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욜로은퇴 시즌3] 은퇴 후 재취업과 중고차 시장 이론

김경록 옵투스자산운용 고문

편집자주 ...인생 오후로 가는 삶의 전환기에 있는 독자 여러분의 올바른 선택에 도움이 되는 경제학적 선택의 기술을 '욜로은퇴 시즌3'으로 전합니다.

김경록 옵투스자산운용 고문

은퇴 이후의 재취업 시장은 흔히 '경험이 풍부한 인재를 다시 활용하는 장'으로 간주하지만, 경제학의 시선으로 보면 훨씬 냉정한 구조를 갖는다. 바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조지 애컬로프(George Akerlof)의 '중고차 시장' 이론이 작동하는 시장이다.

이 이론의 핵심은 정보 비대칭성이다. 판매자는 중고차의 품질을 잘 알지만, 구매자는 그것을 완전히 알 수 없기 때문에 좋은 중고차나 나쁜 중고차나 모두 평균적인 가격만 제시하게 된다. 그 결과 좋은 중고차는 시장에서 이탈하며 질 낮은 중고차만 남는 역선택(adverse selection)이 발생한다.

은퇴 후 재취업 시장에서의 고령 인력은 이 중고차와 유사한 위치에 놓인다. 구직자는 자신의 역량 성실성, 네트워크, 문제 해결 능력을 잘 알고 있지만, 기업은 이를 완전히 검증하기 어렵다. 특히 한국 노동시장에서 50대 이상의 경력자는 두 가지 의심을 받는다. 생산성이 여전히 유지될지, 조직 적응력이 떨어지지 않는지 하는 것이다. 이 의심은 실제 능력과 무관하게 보편적으로 작동하며, 기업은 고령 인력에 대한 평균적으로 할인된 기대치를 임금으로 반영한다.

그러면 좋은 인재일수록 낮은 평가를 견디지 못하고 시장을 떠나고, 결국 시장에는 정말로 생산성이 낮은 인력만 남게 되며 기업의 편견은 더욱 강화된다.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에서 김낙수 부장은 200만원 대의 임금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재취업 시장을 떠난다. 이 악순환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경기도 일산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지난해 10월 14일 열린 ‘경기도 5070 일자리 박람회’를 방문한 구직자들이 구인공고를 살펴보고 있다. ⓒ 뉴스1 이호윤 기자

이 구조에 대응하는 방법은 정보 비대칭을 깨는 신호를 만드는 것이다. 경제학은 이 문제에 대해 해법을 제시한다. 시장에서 살아남는 것은 단순히 능력이 높은 사람이 아니라, 그 능력을 신뢰할 수 있게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다. 효과적인 신호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업적을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성과로 번역한다. 경력은 길지만 성과가 추상적인 경우 신뢰하기 어렵다. 따라서 과거 경험을 '매출 몇 % 증가, 비용 몇억원 절감, 프로젝트 기간 몇 % 단축'과 같은 정량적 지표로 재구성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이력서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정보 비대칭을 줄이는 핵심 장치다.

둘째, 위험을 선제적으로 제거하는 계약 구조를 제시한다. 기업은 상대방을 잘 모르기에 장기적인 계약을 꺼린다. 고용 한 번 했다가 되돌리지 못하면 골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기 계약, 프로젝트 기반 협업, 성과 연동 보수 체계 등을 스스로 제안하는 것이다. 이는 일종의 자기 선별 메커니즘이다. 자신 있는 사람만이 이런 조건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네트워크 기반 시장의 활용이다. 공개 채용 시장은 정보 비대칭이 큰 시장이다. 반면 기존 관계나 평판을 기반으로 한 시장은 나의 정보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다. 즉 중고차 시장이 아닌 '지인 간 거래 시장'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실제로 재취업 시장은 지인을 통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가격(임금)은 시장의 평균이 아니라 개별 평가에 의해 결정된다. 한편 SNS의 네트워크 관리도 중요하다. 친밀도는 약하지만 의외로 이 경로를 통해 나의 정보가 전달되는 경우도 많다.

넷째, 지속해서 신호를 갱신한다. 자격증, 강의, 컨설팅, 저술, 콘텐츠 생산 등은 단순한 자기 계발이 아니라 시장에 보내는 신호다. 특히 디지털 환경에서의 블로그, 유튜브, 저술 발간 등은 자신의 전문성을 지속해서 증명하는 역할을 한다. 이는 '이 사람은 현재도 생산성이 유지되고 있다'는 메시지가 된다. 가수가 계속해서 앨범을 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서울 마포구청에서 지난해 12월 10일 열린 노인일자리 박람회에서 어르신들이 노인공익활동 및 역량활용사업 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 뉴스1 구윤성 기자

결국 은퇴 후 재취업 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나의 실제 가치'가 아니라 '시장이 인식하는 가치'다. 중고차 시장에서 좋은 차가 제값을 받기 위해서는 단순히 품질이 좋은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정비 기록, 보증, 브랜드 신뢰 등 다양한 신호가 필요하다. 노동시장도 다르지 않다. 내가 신호를 적극적으로 보내야 한다.

은퇴 이후의 노동시장은 공개된 시장에서 많은 정보가 유통되는 곳이 아니다. 그러나 그 구조를 이해하면 대응 전략은 분명해진다. 정보 비대칭을 줄이고 신뢰할 수 있는 신호를 설계함으로써 노동의 거래 구조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이것이 중고차로 취급되는 은퇴 후 재취업 시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지키고 차별화를 만들어내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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