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장관 "모두가 행복하게 일하는 나라"…산재예방·임금체불 근절 강조

신년사 통해 산업안전·노조법·노동시간 전면 개혁 방향 제시
"노동 존중이 경제를 살린다" 정책 기조 천명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3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 R.ENA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실노동시간 단축' 노·사·정 공동선언 및 대국민 보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5.12.30/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1일 2026년 신년사를 통해 '모두가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나라'를 비전으로 제시하며 산업재해 예방과 임금체불 근절, 노조법 개정 안착, 노동시간 단축, 포용적 노동시장 전환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김 장관은 "노동자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이 반드시 지켜지는 2026년이 되도록 하겠다"면서 "일터 민주주의 실현으로 노동과 함께하는 진짜 성장을 입증하겠다"라고 밝혔다.

김 장관은 신년사 서두에서 울산 화력발전소 붕괴사고를 언급하며 노동 현장의 안전 문제를 가장 먼저 언급했다. 그는 "새해 아침, 새로운 희망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지난 울산 화력발전소 붕괴사고 현장의 기억을 먼저 떠올린다. 오랫동안 노동 현장을 지켜오며 저에게 가장 두려운 순간은 산재 유가족의 슬픔을 마주하는 것이었다"면서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과 죄송함에 고개를 들 수 없었지만 역설적이게도 저는 그 절망의 현장에서 다시 일어설 힘을 얻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사고 현장에서 유가족이 구조대원을 오히려 격려했던 장면을 떠올리며 "유가족분들의 '내 자식이 소중하면 남의 자식도 소중하다'는 단단한 마음 덕분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동자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그 약속이 반드시 지켜지는 2026년이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노동부의 존재 이유를 헌법적 가치에서 찾았다. 그는 "국가는 주권자인 국민의 존엄과 행복을 보장할 헌법적 의무가 있다. 국민 존엄의 전제는 생명과 안전, 그리고 일할 권리의 보장"이라며 "헌법 제32조와 제33조가 명령하는 바, 국민이 일터에서 행복할 권리를 실현하는 것은 고용노동부의 존재 이유"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기존 성장 모델의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장시간·저임금 노동에 기댄 과거의 성장 모델은 대전환이 필요하다"며 "변화하지 않는 과거의 방식은 노동시장 격차를 심화시켰고, 저성장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성장은 노동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이 주체가 되고 노동과 함께하는 성장이어야 한다"며 "노동이 존중받을 때 경제가 더 단단하게 성장한다는 것을 반드시 증명해 보이겠다"고 말했다.

산업안전과 관련해서는 "일하다 죽지 않도록 노동현장의 위험 격차 해소에 총력을 다하겠다"면서 기관사 시절의 경험을 언급했다. 그는 "비상 상황일수록 '잠시 노를 내려놓고 밤하늘의 별을 보자'는 말처럼, 방향이 먼저이고 속도는 그 다음"이라면서 "더 위험한 일터, 안전조차 차별받는 일터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라고 밝혔다.

중대재해에 대해서는 강경한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장관은 "능력이 있음에도 책임을 다하지 않은 대기업에서 중대재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경우, 엄정한 수사뿐만 아니라 경제적 제재까지 도입해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산업안전 감독 물량도 "지난해 2만 4000개 사업장에서 올해 5만개소로 대폭 확대하겠다"면서 "위험 앞에서는 원청과 하청이 따로 없다. 하청 노동자의 알 권리, 참여할 권리, 피할 권리를 보장하겠다"고 강조했다.

임금 문제와 관련해서는 "일하고도 돈 받지 못하는 공짜노동과 불합리한 차별을 근절하겠다"면서 "도급 계약 시 임금을 별도 항목으로 구분해서 지급하는 임금구분지급제 확산을 위한 법 개정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포괄임금제에 대해서는 "노동착취의 수단이자 노동자 건강권을 침해하는 고질적인 관행"이라며 "포괄임금 오남용에 대한 기획감독과 함께 노동시간 측정·기록 의무 법제화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오는 3월부터 시행되는 개정된 노란봉투법의 취지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노조법 개정의 취지는 대화 자체가 불법이 되어 극한 투쟁과 손배소 폭탄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하청 노동자에게 실질적인 교섭권을 보장해 대화의 장을 여는 것"이라며 "사용자가 불분명한 지위 뒤에 숨어 책임을 회피하는 것을 방치하지 않겠다. 합리적인 하위법령과 매뉴얼을 통해 '진짜 사장'이 교섭에 응할 수 있는 길을 열겠다"라고 강조했다.

freshness41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