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경미한 장애인"…李대통령 발언에 장애인 의무고용 정책 재점화
2027년 고용률 상향 앞두고 부담금 인상 등 구조 논의 확대 관측
장애인 의무고용, 수치 조정에서 '실제 채용'으로 정책 초점 이동
- 나혜윤 기자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기업의 장애인 의무고용률 저조를 지적하며 "저도 경미하지만 장애인"이라고 밝히며 제도 개선을 주문하면서, 이미 시행령 개정 절차 단계에 들어간 장애인 의무고용률 상향 정책을 둘러싼 논의에 다시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특히 대통령이 의무고용률 미달 사업장에 부과되는 부담금 수준까지 직접 언급하면서, 향후 제도 논의가 단순한 '비율 상향'을 넘어 실제 이행을 담보할 정책 수단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14일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세종에서 열린 고용노동부 업무보고에서 "저도 경미하지만 장애인이다. 경하든 중하든 상관 없이 저도 (장애인 고용률) 통계에 넣어달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충족하지 못한 사업장에 부과되는 부담금과 관련해서도 "현재 최저임금의 60%(가 부과되는데) 좀 올려야 할 것 같다"며 "법이 있으면 지키라고 해놓은 것"이라고 말해 부담금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대통령이 부담금 수준을 직접 언급한 대목은 의무고용률 상향이 실제 채용 확대로 이어지기 위해 어떤 정책적 장치가 필요한지를 함께 점검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당장 제도 변경을 단정하기 어렵지만, 부담금 구조 역시 정책 효과를 높이기 위한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현재 정부는 장애인 고용 촉진 및 직업재활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민간 부문의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2027년 3.3%, 2029년 3.5%로 단계적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입법예고하고, 시행령 개정 절차를 진행 중이다. 공공부문 역시 같은 기간 3.8%에서 4.0%로 상향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이런 과정에서 이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기존 로드맵을 전제로 정책 추진의 무게 중심이 수치 조정보다 '실제 이행'으로 옮겨갈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으로도 읽힌다.
의무고용률 상향 자체는 새 정부 들어 처음 제시된 것은 아니다. 이종성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은 최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2019년 민간 부문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3.1%로 올린 뒤 연차적으로 추가 상향을 추진하려 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사회 전반이 침체되면서 해당 프로세스가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 상황이 진정된 지금은 다시 제도를 정상 궤도로 올려야 할 시점"이라며 시행령 개정이 완료될 경우 2029년까지 약 3만개의 장애인 일자리가 추가로 창출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개정 절차는 중단됐던 계획을 재가동하는 성격이 강하지만, 대통령 발언을 계기로 정책 논의의 범위가 점차 넓어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의무고용률을 지키지 않았을 때 부과되는 부담금의 수준과 구조가 실제 고용 확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는 평가도 나온다.
논의 확대의 배경 중 하나로는 민간 대기업의 의무고용 미이행이 구조적으로 반복돼 왔다는 문제의식도 자리하고 있다.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상시근로자 수 상위 20개 기업 가운데 13곳이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충족하지 못했다. 해당 기업에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대한항공 등 대기업이 포함돼 있다.
같은 당 이용의 의원실이 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삼성전자는 212억 원, 현대자동차는 95억 원, 대한항공은 61억 원의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각각 납부했다. 고용부담금은 의무고용률을 채우지 못한 사업주가 납부하는 일종의 패널티지만, 대기업의 경우 일정 수준의 부담금을 '감내 가능한 비용'으로 인식하는 구조가 고착됐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다만 의무고용률 상향과 부담금 조정이 곧바로 장애인 고용 확대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기업 현장에서는 장애인 채용이 어려운 이유로 △작업환경 개선 부담 △구직자-기업 간 매칭 부족 등을 꼽는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비율 조정보다 기업이 실제 채용을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드는 정책 설계가 더 중요하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부담금 인상만으로는 기업의 채용 행태를 바꾸기 어렵고 직무 개발 지원, 고용 유지 인센티브, 중개 기능 강화 등과 결합되지 않으면 제도의 실효성이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공공부문의 역할도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공공기관은 민간보다 의무 이행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 크고, 기관장 평가 등과 연계할 여지가 있어 선도적 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공공부문 역시 단기적 수치 달성에 그칠 경우 정책 신뢰도가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고용의 질과 지속성까지 함께 관리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다.
정부 관계자는 "부담금 조정이 필요하다면 어떤 방식이 적절한지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하고, 현재로서는 법 개정 여부를 단정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면서 "입법 과정과 사회적 대화를 포함해 제도 전반을 살피는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freshness41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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