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총파업 초읽기…'긴급조정권' 둘러싼 勞-使 전면전으로 불붙나

재계, 긴급조정권 발동 요구, 금속노조 "발동 시 투쟁"
정부도 온도차…노동부 "대화 우선"vs산업부 "불가피"

15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 사옥에서 직원들이 이동하고 있다. 삼성전자 노동조합의 총파업을 앞두고 노사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가능성이 작아지면서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발동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2026.5.15 ⓒ 뉴스1 안은나 기자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정부 중재에도 삼성전자(005930) 노사 협상이 최종 결렬되면서 오는 21일 총파업 가능성이 한층 커지고 있다.

총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반도체 생산 차질 등 국가 경제 전반에 미칠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부가 직접 개입해 파업을 제한할 수 있는 '긴급조정권' 발동 여부를 둘러싼 찬반 논란도 확산하는 분위기다.

경영계는 산업 피해 최소화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노동계는 긴급조정권이 발동될 경우 강경 투쟁으로 맞서겠다는 입장이다. 정부 내부에서도 긴급조정권 활용 필요성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면서 사태가 단순한 기업 노사 갈등을 넘어 정책·이념 갈등으로 비화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산업부 "긴급조정 불가피"…노동부는 '대화 우선' 온도 차

논란에 불씨를 당긴 건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다. 김 장관은 전날(14일) 본인의 SNS에 "파업이 발생한다면 긴급조정도 불가피하다"고 밝히며, 삼성전자 파업 가능성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했다.

산업부 장관이 '긴급조정권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긴급조정권은 법적으로 고용노동부 장관의 권한이기 때문이다.

반면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는 "긴급조정권은 검토한 바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연일 "대화가 절실하다"며 노사 자율 교섭을 통한 해결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X(옛 트위터)에 "민주주의는 대화의 힘을 믿는 것이다. 노동자 없는 기업 없고 회사 망하라고 설립된 노조 없다"면서 "내 경험으로 파업만큼 어려운 것은 교섭이었다. 파업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면 결국 교섭으로 마무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정부 내에서도 산업부는 '긴급조정 불가피성'을 언급한 반면, 노동부는 '대화 우선'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김영훈 장관이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이라는 점까지 거론되면서, 노동계와의 관계를 고려한 신중론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금속노조 "발동 시 투쟁"…긴급조정권, 노정 충돌로 확산 조짐

이런 상황에서 노동계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은 전날 성명을 내고 "정부가 직권으로 긴급조정권을 발동할 경우 강력한 투쟁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금속노조는 "헌법은 노동자에게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보장하고 있다"며 "긴급조정권 발동은 노동3권을 정면으로 훼손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삼성전자에 긴급조정권이 적용된다면 자동차·조선·철강 등 금속노조 사업장 전반의 파업권을 제한하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노동계는 특히 이번 삼성전자 사례가 향후 주요 산업 현장의 파업에 대한 정부 개입의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 강한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 따라 긴급조정권 논란이 단순한 삼성전자 노사 갈등을 넘어 정부와 노동계의 정면 충돌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정부와 재계는 총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국가 경제에 미칠 충격이 상당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 차질이 현실화할 경우 글로벌 공급망 불안은 물론 수출 감소와 협력업체 피해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생산 중단 시 피해 규모가 최대 100조 원에 달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경제계도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 6단체는 다음 주 긴급 공동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성명에는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 철회와 노사 간 대승적 타협을 촉구하는 한편, 협상이 끝내 결렬될 경우 정부가 긴급조정권 발동을 검토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쟁점은 '경제적 피해 최소화'와 '헌법상 노동 기본권 보장'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지점에 모인다. 노동계는 파업권은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인 만큼 정부 개입 자체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정부와 재계는 반도체 산업의 특수성과 국가 경제 파급력을 고려하면 일정 수준의 공적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노동계 안팎에서는 긴급조정권이 법적으로 가능한 수단이라 하더라도 실제 발동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아직 크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치적 부담이 큰 데다 노동계의 강한 반발이 예상되고, 정부 내부에서도 신중론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총파업이 현실화해 생산 차질이 본격화할 경우 분위기는 달라질 수 있다. 정부가 경제적 피해 확산을 이유로 긴급조정권 검토에 나설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이 전면 중단될 경우 웨이퍼 가공 차질이 장기화하면서 약 1700개 협력업체로 피해가 확산하고, 글로벌 공급망 신뢰 저하와 함께 국내 일자리·소득 감소 등 경제 전반에 연쇄 충격이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freshness41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