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지휘 사라진 노동감독관…10월부터 독자 수사 시험대
임금체불·산재 사건, 노동감독관 독자 수사 D-2
보완수사 요구만 가능…사건 처리기간·공정성 주목
- 조용훈 기자
(세종=뉴스1) 조용훈 기자 = 고용노동부 노동감독관이 다음 달 2일부터 검사의 수사지휘 없이 임금체불과 산업재해 등 노동관계법 위반 사건을 수사한다. 같은 날 검찰청이 폐지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출범하면서, 노동감독관이 수사한 사건은 공소청에 송치되며 공소청 검사가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 노동부는 자체 지휘체계와 수사심의위원회 등을 준비하고 있으나, 전국 49개 지방관서의 수사 기준 통일과 사건 처리 공정성이 제도 시행 초기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30일 노동부에 따르면 다음 달 2일 개정 형사소송법이 시행되면 검사의 특별사법경찰관에 대한 수사지휘 규정이 폐지된다. 이에 따라 노동감독관은 임금체불, 산업재해 등 노동관계법 위반 사건을 검사의 사전 지휘 없이 수사하게 된다.
노동감독관은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 등 노동관계법 위반 사건을 수사하는 특별사법경찰관이다. 그동안 입건과 피의자 조사, 압수수색, 송치 등 절차에서 검사의 수사지휘를 받아왔다.
다음 달부터는 사건 초동 대응과 증거 수집, 적용 법조 검토, 송치 여부 판단에서 노동부 내부의 역할이 한층 커진다. 특히 다수 피해자가 발생한 임금체불이나 사망사고가 난 산업재해, 원·하청 책임이 얽힌 사건은 초기에 수사 범위와 법리 적용을 신속하게 판단해야 한다.
수사·기소 분리에 따라 기소와 공소 유지는 공소청이, 중대범죄 수사는 중수청이 맡는다. 노동감독관이 수사를 마친 사건은 공소청에 송치되고, 공소청 검사가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를 하는 권한은 사라지며, 공소청 검사는 추가 수사가 필요하면 수사기관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노동부는 검사 수사지휘권 폐지에 맞춰 청·지청별 자체 지휘체계를 마련하고 수사심의위원회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수사 매뉴얼과 '노동사건 수사규칙(가칭)'도 제정해 지방관서별 수사 절차와 기준을 정비한다는 방침이다.
노동부는 지난 17일부터 21일까지 3일간 전국 49개 지방고용노동관서를 대상으로 권역별 설명회를 열어 제도 시행 준비 상황을 공유했다. 지방관서 노동기준 분야 감독부서장과 팀장이 참석해 새 수사체계와 현장 애로사항을 논의했다.
다만 자체 지휘체계와 심의 절차가 실제 수사에서 어떤 방식으로 작동할지는 아직 확인이 필요한 대목이다. 수사심의위원회의 구성과 심의 대상, 심의 의견의 구속력에 따라 견제 장치의 실효성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내부 지휘가 전문성을 보완할 수 있지만, 사건 처리 단계가 늘어나면 신속한 피해 구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노동부는 독자 수사체계 전환에 대비해 신규 노동감독관 교육과정 12주 가운데 8주를 실습 중심의 '수사학교'로 편성했다. 지난 5월 입교한 신규 감독관 206명에게 처음 적용한 수사학교에서는 실제 노동사건 신고 316만 건을 분석해 만든 34개 모의사건을 활용해 사건 접수부터 내사와 수사, 종결까지의 절차를 훈련했다.
재직 감독관에게는 형사법과 전문 수사기법 교육을 강화하고, 팀장·과장 등 중간관리자에게는 사건 지휘와 법리 판단 교육을 실시한다. 노동부는 기관장 49명을 시작으로 관리자 890명 전원을 대상으로 수사지휘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노동부는 2027년 개원을 목표로 감독관 전문교육기관 설치도 추진한다. 행정 감독과 형사수사를 병행하는 감독관의 직무 특성에 맞춰 교육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취지다.
12월 8일에는 '노동감독관 직무집행법'도 시행된다. 법률상 명칭이 근로감독관에서 노동감독관으로 바뀌고, 고용노동부 소속 '중앙노동감독관'과 시·도 소속 '지방노동감독관'으로 구분된다. 상시근로자 30명 미만 사업장에 대한 감독 권한 일부는 시·도지사에게 위임할 수 있게 된다. 형사소송법 개정 시행에 이어 노동감독 체계 개편도 단계적으로 이어진다.
독자 수사체계의 영향은 사건 물량이 큰 임금체불 분야에서 먼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종결된 체불 사건은 9만 7343건이며, 이 중 사법 처리된 사건은 2만 1803건이다. 초동 조사와 증거 확보, 법리 판단에서 관서별 편차를 줄이는 것이 제도 안착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서는 권한 확대에 맞춰 수사 투명성을 뒷받침할 통제 장치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노동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6년 8월까지 노동감독관 징계는 77건이었다. 직무태만·부실처리가 21건으로 가장 많았고, 음주운전·측정거부 17건, 금품·향응 수수 등 청렴의무 위반 15건 순이었다.
이 의원은 검사의 수사지휘가 폐지되고 수사·기소가 분리되는 만큼 독립 수사에 걸맞은 통제 장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노동부가 수사심의위원회 운영 현황, 사건 처리 기간, 공소청의 보완수사 요구 건수 등을 얼마나 투명하게 관리·공개할지가 독자 수사체계의 신뢰를 좌우할 변수로 꼽힌다.
최관병 노동부 근로감독정책단장은 "특별사법경찰관의 수사권 독립은 노동감독관에 더 큰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역사적 전환점"이라며 "공정하고 엄정한 수사로 안전하고 기본이 지켜지는 일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joyongh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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