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시간도 노동이다"…배달·택배기사 '표준노동시간' 설정 요구
한노총, 최임위서 배달·택배 등 6개 직종 '표준노동시간' 도입 제안
웹툰작가 등 시간 측정 어려우면 '최저보수제'로 순소득 보장
- 한수민 수습기자, 이정현 기자
(세종=뉴스1) 한수민 수습기자 이정현 기자 = 배달기사와 택배기사, 대리운전기사 등의 이동시간과 대기시간도 노동시간으로 인정해 최저임금을 보장해야 한다는 노동계 주장이 나왔다. 도급제 노동자에게도 '표준노동시간'을 설정해 일반 근로자처럼 시간당 임금을 산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적용하자는 취지다.
노동시간 측정이 어려운 직종에 대해서는 직종별 최소 보수 기준을 정하는 '최저보수제'를 도입해 최소한 법정 최저임금 수준의 소득을 보장해야 한다는 제안도 함께 제시됐다.
한국노총은 9일 오후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4차 전원회의에 앞서 이 같은 내용의 '도급제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의 실질적 적용방안'이란 주제의 분석 보고서를 내놨다.
한국노총이 제안한 첫 번째 방안은 노동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직종에 대해 '표준노동시간'을 설정하는 것이다.
배달라이더와 택배기사, 대리운전기사, 돌봄·가사노동자, 방문서비스 노동자, 학습지 교사 등은 이동시간과 대기시간, 실제 업무시간 등을 일정 수준 이상 측정할 수 있어 일반 근로자와 유사하게 시간당 임금을 산정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표준노동시간에는 실제 업무시간뿐 아니라 이동시간, 대기시간, 업무 준비시간 등이 포함된다. 이후 총수입에서 유류비와 보험료, 차량 감가상각비 등 업무 수행에 필요한 비용을 제외해 순소득을 산출하고, 이를 표준노동시간으로 나눠 시간당 임금을 계산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산정된 시간당 임금이 법정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할 경우 이를 보전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노총의 설명이다.
노총은 △음식배달 △택배 △대리운전 △돌봄·가사노동 △가정방문 △학습지 교사 6개 직종은 이동시간, 대기시간, 실제 일한 시간 등을 측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 직종 약 65만 1000명을 대상으로 한 '도급제 최저임금 노동실태 연구' 결과에 의하면, 이들 노동자가 업종별 월평균 19.3~22.2일, 하루 7.4~8.8시간을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웹툰 작가 등 노동시간을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어려운 직종에는 '최저보수제' 도입을 제안했다.
최저보수제는 최저임금 이상의 소득을 보장할 수 있도록 직종별 최소 보수 기준을 설정하는 제도다. 물가상승률과 유사업무 임금 수준, 업무 수행 비용 등을 반영해 적정 보수를 산정하고, 최임위가 대상 직종을 지정한 뒤 별도의 노사정 협의체가 매년 보수 수준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직종별로는 대리운전기사에게 대기·이동시간을 반영한 최저운행보수, 배달라이더에게 거리와 위험도를 고려한 최저배달료, 택배기사에게 분류·상하차 업무까지 포함한 최저배송수수료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학습지교사와 방과후강사에 대해서는 수업 준비와 상담, 행정업무 등을 포함한 최저보수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노총은 결국 도급제 노동자도 실제 노동에 투입한 시간과 비용을 고려했을 때 최소한 법정 최저임금 수준의 순소득은 보장받아야 한다는 원칙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노동시간 기록 의무화, 사용자 입증 책임 강화, 근로자 추정제 도입 등 제도 개선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최임위 회의에 참석한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모두발언에서 "최저임금법상 도급·유사 형태에 대한 특례 규정 등은 도급제 노동자의 최저임금 적용을 뒷받침하는 충분한 근거"라며 "뉴욕·시애틀 배달라이더의 최저임금 산정 방식, 영국의 공정 단가 제도, 우리나라 화물운송 노동자의 안전운임제 운영 경험 등은 도급제 노동에 맞는 별도의 최저임금 산정 방식을 얼마든지 설계할 수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sumin0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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