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태어난 아이, 노후엔 연간 80일 '폭염 지옥'"

한국 기후위기 평가보고서…2100년까지 최대 7도 상승
온난화 추세 강화…집중호우 등 기상재해 가속화 경고

폭염경보가 발효된 지난 7월 시민들이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는 광주 북구청 사거리 신호등을 건너고 있다. 2025.7.28/뉴스1 ⓒ News1 박지현 기자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지난해 한반도 연평균 기온이 14.5℃를 기록하며 2년 연속 기온 신기록을 경신한 가운데, 온실가스 감축 수준에 따라 2100년까지 최대 7.0℃까지 기온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폭염 일수는 최대 9배 늘고, CO₂농도도 전 세계 평균보다 높아지는 등 기후위기의 수치화된 경고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환경부와 기상청이 18일 공동 발간한 '한국 기후위기 평가보고서 2025'는 21세기 말(2081∼2100) 한반도 연평균 기온이 온실가스 감축 수준에 따라 2.3℃에서 최대 7.0℃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현재 연평균 8.8일 발생하는 폭염은 24.2일(저감 시나리오)에서 최대 79.5일(고배출 시나리오)로 늘어나 지금보다 3~9배 증가할 것이란 분석이다.

보고서는 이 같은 기후위기 가속화가 폭염과 집중호우 등 기상재해의 빈도와 강도를 높일 뿐 아니라, 인위적 요인으로 인한 폭염 발생 확률이 사례에 따라 4배 이상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국내에서 관측된 이산화탄소 농도는 안면도 430.7ppm, 고산 429.0ppm, 울릉도 428.0ppm으로 세 지역 모두 전 지구 평균 농도보다 약 5.2-7.9ppm 높았으며, 한반도의 2024년 농도 증가율도 3.4ppm으로 최근 10년(2014-2023)의 연평균 증가율 2.4ppm보다 높았다.

2024년과 2023년 한반도 연평균 기온은 각각 14.5℃, 13.7℃로 역대 1, 2위를 기록했으며, 1912~2017년 기온 상승률(0.18℃/10년)보다 1912~2024년 기온 상승률(0.21℃/10년)이 더 높아 최근 7년간(2018~2024) 온난화 추세가 강화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한반도 폭염의 발생빈도와 강도는 모두 증가 추세에 있으며, 인위적 요인으로 인한 폭염 발생 확률이 사례에 따라 4배 이상 증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제시됐다. 태풍의 극한강수 영역은 16~37% 확대될 전망이고, 초강력 태풍이 유지될 수 있는 고수온 발생 확률도 최소 5배 이상 증가할 가능성이 제시됐다.

또한 기후위기로 인한 생태계 생물다양성 변화와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 발생 증가, 수산업 생산성 저하 등 사회 전반에 걸친 영향과 전망도 보고서에 포함됐다.

육상 조류의 개체수 변화도 관측됐다. 육상 조류 52종의 점유율 변화를 분석한 결과, 전체의 38%가 감소했으며 겨울철새인 민물가마우지가 여름철에 관찰되거나 여름철새인 중대백로가 겨울철에 출현하는 등 계절과 불일치하는 육상 조류의 출현이 늘어나는 현상도 보고됐다.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자 수는 2020~2023년 평균 1,709명(사망 17명) 대비 2024년에는 2배 증가했으며 2050년대 고령자의 고온으로 인한 초과사망률은 '중간 단계 기후변화 시나리오(SSP2-4.5)'하에서 4.36%, '약간 높은 단계 기후변화 시나리오(SSP3-7.0)'에서 5.52%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보고서는 물관리, 생태계, 농수산, 건강, 산업 등 사회 전 부문의 기후위기 영향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해 올해 하반기에 수립 예정인 '제4차 국가 기후위기 대응(적응)대책(2026∼2030)'을 비롯해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 등 각 분야의 대응대책 수립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안세창 환경부 기후탄소정책실장은 "폭염, 홍수 등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가 증가하고 있어 기후 취약계층 보호가 중요하다"면서 "사회 전 부문의 기후대응 역량이 제고될 수 있도록 '제4차 국가 기후위기 대응(적응)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김승희 기상청 차장은 "기후위기가 심화됨에 따라 각종 기후재난의 발생 양상이 복잡해졌다"면서 "정교한 기후위기 감시·예측을 통해 기후위기 적응정책 수립을 위한 과학적 근거를 강화하고, 우리나라 기후과학계의 연구 성과를 국제적으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freshness41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