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에 놀란 정부…'비료 공급망 위기 매뉴얼' 만든다

요소값 급등·호르무즈 리스크에 공급망 대응체계 구축 착수
농식품부, 공공비축·수입선 다변화·공동구매 연구…해외사례도 분석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 뉴스1 공정식 기자

(세종=뉴스1) 나혜윤 이정현 기자 = 미국과 이란 간 군사 충돌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가 비료 공급망 위기 대응 체계 구축에 착수했다. 최근 중동 정세 불안과 중국의 요소 수출 통제 등으로 비료 원료 수급 리스크가 반복되자 비료 공공비축과 수입선 다변화, 공동구매 체계 구축 등을 포함한 중장기 대응 방안을 검토하기로 한 것이다.

정부는 당장 비료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지만, 국제 정세에 따라 공급망 충격이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최근 중동전쟁 과정에서 요소 가격이 급등하며 비료 가격과 농산물 생산비 상승 우려가 다시 제기된 바 있다.

5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농식품부는 최근 '비료 공급망 위기 대응 방안' 연구 용역을 발주하고 비료 공급망 위기관리 매뉴얼 마련을 위한 연구에 착수했다. 실제 중동전쟁이 격화됐던 시기 국제 요소 가격은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3월 중동 요소 가격은 톤당 715달러까지 치솟으며 전달(485달러) 대비 47.4% 상승했다. 이후 가격이 다소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국제 정세에 따라 언제든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하다.

요소는 질소 비료 생산의 핵심 원료다. 벼와 채소, 과수 등 대부분의 농작물 재배에 사용되는 무기질 비료의 주원료로 활용된다. 요소 가격이 오르면 비료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농산물 생산비 증가와 소비자 물가 상승 압력으로 연결되는 구조다.

특히 이번 사태는 단순 가격 상승을 넘어 공급망 리스크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정부도 긴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농업용 요소 약 35만 톤을 수입했는데 이 가운데 약 38%가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들어왔다. 중동은 국내 최대 요소 공급 지역으로 중국보다도 비중이 높다. 호르무즈 해협이 장기간 봉쇄되거나 중동 지역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경우 국내 비료 산업 전반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농식품부가 이번 연구용역에서 가장 먼저 검토하는 부분도 공급망 위기 단계 설정이다.

정부는 이번 연구에 대내외 여건 변화와 비료 생산·수요·공급 구조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위기 경보 기준과 단계별 대응 체계 마련 방안을 포함했다. 석유나 곡물 등 주요 원자재 분야처럼 공급망 위험 수준을 구분하고 이에 따른 대응 수단을 체계화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해외 사례 분석도 병행한다. 공급망 위기 발생 시 수출 제한, 판매 제한, 최고가격제, 매점매석 금지 등 각국의 대응 수단을 검토해 국내 적용 가능성을 살펴볼 예정이다.

농식품부, 공공비축 첫 검토…비료도 전략 관리 품목 되나

관심을 끄는 대목은 공공비축이다. 비료 원자재와 완제품에 대한 공공비축 도입 필요성 검토도 나선다. 비축 품목과 물량, 비축 기간, 운영 방식뿐 아니라 민간 업체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인센티브 방안까지 검토 대상이다. 필요할 경우 법령 개정이나 제도 개선 방안도 함께 제시하도록 했다.

수입선 다변화와 공동구매 방안도 주요 연구 과제로 포함됐다. 농식품부는 비료 원자재 수입선 다변화 정책 방향과 공동구매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기존 정책과의 연계 가능성까지 고려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는 비료 원자재와 완제품에 대한 공공비축 도입 필요성도 함께 검토한다. 비축 품목과 물량, 비축 기간, 운영 방식 등을 분석해 다양한 실행 방안을 제시하고, 필요할 경우 관련 제도 개선 방안도 마련할 예정이다.

"당장 문제는 없지만"…반복되는 공급망 불안 대응

정부는 당장의 비료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농식품부는 중동 상황 점검회의에서 비료 업체들이 원자재 재고를 확보하고 있어 최소 8월까지 생산에는 차질이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일부 지역농협에서 발생한 비료 품귀 현상도 물류와 공급 시기의 문제였을 뿐 전체적인 공급 부족 상황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정부가 공급망 대응 체계 구축에 나선 것은 중국의 요소 수출 통제와 중동 정세 불안 등 외부 변수에 따라 비료 수급 불안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 2021년 요소수 대란 이후 공급망 관리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비료 분야에 대한 종합 대응 체계 마련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다.

농업계에서는 비료 공급망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농가 경영비 상승은 물론 농산물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이번 연구가 비료 공급망을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freshness41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