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1만2000원 꺼낸 노동계…인상률 16.3% 日·독일 등 주요국 2배

주요국 최근 최저임금 인상률 0~8%대…노동계 요구안은 16.3%
물가상승률 2.1%·실질임금 증가율 0.9%와도 격차 커

류기정 사용자위원과 류기섭 근로자위원이 1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열린 2027년도 최저임금위원회 7차 전원회의에서 발언을 들으며 물을 마시고 있다. 2026.6.18 ⓒ 뉴스1 김기남 기자

(세종=뉴스1) 심서현 기자 = 23일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를 앞두고 노동계가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시급 1만 2000원을 제시하면서 최저임금위원회 논의가 인상 수준을 둘러싼 공방으로 옮겨갈 전망이다.

노동계는 지난 15일 내년 적용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올해보다 16.3% 오른 시급 1만 2000원을 공개했다. 올해 최저임금 1만 320원보다 1680원 높은 수준으로, 월 209시간 기준으로 환산하면 250만 8000원이다.

노동계는 물가 상승과 생계비 부담, 저임금 노동자 소득 보전 필요성을 이유로 대폭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최근 국내 물가·임금 지표와 주요국 최저임금 결정 수준을 비교하면 노동계 요구안의 인상 폭은 높은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1%, 생활물가지수 상승률은 2.4%였다. 같은 해 연간 실질임금 증가율은 0.9%로 1%를 밑돌았다. 노동계 요구안인 16.3%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약 7.8배, 생활물가 상승률의 약 6.8배, 최근 3년 최저임금 평균 인상률 2.4%의 6.8배에 이른다.

최저임금 3년 평균 인상률 2.4%…노동계 요구안은 16.3%

최근 최저임금 결정 흐름과 비교해도 노동계 요구안은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최저임금 인상률은 2024년 2.5%, 2025년 1.7%, 2026년 2.9%였다. 최근 3년 평균 인상률은 2.4% 수준이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3년 3.6%, 2024년 2.3%, 2025년 2.1%로 평균 2.7%였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물가상승률을 소폭 밑돈 것은 맞지만, 이를 근거로 한 번에 16.3% 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최근 물가·임금 흐름과 격차가 크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액수 기준으로 봐도 차이가 크다. 최근 최저임금 인상액은 2024년 240원, 2025년 170원, 2026년 290원이었다. 노동계 요구안은 올해보다 1680원을 올리는 안으로, 최근 3년 평균 인상액 233원의 약 7.2배다. 지난해 인상액 290원과 비교해도 약 5.8배에 달한다.

그러나 노동계는 현행 최저임금이 생계비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전국에서 모인 소상공인들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생존권 사수와 고용정책 대전환 촉구 범소상공인 결의대회'에서 최저임금 구분 적용과 주휴수당 폐지,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철회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6.9 ⓒ 뉴스1 구윤성 기자
독일 8.4%·일본 6.3%·영국 4.1%…노동계 요구안, OECD 주요국 상회

노동계 요구안은 OECD 주요국과 대만 등의 최근 최저임금 결정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주요국의 최근 최저임금 인상률은 대체로 0~8%대에 머물렀지만, 노동계 요구안은 16.3%에 달한다.

이는 독일(8.4%), 일본(6.3%), 호주(6.0%), 영국(4.1%), 프랑스(2.41%), 캐나다(약 2.3%), 미국(2009년 이후 동결) 등 OECD 주요국과 대만(3.18%)의 최근 최저임금 인상률을 모두 웃도는 수준이다. 실제 결정치가 아닌 노동계의 최초 요구안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심의 과정에서 경영계가 영세·소상공인의 지불능력과 고용 부담을 들어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독일은 올해 법정 최저임금을 시간당 13.90유로(약 2만 4800원)로 올렸다. 전년 12.82유로보다 약 8.4% 인상한 수준이다. 노동계 요구안 16.3%는 독일 인상률의 약 2배다.

일본은 지난해 지역별 최저임금 전국 가중평균을 1121엔(약 1만 800원)으로 정했다. 전년보다 6.3% 오른 수준이다. 노동계 요구안은 일본 인상률의 약 2.6배다.

호주는 올해 7월부터 전국 최저임금을 시간당 26.44호주달러(약 2만 8500원)로 올린다. 전년 24.95호주달러 대비 인상률은 약 6.0%다.

영국은 지난 4월부터 21세 이상 기준 'National Living Wage'를 시간당 12.71파운드(약 2만 6300원)로 올렸다. 인상률은 4.1%다. 대만은 2026년 최저임금을 시간급 196대만달러(약 9300원), 월급 2만 9500대만달러(약 139만 8000원)로 각각 3.18% 인상했다.

프랑스는 올해 최저임금을 시간당 12.31유로로 올렸고, 인상률은 2.41%였다. 캐나다는 연방 최저임금을 시간당 18.15캐나다달러(약 2만 100원)로 올려 전년보다 약 2.3% 인상했다.

미국 연방 최저임금은 시간당 7.25달러(약 1만 800원)로 2009년 이후 17년째 동결돼 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모두를 위한 최저임금 운동본부는 15일 2027년 적용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시급 1만2000원을 제시했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1만320원)보다 16.3% 인상된 수준으로, 월 환산액은 250만8000원(월 209시간 기준)이다. ⓒ 뉴스1 김초희 디자이너
전문가들 "최저임금 이미 높은 편…16% 인상 요구는 과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노동계 요구안의 인상 폭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16% 인상은 어느 때를 기준으로 보더라도 터무니없이 높은 수준"이라며 "우리나라의 현재 최저임금 수준도 경제 규모나 노동시장 여건을 고려하면 이미 높은 편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최저임금이 오르면 미숙련 노동자의 고용은 줄고 숙련 노동자의 노동 수요가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이 경우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하려는 제도가 오히려 노동시장 양극화를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양 교수는 최저임금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나 임금 수준과 비교해 낮지 않다는 점도 지적했다.

OECD에 따르면 한국의 2025년 명목 최저임금은 2021년보다 15% 올랐다. 고물가를 반영한 실질 최저임금도 같은 기간 플러스를 유지했다. 실질임금 역시 2021년 1분기 이후 2.9% 넘게 올라 OECD 중윗값을 웃돌았다. 물가 부담이 있었던 것은 맞지만, 최저임금과 임금 수준이 함께 후퇴했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16.3% 인상 요구는 최근 임금·물가 흐름과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최저임금 일자리는 주된 생계부양자가 아닌 청년 아르바이트나 가구 내 보조 소득자도 적지 않다"며 "최저임금만으로 모든 노동자의 생계를 보장해야 한다는 논리는 실제 최저임금 노동자의 구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고 짚었다.

최임위 구성과 대표성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 노동경제 전문가는 "현재 최임위 논의는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와 이들을 고용하는 영세 사업주의 이해가 직접 반영된다기보다, 전국 단위 노사단체의 임금협상 대리전 성격이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는 최저임금 노동자, 최저임금 고용 사업주,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미숙련 구직자, 사회 전체의 이해가 함께 반영될 필요가 있다"며 "지금 구조에서는 최저임금 논의가 전체 임금 수준을 둘러싼 노사 대립으로 번지기 쉽다"고 강조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2027년 적용 최저임금 노동계 요구안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6.15 ⓒ 뉴스1 김성진 기자

seohyun.sh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