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사용자성 첫 판단…"국세청, 콜센터 노조의 원청 맞다"

실질적 지배·결정 여부가 핵심…의제별로 인정 갈려

정부세종청사 전경 자료사진 2023.5.15 ⓒ 뉴스1 김기남 기자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고용노동부가 내부 자문을 거쳐 국세청 외주 콜센터 노동자들이 국세청과 직접 교섭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중앙행정기관인 국세청이 일부 교섭 의제에 대해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본 것으로, 노란봉투법 시행 후 정부의 첫 사용자성 판단이다.

고용노동부는 8일 단체교섭 판단지원위원회 자문을 거쳐 원청의 사용자성 여부에 대한 판단을 내리고 적용 기준을 제시했다.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이후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교섭 상대방이 될 수 있는지를 두고 이어진 논란 속에서, 정부가 처음으로 판단 기준을 구체화한 것이다.

앞서 민주노총 서비스일반노조 모두의콜센터지부 산하 하청노조인 국세청 콜센터지회는 노란봉투법이 시행된 지난달 10일 국세청을 상대로 교섭요구안을 발송했지만, 국세청은 사용자성 여부를 판단 받겠다며 해당 사건 신청을 했다.

노동부는 개정 노조법 해석지침에 따라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지 여부를 핵심 기준으로 제시했다. 특히 동일한 사업장이라도 교섭 의제별로 사용자성을 달리 판단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번 판단에서 국세청 홈택스 콜센터 노동자들의 교섭 의제 5개 중 '감정노동자 보호 및 작업환경 개선'에 대해서는 사용자성이 인정됐다. 국세청이 콜센터 운영에 필요한 시설·장비를 제공하고, 복리후생 시설 개선 여부와 범위·시기를 실질적으로 결정하고 있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또 상담 시스템과 전화망 등 핵심 인프라를 국세청이 통제하고 있어, 수탁업체가 민원 응대 방식이나 운영 구조를 독자적으로 변경하기 어려운 점도 반영됐다. 이에 따라 해당 의제에 한해서는 국세청이 실질적인 사용자로 판단됐다.

다만 직접고용 전환, 인공지능(AI) 도입 시 고용안정, 임금구조 개선 등 나머지 교섭 의제에 대해서는 자료 부족 등을 이유로 판단이 보류됐다.

노동부 자문은 행정해석이기에 법적 구속력은 없다. 국세청이 노동부 판단을 받아들이면 교섭요구 사실 공고 절차에 들어가게 되고, 이를 거부하면 노동위원회 판단을 받을 수도 있다.

반면 공공기관인 태권도진흥재단 사례에서는 모회사의 사용자성이 인정되지 않았다. 자회사가 인사·조직·운영 전반에서 자율성을 보유하고 있고, 모회사가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이 주요 근거다.

이에 따라 '직접고용 전환'이나 '모회사와 동일한 복리후생 적용' 등 노동조합이 제시한 교섭 요구에 대해서는 모회사의 사용자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단은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원·하청 교섭 구조에 대한 첫 공식 기준이 제시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교섭단위가 아니라 '교섭의제별' 사용자성을 판단하는 방식이 확인되면서, 향후 개별 사업장별로 다양한 해석과 적용이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노동부는 앞으로 단체교섭 판단지원위원회를 중심으로 사용자성 판단 기준을 보다 구체화하고, 현장의 법적 불확실성을 완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원·하청 노사 간 교섭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지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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