.

여야는 산업 경쟁력 확보라는 공감대는 형성했으나 세부 쟁점 논의를 향후 진행해야 한다. 아울러 반도체 특별법, 추가 경정 예산 등이 협상 테이블에 함께 오른 상태라 변수가 남아있다.

seungjun24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