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공항·대학서 "진짜 사장 나와라"…노란봉투법 첫날 교섭 요구 봇물
민주노총, CJ대한통운·인천공항 등 원청 상대 단체교섭 전방위 압박
한국노총 '200만 조직화' 선언…하청·플랫폼 노동자 조직 확대 시동
- 나혜윤 기자, 유채연 기자
(세종·서울=뉴스1) 나혜윤 유채연 기자 = 하청 노동자가 원청 기업과 직접 교섭할 수 있는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2·3조)이 10일부터 시행되면서 노동계가 원청 기업을 상대로 한 교섭 요구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노동계는 법 시행 첫날 택배·공항·대학 청소 노동자 등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실질적 사용자인 원청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행동에 돌입했다.
민주노총은 전국 곳곳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짜 사장이 교섭 테이블로 나와야 한다"고 압박 수위를 높였고, 한국노총도 하청·플랫폼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200만 조직화 사업'을 선포하며 조직 확대에 나섰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택배노조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택배 노동자의 노동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진짜 사장'이 교섭에 나와야 한다"며 원청과의 교섭을 요구했다.
인천국제공항에서는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가 결의대회를 열고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상대로 직접 교섭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대학 청소·경비 노동자들도 같은 날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 본부를 상대로 원청 교섭을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원청 교섭 쟁취'를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통해 "이번 법 시행은 '내 노동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자가 곧 사용자'라는 상식을 23년 만에 법으로 확인한 것"이라며 "더 이상 하청 노동자의 요구를 외면할 근거는 없다. 원청 사용자들은 이제 교섭 테이블로 나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법 시행과 동시에 원청 기업을 상대로 단체교섭 요구 공문을 발송하는 등 교섭 요구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금속노조·공공운수노조 등 간접고용 노동자 약 14만 명이 속한 산별노조들도 이미 교섭 요구 공고를 냈거나 발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도 조직 확대 전략을 내놓으며 대응에 나섰다.
한국노총은 이날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회관에서 '하청 노동자 원청교섭, 모든 일하는 사람에게 노동조합을! 200만 한국노총 조직화 사업단 선포식'을 열고 조직화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노조법 개정으로 하청 노동자가 원청과 교섭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 만큼 하청 노동자 조직화를 적극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동시에 특수고용·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와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 등 기존 노동법 보호 사각지대에 있던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조직화를 추진해 '200만 조합원' 시대를 열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700만 명이 넘는 특수고용·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들이 불안정한 고용 환경에 놓여 있다"며 "이들이 노동조합의 울타리 안에서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도록 조직화 외연을 넓히는 데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또 류 사무총장은 "노조법 개정으로 하청 노동자가 실질적 사용자인 원청과 당당히 교섭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법 변화가 현장에서 실질적인 단결권과 교섭권 보장으로 이어지도록 적극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법 시행으로 원청 기업의 사용자 책임이 확대되고 하청 노동자의 교섭권이 강화되면서 노사 관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노동계는 그동안 하청 구조 속에서 실질적인 권한을 가진 원청이 교섭 책임에서 벗어나 있었다고 지적해 왔다.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노동자의 근로조건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기업이라면 직접 고용 관계가 없더라도 사용자로 인정될 수 있다. 이에 따라 하청 노동자는 자신의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원청 기업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노동계는 이를 계기로 원·하청 구조에서 발생하는 임금 격차와 노동조건 문제 해결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간접고용 노동자와 플랫폼 노동자 등 새로운 고용 형태 노동자들의 권리 보장 논의도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법 시행 초기에는 원청 교섭 요구 확대와 사용자 범위 해석 등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나타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노동계는 법 취지에 맞는 교섭 문화 정착을 강조하는 한편 원청 기업의 교섭 참여를 지속적으로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경영계에서는 노란봉투법 시행과 관련해 산업 현장의 갈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원청 기업의 사용자 책임이 확대되면서 원·하청 교섭 요구가 동시에 늘어나고, 경영상 판단까지 노사 갈등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재계는 특히 구조조정이나 사업 재편 과정에서 노조의 교섭 요구와 노동쟁의가 확대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기업의 합병·분할·매각 등 경영상 결정이 노동조건에 영향을 미칠 경우, 노조가 이를 교섭 의제로 삼거나 쟁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최근 입장문을 통해 "노동계는 사용자성이 인정된 범위 외의 무리한 요구나 이를 관철하기 위한 불법행위를 자제해야 한다"며 "정부와 중앙노동위원회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판단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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