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EA 사무총장 "한국, 전기화 시대 큰 결실 맺을 독보적 입지"

배터리·전력망 설비 등 제조역량 강점…"신뢰가 경쟁력"
韓-IEA, RISE ASIA 출범…석유·가스 넘어 '청정' 안보협력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3.12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이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전기화 시대'에 한국이 큰 결실을 거둘 수 있는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고 평가했다. 배터리와 전력망 설비 등 제조 역량에 더해 국제시장에서 쌓은 '신뢰'를 한국의 경쟁력으로 꼽았다.

비롤 사무총장은 17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한-IEA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국은 배터리부터 전력망 설비에 이르기까지 이미 세계를 선도하는 에너지 기술·제조 거점"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한국의 또 다른 강점으로 신뢰(trust)를 들었다. 비롤 사무총장은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라는 한국의 평판이 앞으로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더 중추적인 역할(an even greater role)을 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롤 사무총장은 올해 중동 분쟁을 "사상 최대 규모의 글로벌 에너지 공급 차질"로 규정했다. 산업과 데이터센터, AI가 전력수요를 끌어올리면서 에너지 안보의 범위도 석유·가스 수급에서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청정에너지 공급망까지 넓어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그는 "전기화는 에너지 안보 강화와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전 세계 에너지 투자의 절반 이상이 전력망과 저장장치, 재생에너지, 원전, 에너지 효율과 전기화 분야에 집중되고 있다며 강력하고 유연한 전력망 구축을 핵심 과제로 꼽았다.

한국과 IEA는 이날 '아시아 에너지 안보 협력 한-IEA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회복탄력적·통합적 아시아 에너지 안보 협력(RISE ASIA)'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 6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제안한 아시아·태평양 에너지 공급망 회복력 강화 구상을 구체화한 후속 조치다.

RISE ASIA는 기존 원유·액화천연가스(LNG) 수급 중심의 에너지 안보를 청정에너지 공급망과 전력 시스템 안정성까지 넓히는 것이 핵심이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LNG의 약 90%가 아시아로 향하는 상황에서 역내 국가별 비축·위기 대응 역량 차이와 미흡한 정보공유 체계를 보완한다는 구상이다.

구체적으로 원유·LNG와 청정에너지 공급망, 전력공급 위험을 함께 진단·감시하고 위험정보 공유와 조기경보, 공동 비축을 연계한다. 안정적인 청정전력 공급 기반을 확충하고 전력시장과 계통 운영 제도 개선도 협력한다. 에너지 접근성을 비롯한 포용적 협력과제를 발굴하기 위한 개방형 정책 대화도 별도 축으로 추진한다.

양측은 2026~2027년 아시아 에너지 회복력 공동보고서와 전기화 동향 분석 등 공동 진단을 진행한 뒤 2027~2028년 위기 대응 공동훈련과 우선순위 사업 발굴에 나설 계획이다. 2028년부터는 재원을 연계한 실증·인프라 사업과 에너지 접근성 개선 사업까지 확대한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에너지 안보와 기후 위기 대응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함께 달성해야 할 과제"라며 재생에너지 전환과 전기화, 충격에도 흔들리지 않는 전력 시스템 구축을 아시아 협력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비롤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에 앞서 이재명 대통령을 접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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