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형 경사노위원장 "사회적 대화, 재개 아닌 '재구조화' 필요"
경사노위 위원장 첫 기자간담회…"민주노총 복귀, 사회적 대화 전제 아냐"
노란봉투법·정년연장에는 "즉시 개입보다는 논의 과정 지켜볼 것"
- 나혜윤 기자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김지형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위원장은 22일 지난해 비상계엄 이후 '개점휴업' 상태인 사회적 대화와 관련 "단순히 대화의 '재개'에 그치지 말아야 한다"며 "재개라는 표현보다 재구조화라는 표현이 적절하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사회적 대화의 기능과 의제, 절차를 전면적으로 손보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으며 공론화 방식과 디지털 기반 숙의 절차 도입, 이해당사자 참여 확대를 3대 축으로 제시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경사노위 사무실에서 취임 후 첫 기자 간담회를 열고 "경사노위 사회적 대화가 중단된 지 꽤 긴 시간이 지났다. 그사이 경제사회노동 환경은 급변하고 있다"며 "단순한 변화를 넘어 심각한 도전을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저출생·고령화로 집약되는 '인구 전환', AI 등 첨단 기술 발달에 따른 '디지털 전환', 기후 위기가 초래한 '녹색 전환', 글로벌 통상 질서 재편에 따른 '통상 전환을 복합 대전환의 위기로 규정하며 "동시다발적인 커다란 위기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런 위기 대응 방식으로 참여민주주의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는 "복합 대전환의 위기를 정확히 진단하고 극복하는 것은 우리 사회 공동체의 삶이나 운명과 직결되는 문제"라며 "이해당사자를 포함한 사회 주체 모두의 다양한 의견과 지혜가 반영되는 참여민주주의의 실현을 통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는 1987년의 민주화 경험, 1997년의 경제위기 극복의 경험이 있다"면서 "그 모멘텀은 모든 사회 주체가 도전과 응전 과제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형성하고 사회적 책무를 다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경사노위의 현재 위상에 대해 "오랫동안 중단되면서, 눈앞에 다가온 복합 대전환의 위기를 극복하는 상생과 협력의 대응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국민의 기대에 충분히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라면서 "앞으로 경사노위의 사회적 대화는 단순히 대화의 '재개'에 그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을 뛰어넘어 대화의 '패러다임'에 대한 새로운 모색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사회적 대화의 '재구조화'의 방향으로 크게 △기능과 역할 △의제 확장 △절차의 변화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그는 경사노위를 노사 이해관계 조정 기구에 머물게 하지 않고, 미래 설계를 위한 공론의 장으로 기능을 확장하겠다는 구상 아래 의제의 폭과 논의 방식 자체를 함께 바꾸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노사정이 제기하는 현안 외에도 국민 모두가 공감하는 사회적 과제를 '통섭형 의제'로 적극 발굴해 논의하려고 한다"면서 "통섭형 의제는 갈등 조정의 관점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중대하다고 여기는 사회적 과제를 제시하고 그것을 풀기 위해 사회 주체들이 각자 수행해야 할 역할과 책무를 분담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공론화와 숙의를 유도하는 사회적 대화의 추진 절차를 보강할 필요를 언급하면서 "의제에 따라 필요할 경우 공론조사 외에 타운홀 미팅, 시나리오 워크숍 등 사안에 들어맞는 다양한 공론화 방식을 적극 도입하겠다. AI 등을 활용한 디지털 방식의 공론화 기법의 활동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김 위원장의 '재구조화' 구상을 두고 '국회에서도 사회적 대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경사노위의 차별점과 존재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김 위원장은 "사회적 대화는 다양한 분야에서 주체들이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국회에서 진행되는 사회적 대화 의미도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적 대화를 "민주주의 한 구현 형태"라고 설명하며 "국회에서 이뤄지는 사회적 대화 의미를 존중하고 저희 경사노위 사회적 대화와 충돌하지 않는다. 서로 시너지 낼 수 있는 방안을 충분히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년 연장, 노란봉투법, 새벽배송·포괄임금 등 쟁점 가운데 우선순위를 묻는 말에 김 위원장은 경사노위의 즉시 개입에는 선을 그었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과 관련해 그는 "당장 어떤 관여할 수 있는 사회적 대화 의제로 삼기보다 (정부가 관련) 절차에 착수하고 있는 상황을 저희가 면밀하게 주시하겠다"면서 "시행 이후 상황이라든지 전개 과정은 모니터링한 다음에 추가로 사회적대화의 필요성이 제기되는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정년 연장과 관련해서도 "국회 중심이 돼서 입법을 추진하는 상황으로, 이 부분에 관해서도 입법 추진 과정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야간·심야 노동과 관련해선 건강권 보호 프레임을 분명히 했다. 김 위원장은 "야간노동 자체를 금지하는 법제는 없는 것 같다"면서도 "야간노동, 심야 노동 관련해서 건강권의 보호라는 것이 함께 병행돼야 할 필요성이 있겠다는 이론이 없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보다 중요한 방향은 야간노동에 따른 노동자 건강권 보호를 어떻게 같이 확보해 갈 것인가에 초점 맞춰야 한다. 의제 중 하나에 포함될 수 있겠다"면서 "당장 논의에 착수하겠다기보다는 의제개발조정위 논의를 통해서 충분히 검토해 볼지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노총 복귀 문제에 대해서는 "부임 직후부터 노동계가 완전한 형태로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었다"며 "복귀 시점은 굉장히 불투명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노총이 참여하지 않았던 여러 가지 숨어 있는 사정들, 일거에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경사노위는 인내심 있게 참여에 대해 기다리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민주노총이 없는 상태에서의 출발 가능성에 대해선 "새롭게 (사회적 대화를) 시작하는 데 있어서 민주노총 참여 여부가 반드시 전제가 될 수는 없다"면서 "현재 참여할 수 있는 주체들을 중심으로 해서 다시 시작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다. 진정성 있는 사회적 대화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하면 민주노총이 참여할 수 있는 모멘텀도 훨씬 더 커질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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