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장관, 연내 65세 정년연장 의지 밝혔지만…청년·기업 대책은 부재

노동계 "일률적 정년 연장해야"…경영계 "30조 추가 부담"
다시 기지개 펴는 경사노위…사회적 대화체·정부 역할 주목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회복과 성장을 위한 정년연장 TF 출범식에서 소병훈 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5.4.2/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세종=뉴스1) 김승준 기자 =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정년 65세 연장 법안의 연내 통과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지만, 청년 고용 위축과 기업 부담 완화 방안이 충분치 않아 실현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1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김영훈 장관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정년 연장 연내 입법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노동계와 경영계는 지난 4월 출범한 '정년 연장 태스크포스(TF)'를 통해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TF는 당초 8월 합의안 도출과 11월 법제화 계획을 진행 중이었으나, 노사 양측의 의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나서 굳어진 노사 입장 교착 해소에 나서야 한다는 역할론을 주문하고 있지만, 김 장관은 노사자치주의에 입각해 정부는 합의 지원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향후 다양한 노동현안에 대한 사회적 대화를 주도할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적극적인 중재에 나설지 주목된다.

노동계 "일률적 정년 연장해야"…경영계 "일률 적용 시 30조 부담"

현재 노동계와 경영계는 정년 연장 방식과 정년 연장 보완 제도를 두고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양대노총으로 대표되는 노동계는 65세 정년연장의 보편적·일률적 적용 법안을 연내 입법 목표로 추진하며 보완 장치를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년 채용 확대와 고령자의 고용안정을 목적으로 도입된 임금피크제는 청년고용이 얼마나 증가했는지 어떠한 수치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며 "선별적 재고용 방식은 사업주가 뽑고 싶은 사람만 계약직으로 뽑아 임금을 삭감하는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경영계는 일률 적용 시 청년 고용 위축 우려와 기업 부담을 이유로 사용자에게 선택권을 주는 '퇴직 후 재고용' 방식으로 사실상의 정년 확대를 도입하고, 정부가 이를 세제, 인건비 지원 형식으로 촉진해야 한다는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국회에 바라는 경영계 건의 과제'를 통해 "일률적 정년 연장은 노동조합이 있는 대기업 정규직에 혜택이 집중될 우려가 있다"며 "높은 임금 연공성과 고용 경직성으로 인해 기업이 감당해야 할 부담이 크고, 청년 고용 여력을 떨어뜨려 청년 취업난이 악화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지난해 60~64세 정규직 근로자 59만 명의 정년을 65세로 연장할 경우 추가 고용 비용이 약 3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2016년 일괄 정년 연장 시행 결과…고령 근로자 1인↑, 청년 고용 1명↓

한국은행 고용연구팀과 김대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올해 4월 실증데이터를 통해 2016년 시행된 정년연장의 고용 효과를 분석해 발표했다.

한국은 2013년 정년을 60세로 일괄 설정하는 법안을 통해 2016년부터 시행했다.

분석 결과, 고령층 고용 증가 효과는 유노조·대기업 일자리에 집중됐으나, 이 역시 시간이 흐를수록 감소했다. 아울러 정년연장으로 고령층 노동자가 1명 증가할 때 청년 고용은 약 1명(0.4~1.5명)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진은 "임금체계 조정 없이 단순히 법적 정년만 연장할 경우 기업이 그 부담을 청년층 고용 축소로 전가하는 부작용을 피할 수 없음을 시사한다"며 "10년 전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정년연장보다 '임금체계 개편을 동반한 퇴직 후 재고용' 제도를 강화해 고령층 계속근로를 늘리는 방안을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이같은 문제와 관련해 구체적 대안보다는 논의 방향성만 제시한 상태다.

김 장관은 20일 기자간담회에서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인 대기업, 공공부문에서는 정년연장이 분명히 충돌한다고 본다. 정년이 연장되면 기업에서는 청년 고용을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선호 일자리에 대해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세대 상생형으로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청년 노동도 너무 분절화돼 모두 같은 청년 노동이 아니다. 청년이 선호하는 좋은 일자리를 나누고, 청년 고용을 확대하며, 정년 개념이 없는 플랫폼·비정규 노동을 어떻게 규율할지 종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중장년층 중 정년조차 채우지 못하는 사람을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지형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11일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을 내방해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1.11/뉴스1
다시 기지개 펴는 경사노위…사회적 대화체·정부 역할 주목

김 장관은 '정년 연장 TF'에서 정부를 옵서버로 규정하며, 노사 간 협의 지원 역할을 강조했다.

이달 노사정 협의체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의 김지형 위원장 취임으로 이재명 정부 1기 경사노위가 본격 가동될 조짐을 보이며, 향후 정년 연장 논의에서 정부의 역할이 주목된다.

김지형 위원장은 이달 5일 취임 후, 한국노총,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을 방문하며 '사회적 대화 기구' 복원에 주력하고 있다.

여당이 조직한 사회적 대화 기구인 '정년 연장 TF'에서 정부는 옵서버이지만, 경사노위에서는 의견을 내고 조정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또 정년 연장 TF는 단일 주제 논의 기구지만, 경사노위는 정년 연장 외에도 노동시간 단축, 플랫폼 노동자 보호, 인공지능(AI)·탄소중립 등 산업변화에 따른 노동 정책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

노란봉투법이 노사 합의 없이 국회 단독 처리로 통과되며 사회적 파장이 컸던 만큼, 정년 연장도 사회적 합의 없이 추진될 경우 노사정 갈등으로 경사노위가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경사노위 정상화와 이재명 정부의 노동 개혁을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가 이뤄질 가능성도 남아 있다.

김 위원장은 정년 연장 TF와 경사노위 병행 논의에 대해 "서로 보완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면서 "국회와 의견을 충분히 교환해 사회적 대화가 발전적으로 촉진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지형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7일 취임 첫 대외행보로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을 방문해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제공) 2025.11.7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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