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앞두고 '3대 가축전염병' 겹쳤다…ASF·구제역·AI 동시 확산

1월에만 3종 동시 발생…전남까지 뚫린 ASF에 방역 비상
감염력 10배 AI·변이 바이러스 기승…설 연휴가 최대 고비

지난달 19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원천호수 일대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해 관계자들이 나무데크길 일부 구간의 출입을 통제하고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 News1 김영운 기자

(세종=뉴스1) 김승준 기자 = 설 연휴를 앞두고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구제역,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동시에 발생하면서 가축전염병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과거에도 이들 전염병의 동시 발생 사례는 있었지만, 올해는 신규 지역에서 ASF가 잇따라 확인되고 감염력이 크게 높아진 고병원성 AI가 유행하면서 예년보다 상황이 심각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3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일 기준으로 올해 ASF는 4건, 구제역은 1건이 발생했다. 고병원성 AI는 가금농장에서 38건이 발생했고, 야생 조류에서는 41건이 검출됐다.

지난해 ASF는 1월, 3월, 7월, 11월에, 구제역은 3~4월에 발생해 고병원성 AI 방역과 크게 겹치지 않았던 것에 비해 올해는 세 가지 가축전염병이 모두 1월에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설 연휴 기간에는 사람과 차량 이동이 늘어나 전염병 전파 위험이 커지는데, 올해는 연휴 이전부터 가축전염병 발생이 잦아 방역 당국이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설 연휴로 인한 추가 발생을 막기 위해 소독, 백신 접종 등 예방 조치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전남까지 번진 ASF, 3가지 혈청형 '동시 유행' 고병원성 AI

ASF, 구제역, 고병원성 AI는 모두 바이러스성 가축전염병으로, 저온 환경에서 바이러스 생존 기간이 길어져 전파 위험이 커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아울러 겨울에는 멧돼지와 같은 야생동물의 먹이 탐색 범위가 넓어지고, 철새 이동의 영향으로 야생동물에 의한 전파 가능성도 커진다. 반면 대응 수단인 '소독'의 효율은 떨어진다. 저온에서는 소독제의 반응 속도와 침투력이 낮아지고, 소독수가 동결돼 실제 현장에서 소독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처럼 겨울철에는 바이러스 확산에는 유리하고 소독에는 불리한 환경이 조성되면서, 가축전염병이 다른 계절에 비해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이번 겨울에는 신규 발생지가 늘어나는 등 과거와는 질적으로 다른 양상이 나타나면서 방역 당국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우선 올해 ASF는 강원 강릉, 경기 안성, 경기 포천, 전남 영광 순으로 발생했다. 이 가운데 강릉, 안성, 영광은 해당 시·군에서 ASF가 처음 발생한 사례다.

과거 ASF는 강원, 경기, 인천 등 중부 지방을 중심으로 발생했고, 일부 경북과 충남에서도 사례가 확인된 바 있다. 이번 영광의 ASF 발생은 전라남도에서 처음 확인된 사례다.

현재 정부는 발생 지역을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다. 1일 발표된 중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부는 야생동물보다는 사람·차량·물품 등을 통한 인위적 유입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야생 멧돼지에서는 주로 IGR-Ⅱ 유전형이 발견되는데, 강릉·안성·영광 등 신규 발생지의 ASF 유전형 분석 결과는 IGR-Ⅰ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정부는 작업자 방역 강화와 농장 진입 차량·도로 소독 강화 등 대응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올해 고병원성 AI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야생조류와 가금농장 모두에서 'H5N1·H5N6·H5N9' 세 가지 혈청형이 동시에 검출된 점이 특징이다. 아울러 기존 H5N1 혈청형의 감염력도 과거 대비 약 10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잠복기와 증상 양상이 다른 여러 혈청형이 뒤섞여 유행할 경우 방역 경로 파악이 어려워지고, 하나의 혈청형에 면역을 형성한 조류가 다른 혈청형에 다시 감염되면서 유행이 장기화할 수 있다. 또 한 개체에서 여러 혈청형이 동시 감염될 경우 바이러스 간 재조합을 통한 새로운 변이 출현 가능성도 커져 방역 난도가 더욱 높아진다.

지난달 31일 발생한 올해 첫 구제역 사례(인천 강화)는 기존에 알려진 유전형인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4월 소·염소 집중 백신 접종 기간 이전에 발생한 사례인 만큼, 정부는 인근 지역을 대상으로 긴급 백신 접종과 임상 검사를 진행 중이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재난상황실에서 가축전염병 중앙사고수습본부회의를 주재하며 구제역,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2026.2.2/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정부, 설 연휴 전 방역 강화 총력…"수급 영향 '아직은' 제한적"

정부는 설 연휴를 앞두고 사람과 차량 이동 증가에 따른 전염병 확산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방역 조치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공통적으로 유입 경로 소독과 임상·환경 검사, 예찰 강화가 실시된다.

구제역은 백신 접종 확대, ASF는 멧돼지 포획과 인위적 유입 경로 차단, 고병원성 AI는 철새 도래지 관리와 농장 방역 점검에 중점을 둔 조치가 추진될 예정이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엄중한 상황인 만큼 구제역과 아프리카돼지열병,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의 추가 발생을 차단하기 위해 무엇보다 빈틈없는 방역이 중요하다"며 "설 명절을 앞두고 사람과 차량 이동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축산농가와 관계자들은 출입 차량 2단계 소독, 축사 내 방역복 착용, 장화 갈아신기 등 기본 방역 수칙을 철저히 준수해 달라"고 당부했다.

구제역·ASF·고병원성 AI 등 제1종 가축전염병의 경우 방역 의무를 위반하면 관계 법령에 따라 살처분 보상금이 감액되거나 지급되지 않을 수 있다.

한편 이번 가축전염병 유행이 축산물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현재로서는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구제역은 현재 1개 농장에서 발생해 한우 246마리가 살처분됐고, ASF 역시 살처분 두수는 약 7만 마리로 전체 사육 규모 대비 영향은 크지 않은 수준이다.

다만 고병원성 AI로 인한 산란계 살처분 영향으로 1월 초~중순 특란 한 판(30개)의 소비자 가격은 전년 대비 약 13% 상승한 7000원 이상을 유지했다. 이에 정부는 신선란 수입을 중심으로 한 선제적 수급 관리에 착수했다. 그 결과 1월 29일부터 특란 한 판 가격은 약 6200원으로 내려오며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육계는 방역 조치에 따른 잦은 이동 중지 명령으로 출하·도축 지연이 일부 발생하고 있지만, 지난해와 같은 급격한 가격 상승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전반적인 축산물 수급에 큰 영향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seungjun241@news1.kr