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2주차…공공부문發 교섭 갈등, 연구기관으로 번져

2주차 시정신청 절반 이상이 연구기관 대상…공공 내부 갈등 확대
교섭 책임·절차 둘러싼 충돌 심화 전망…정부도 대응 본격화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민주노총 투쟁 선포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3.10 ⓒ 뉴스1 최지환 기자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 시행 이후, 기업보다 공공부문에서 먼저 교섭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시행 첫 주에는 일반 공공기관 중심이던 갈등이 2주차 들어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 확산됐으며, 개별 기관 위주로 발생했던 갈등은 노조 연합이 동시에 대응하는 집단 분쟁 형태로 전환되고 있다.

사용자성 판단에 더해 교섭 절차 문제까지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공공부문 내 갈등 양상은 한층 복잡해지고 있다.

26일 조지연 국민의힘 의원실과 중앙노동위원회에 따르면 노란봉투법 시행일인 지난 10일부터 23일까지 접수된 교섭 관련 분쟁은 유형별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해당 기간 접수된 분쟁 사례는 △교섭단위 분리 결정 신청 51건 △교섭요구사실의 공고에 대한 시정신청 43건으로 집계됐다. 특히 시정신청은 정부출연연구기관과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잇따르며 공공 내부 교섭 갈등이 확산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노란봉투법 2주차, 공공연구노조가 정부출연기관 상대로 사용자성 판단 요구↑

특히 노란봉투법 시행 2주차에 접어든 18일 이후에는 공공과학기술연구노동조합이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을 상대로 교섭요구 공고 미이행에 대한 시정신청을 잇따라 제기하면서 갈등 양상이 변화하고 있다. 단기간에 동일 노조가 다수 기관을 상대로 신청을 제기하면서 갈등이 개별 대응에서 집단 제기 형태로 전환되는 모습이다.

18일 이후 제기된 시정신청 중에는 전체 37건 가운데 약 절반이 넘는 21건이 연구기관을 대상으로 제기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화학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 등 다수 연구기관이 피신청인으로 포함되며 특정 공공 영역을 중심으로 분쟁이 동시다발적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이는 단일 기관을 넘어 동일한 구조를 가진 공공기관군 전반으로 갈등이 번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각에선 사용자성 인정 여부를 둘러싼 개별 판단에서 나아가, 교섭 절차 이행 여부를 둘러싼 집단적 쟁점으로 갈등의 축이 이동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공공부문 내부에서도 갈등의 확산 속도도 빠르다. 시행 첫 주 사용자성 판단 요청이 공공에 집중된 데 이어, 2주차에는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시정신청이 이어지며 갈등이 더욱 구조적으로 확대되는 흐름이다. 특히 연구기관을 포함한 공공기관은 정부와의 관계가 밀접한 만큼, 향후 판단 결과에 따라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는 "사용자는 교섭요구를 받으면 지체 없이 공고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절차 위반을 문제 삼고 있는 반면, 일부 기관은 사용자성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을 이유로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노사 간 해석 차이가 맞물리면서 교섭 개시 자체를 둘러싼 충돌이 공공 전반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개정 노조법 시행으로 공공기관과 정부 부처가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사용자'로서 교섭 책임을 져야 함에도, 다수 기관들이 계약서·과업지시서 수정, 업무지시 방식 변경 등을 통해 사용자성을 회피하려는 조직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며 "이는 법 취지를 무력화하고 노동자의 단체교섭권을 침해하는 명백한 꼼수이자 부당노동행위"라고 비판했다.

공공부문 중심으로 교섭 갈등 확대되자 정부도 대응…'돌봄' 노정 협의체 구성

이처럼 현장 갈등이 확산하는 가운데 정부도 제도권 대응에 나섰다. 고용노동부는 돌봄 분야 노동자의 처우개선을 논의하기 위한 노·정 협의체를 전날(25일) 출범시키고, 노동계와의 공식 대화 채널을 가동했다. 이는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정부와 노동계 간 첫 협의체로,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확대되는 교섭 갈등을 제도권 논의로 끌어들이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앞서 민주노총 돌봄 공동교섭단 등 노동계는 지난 10일 개정 노조법 시행에 맞춰 돌봄 노동자의 근로조건 개선 등을 위해 보건복지부, 성평등가족부, 교육부 등 관련 부처를 대상으로 교섭을 요구했다. 정부는 교섭 대상 해당 여부에 대한 법적 검토를 병행하면서 노동계와 사전 협의 및 소통을 통해 해법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정부 안팎에선 이번 흐름을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나타난 2차 파장으로 보고 있다. 공공부문에서 사용자성 판단과 교섭 절차 기준이 정리될 경우, 유사한 원·하청 구조를 가진 민간 영역으로 갈등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교섭 책임과 절차 기준이 동시에 정립될 경우 노사관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freshness41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