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기사도 최저임금 받을까…근로자성·지급주체·산정방식 '3대 난제'
최저임금위 '도급제' 공방…노동계 "사각 해소" vs 경영계 "적용 무리"
차액 보전 주체 모호, 시급 환산 복잡…실태조사 공개에도 도입 진통 예상
- 심서현 기자
(세종=뉴스1) 심서현 기자 = 내년 최저임금 심의에서 배달기사와 택배기사 등 도급제·플랫폼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별도 적용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저임금법상 별도 적용 근거는 존재하지만 특수고용·플랫폼 종사자의 근로자성 인정 여부부터 최저임금 미달분 보전 주체, 직종별 보수 환산 방식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아 실제 도입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9일 노동계 등에 따르면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날 제4차 전원회의에서 도급제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별도 적용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지난 4일 열린 제3차 전원회의에서 노사 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데 따른 후속 논의다.
최저임금법 제5조 3항은 임금이 통상적인 시간급 방식이 아니라 도급제나 그 밖의 형태로 정해져 시간 단위 최저임금을 정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을 경우 대통령령으로 최저임금액을 따로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노동계는 이 조항을 근거로 배달 라이더와 택배기사 등 특고·플랫폼 종사자까지 최저임금 보호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경영계는 최저임금 제도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를 전제로 하는 만큼 특고·플랫폼 종사자 전체를 최저임금위 논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무리라고 맞서고 있다.
노동법 전문가인 김남석 변호사는 "도급제라고 해도 근로자성이 인정돼야 이 조항이 적용된다"며 "사실상 사문화된 조항을 규정 취지에 맞게 운영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반면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저임금법상 도급제를 특고·플랫폼 종사자에게 적용하는 것은 조항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해당 규정은 영업사원처럼 실적급을 받는 근로자에게도 최소한의 임금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개인사업자 형태인 특고·플랫폼 종사자에게 적용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근로자성 논란을 넘어 실제 제도 설계 단계에서도 적지 않은 난제가 남아 있다.
가장 큰 쟁점은 최저임금 미달분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다.
김기승 한국노동경제연구학회장은 "월급을 받는 근로자라면 최저임금이 적용되지만 개인사업자 형태라면 월급 개념 자체가 없다"며 "최저임금에 미달할 경우 누가 차액을 보전해야 하는지부터 정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논의는 가능하지만 구체적인 제도 설계안이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급제 노동자를 하나의 기준으로 묶기 어렵다는 점도 걸림돌로 꼽힌다.
이상호 성공회대 초빙교수는 "도급제 노동자라는 개념 자체가 매우 넓다"며 "배달노동과 다른 플랫폼 노동의 보수 체계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직종별로 별도 기준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최저임금은 시간당 임금을 기준으로 하지만 플랫폼·도급 노동은 건당 수수료나 성과급 방식이 일반적이다.
이 교수는 "배달 노동만 하더라도 건당 보수를 기준으로 할지, 노동시간을 어떻게 계산할지 등 쟁점이 많다"며 "현실적으로 내년부터 적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논의는 당장 최저임금 수준을 정하는 문제라기보다 도급제·플랫폼 노동자를 제도권 안으로 포함할 수 있는지를 둘러싼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급제 최저임금 논의는 지난해에도 최저임금위 테이블에 올랐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당시 공익위원들은 노동부에 도급제 임금 직종의 대상과 규모, 수입, 근로조건 등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해 2027년도 최저임금 심의 때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올해는 해당 실태조사 결과가 처음 공개되면서 논의가 재개된 점이 지난해와 다르다.
다만 노동계는 도급제 노동자 규모를 870만 명으로 추산하며 최저임금 사각지대 해소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경영계는 특고·플랫폼 종사자 최저보수 논의는 최저임금위가 아닌 정부나 국회,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등 별도 기구에서 다뤄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에 따라 이날 제4차 전원회의에서도 최저임금 수준 논의보다는 최저임금위원회의 심의 권한과 도급제 노동자 적용 범위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seohyun.shi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