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전쟁' 선포한 노동장관의 깁스…장관 부상도 산재일까?

공식 일정 중 발목 인대 파열…장관은 '산재' 대신 '공무상 재해' 적용
산재 사망 다시 증가세…'영업익 5% 과징금·등록말소' 처벌 강화 속도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10일 워라밸+4.5프로젝트 1호 참여기업을 방문하고 있다. (사진제공=고용노동부)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정부가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산업재해 근절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정작 현장을 점검하던 주무부처 장관이 부상을 입는 일이 발생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목에 깁스를 한 채 일정을 소화하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되면서, 과연 주무부처 수장의 부상도 '산재' 적용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15일 노동부에 따르면 김 장관은 지난 9일 울산에서 열린 조선산업 고용문제 해결을 위한 타운홀미팅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던 중 발목 인대를 다쳤다. 10일 오전에는 국무회의 일정으로 병원을 찾지 못했고, 이후 모든 스케줄을 소화한 뒤 병원을 방문해 인대 손상 소견을 받고 반깁스를 했다.

장관은 근로자 아닌 공무원 신분…'공무상 재해' 적용 여부로 판단

업무 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라는 점에서 김 장관의 부상이 산재에 해당하는 지에 대한 궁금증이 제기된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김 장관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산재보험법은 원칙적으로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다. 사용자에게 고용돼 임금을 받는 근로자가 업무상 재해를 입었을 경우 근로복지공단을 통해 보상을 받는 구조다. 반면 장관은 정무직 국가공무원으로, 근로자가 아닌 공무원 신분이다.

공무원이 직무 수행 중 부상을 입었을 경우에는 산재 대신 '공무원 재해보상법'이 적용된다. 이른바 '공무상 재해'다. 요양비 지원이나 휴업 보상 등 기본 구조는 산재 제도와 유사하지만, 적용 법률과 심사 절차가 다르다.

공무상 재해 인정의 핵심은 직무 관련성이다. 공식 일정이나 현장 점검 등 공무 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라면 직책의 고하와 관계없이 공무상 재해로 인정될 수 있다. 김 장관의 경우 울산 공식 일정 참석을 위해 이동하던 중 발생한 사고라는 점에서, 직무 관련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 올해도 '산재와의 전쟁'…사망 반복 기업 '등록말소' 초강수

김 장관의 부상은 정부가 최근 산재 감축을 핵심 과제로 내걸고 감독과 입법을 동시에 강화하는 시점에 발생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산업현장 안전을 강조하며 전국을 누비던 주무부처 수장이 현장 일정 도중 부상을 입은 셈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근로자 1만명당 사망자 수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0.29명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고위험 사업장 집중 감독과 반복 사고 사업장 제재 강화를 추진 중이다.

그러나 통계는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9월 사업주 안전조치 불이행으로 사망한 근로자는 457명(잠정)으로, 2024년 같은 기간보다 14명 늘었다. 2022년 이후 이어지던 산재 사망 감소 흐름이 다시 증가로 돌아선 것이다.

노동부는 산재 사망이 대표적인 '후행 지표'인 만큼 정책 효과가 통계로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노동부는 올해 중소·영세 사업장을 중심으로 안전 설비 지원과 예방 투자를 확대하고, 산재 사망 감축에 정책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정부가 감독 강화와 제도 보완을 병행하는 가운데, 산업재해 책임을 한층 무겁게 하는 입법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산업재해로 연간 3명 이상의 근로자가 사망한 기업에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12일 여당 주도로 국회 상임위 소위원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안전·보건 조치를 위반해 발생한 산재로 1년간 근로자 3명 이상이 사망한 경우, 해당 기업에 영업이익 5% 이내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중대재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한 건설사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관계 부처에 등록말소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도 신설됐다. 최근 3년간 영업정지 처분을 두 차례 받은 뒤 다시 영업정지 사유가 발생하면 등록말소 요청 대상이 된다. 등록말소 처분 시 신규 수주 등 모든 영업 활동이 중단된다.

이 밖에도 사업주의 작업 중지 의무 강화, 노동자의 작업 중지 요구권 확대, 노동부 장관의 작업중지명령 요건 완화 등도 개정안에 포함됐다.

freshness41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