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시행] "원청 교섭" vs "파업 폭주"…D-2, 안갯속 3대 쟁점

하청노조 원청 교섭 길 열려…사용자성·쟁의범위 등 논쟁 지속
경영계 "교섭 부담·파업 확대 우려"…노동계 "교섭권 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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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오는 10일부터 시행되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으로 하청 노동조합이 원청 기업과 직접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되면서, 국내 노동 현장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번 법 개정으로 원청 사용자성 범위, 노동쟁의 대상 확대, 교섭 부담 등 3대 핵심 쟁점을 둘러싼 노사 갈등 가능성이 커지면서 기업과 노동조합 모두 대응 전략 마련에 나서고 있다.

노동계는 하청 노동자의 교섭권 확대를 환영하며 실질적인 권리 보장을 기대하고 있지만, 경영계는 파업 대상 확대와 연중 이어질 수 있는 교섭 부담을 우려한다. 정부는 해석지침과 교섭 절차 매뉴얼을 마련하고 현장 교육을 강화해 혼선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지만, 실제 사건에서 사용자성 판단과 교섭 구조 적용 여부에 따라 초반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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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 사용자 어디까지…가장 큰 쟁점 '사용자성'

가장 큰 쟁점은 원청 기업의 '사용자성' 인정 범위다. 개정 노조법은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인 지배력이나 결정권을 행사하는 경우 사용자로 인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하청 노동조합이 원청 기업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재계는 사용자성 판단 기준이 확대 해석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원청이 산업안전 의무를 이행하거나 협력사를 관리·감독하는 과정에서 이뤄지는 통상적인 관리 행위까지 '실질적 지배'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협력사와의 계약 종료나 거래조건 조정 등 기업 경영 판단이 노사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노동계는 그동안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도 교섭 책임을 회피해 왔다고 주장한다. 다단계 하도급 구조 속에서 동일한 사업장에서 일하면서도 소속 회사에 따라 노동기본권이 달리 적용되는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이번 법 개정이 필요했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주장에는 기존 사법 판단의 흐름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 대법원은 원청이 임금이나 근로시간 등 근로조건에 대해 구체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경우 사용자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해 왔다. 예컨대 원청이 작업 방식이나 근무시간을 사실상 통제하거나 임금 체계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 하청 노동자에 대해서도 사용자 책임을 인정한 사례들이 있다. 이번 노조법 개정은 이러한 판례 흐름을 법률에 명시해 기존 법 해석을 제도적으로 정리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영 판단도 쟁의 대상? '노동쟁의 확대' 논란

노동쟁의 범위 확대 역시 주요 쟁점이다. 개정 노조법은 노동쟁의의 대상을 임금·근로조건뿐 아니라 사업 경영상의 결정과 관련된 사항까지 확대했다.

재계는 특히 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사 갈등이 확대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석유화학 등 일부 산업에서는 합병이나 분할, 인수·합병(M&A), 인력 재배치 등이 불가피한 상황인데 이런 경영상 판단까지 쟁의 대상이 될 경우 기업의 의사결정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노동계는 이에 대해 노동쟁의 범위 확대가 경영권을 제한하려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의 근로조건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사안에 대해 협의할 수 있는 통로를 넓히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해석지침에서 노동쟁의 범위를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 결정 가운데 근로조건에 실질적·구체적 변동을 초래하는 경우'로 한정해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원청 교섭 부담 증가…최소 2개 이상 노조와 교섭? '무제한 교섭' 우려

교섭 부담 증가 역시 노란봉투법 시행을 둘러싼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다.

정부 설명에 따르면 원청과 하청 노조 간 교섭에서도 교섭창구 단일화 원칙은 유지된다. 다만 하청 노조와 원청 노조는 교섭권 범위와 이해관계가 서로 달라 별도의 교섭단위로 구분되는 구조라는 것이 노동부의 설명이다.

이 경우 원청 기업이 원청 노조와 하청 노조 각각과 교섭을 진행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재계는 이러한 구조가 자리잡을 경우 원청 기업의 교섭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교섭단위 분리와 원청 사용자성 인정이 결합되면 기업이 사실상 연중 교섭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이 재계의 주장이다.

반면 정부는 이러한 우려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노동부는 교섭단위 분리가 노조 요구만으로 자동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며, 법원 판결이나 노동위원회 판정에서 제시된 기준에 따라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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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 "하청 교섭권 정상화"…절차 장벽 우려 상존

한편 노동계 일각에서는 시행령과 해석지침이 법 취지와 달리 하청 노동자의 교섭권 행사를 제약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교섭 절차와 사용자성 판단 과정이 실제 현장에서 새로운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하청 노조가 원청과 교섭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절차적 요건이 지나치게 복잡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개정 노조법에 따르면 복수 하청 노조가 존재하는 경우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야 한다. 노동부 역시 매뉴얼을 통해 사용자로 인정받은 하청 노조가 둘 이상이거나 상급단체가 다른 경우 교섭 창구를 단일화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또 교섭단위 분리 여부를 두고 분쟁이 발생할 경우 노동위원회 판단을 거쳐야 하는 구조라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노동계는 이러한 절차가 교섭 개시 자체를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교섭단위 분리가 확산할 경우 노조 간 협상력이 분산돼 실질적인 교섭 성과를 내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형식적으로는 교섭이 가능하지만 실질적인 성과는 제한되는 '껍데기 교섭'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노동위원회 판단 지연 가능성도 또 다른 쟁점이다. 사용자성 인정과 교섭단위 분리 여부를 노동위원회가 판단하는 구조인 만큼 사건이 몰리게 되면 심의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경우 교섭 시작 자체가 늦어지면서 하청 노동자의 권리 구제 역시 지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시행 초기 혼선을 줄이기 위해 대응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중앙노동위원회는 최근 전국 근로감독관과 노동위원회 조사관 300여 명을 대상으로 공동 워크숍을 열고 개정 노조법 해석지침과 교섭 절차 매뉴얼을 공유했다. 원·하청 교섭 절차와 사용자성 판단 기준 등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주요 쟁점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란봉투법이 일관된 원칙을 통해 현장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노사 관계에서 신뢰 자산이 형성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대화와 교섭을 통해 노사 간 갈등을 풀어가는 문화가 자리 잡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개정 노동조합법 시행을 앞두고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도 현장 대응 방안을 점검했다. 원·하청 교섭 확대 등 제도 변화에 대비해 사건 처리 기준과 절차의 일관성을 확보하고, 조정 사건 처리 등 실무 대응 체계를 정비하는 데 논의의 초점이 맞춰졌다.

박수근 중노위원장은 "개정 노동조합법의 현장 안착을 위해서는 개별 사건을 처리하는 노동위원회의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신속·공정한 사건 처리를 통해 노동 현장에서 상생의 교섭 문화가 조기에 정착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노란봉투법은 원·하청 관계를 중심으로 형성돼 온 국내 노사관계 구조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원청 사용자성 판단 기준이 실제 사건에서 어떻게 적용되느냐에 따라 노사 갈등 양상도 달라질 수 있다.

노사 모두 법 시행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드러내고 있는 만큼 시행 초기에는 일정 수준의 혼선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노동계는 교섭 구조 변화에 따른 노동권 확대를 기대하는 반면, 경영계는 노사 갈등 확대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결국 개정 노조법이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을지는 사용자성 판단 기준과 교섭 구조를 둘러싼 쟁점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달렸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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